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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임자와 콩가루를 묻혀 감자 모양을 낸 카페 감자밭의 감자빵
FOOD 강원 춘천

감자빵의 오후와 옛 여관의 하룻밤, 춘천 3⁠곳

로즈감자 빵을 굽는 신북읍 카페에서 국내산 재료로 스페인 가정식을 차리는 옥천동 식당, 옛 여관을 고친 중앙로 아트스테이로 이어지는 춘천의 하루다.

노을에디터 노을
지역
강원 춘천
주제
FOOD
발행
읽는 시간
7⁠분

춘천 신북읍의 카페 감자밭은 로즈감자를 으깬 소를 쌀가루 반죽에 채워 감자 모양 빵을 굽는다. 옥천동 골목의 아워테이스트에서는 기자 출신 셰프가 국내 산지에서 받은 재료로 스페인 가정식을 차린다. 중앙로 골목의 춘천일기스테이는 옛 여관 건물을 고쳐 청년 예술가 3⁠명과 함께 객실을 꾸몄다. 빵집과 식당, 숙소로 업종은 다르지만 3⁠곳 모두 강원에서 난 재료를 메뉴나 선반에 올린다.

닭갈비와 막국수로 익숙한 도시지만, 골목 안팎의 가게를 들여다보면 지역의 재료와 사람이 손님에게 닿는 방식은 그보다 훨씬 여럿이다. 카페 감자밭에서는 감자가 빵의 소와 겉모양이 되고, 지역 청년 농부가 기른 제철 농산물이 달마다 한정 메뉴로 나온다. 아워테이스트는 통영 돌문어와 강원도 곤드레나물을 스페인 조리법으로 다뤄 왔다. 춘천일기스테이는 홍천 와인과 화천 들기름을 1⁠층 상점 선반에 두고 투숙객과 여행자를 맞는다.

로즈감자 소와 쌀가루 피, 카페 감자밭

카페 감자밭은 시내에서 소양강댐 쪽으로 향하는 신북읍 신샘밭로에 자리한 감자빵 전문 베이커리다. 울퉁불퉁한 감자 생김새를 본뜬 춘천 감자빵을 간판 메뉴로 삼았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작물을 재료로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빵의 겉모양으로까지 옮겨 왔다. 이 빵 하나로 감자밭은 춘천을 찾는 여행자가 일부러 들르는 이름이 됐다. 본점에서는 갓 구운 빵을 맛보고, 건물 뒤편 넓은 뒤뜰에 앉아 쉬어 갈 수 있다.

신샘밭로에 면한 카페 감자밭 본점 외벽과 감자 모양 간판
신샘밭로에 면한 카페 감자밭 본점 외벽과 감자 모양 간판

빵 속을 채우는 주재료는 로즈감자다. 껍질이 붉어 홍감자라고도 부르는 품종으로, 강원대에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먹는 감자보다 단맛이 강하고, 삶으면 입안에서 포슬포슬하게 부서지는 식감이 특징이다. 카페 감자밭은 이 감자를 중심에 두고 설봉 같은 다른 품종을 섞어 소를 만든다. 강원도에서 오래 끼니를 맡아 온 작물이 이 카페에서는 디저트의 재료가 된 셈이다.

반죽에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쓴다. 쌀 반죽 피 안쪽은 삶은 감자를 통째로 으깨 강낭콩 앙금과 섞은 소가 채운다. 씹으면 쫄깃한 피 다음에 포슬포슬한 소가 따라와, 한 입 안에서 식감이 둘로 갈린다. 겉면에는 흑임자와 콩가루를 묻혀 밭에서 막 캐낸 감자처럼 보이게 했다. 맛은 담백한 단맛 쪽이고, 겉의 고소함과 속의 달콤함이 함께 난다.

반으로 가른 감자빵, 쌀 반죽 피 안에 감자 소가 찬 단면
반으로 가른 감자빵, 쌀 반죽 피 안에 감자 소가 찬 단면

피는 쌀가루로, 속은 으깬 감자와 강낭콩 앙금으로.

메뉴판은 달마다 조금씩 바뀐다. 매월 한정 감자빵이 나오고 종종 새 음료도 더해지는데, 재료는 대개 지역 청년 농부가 기른 제철 농산물이다. 감자 한 가지로 출발한 카페가 지역 생산자의 작물을 손님에게 소개하는 진열대 노릇까지 맡는 구조다. 철이 바뀌면 진열 구성도 달라져, 같은 해에 두 번 들러도 진열대의 빵이 똑같지 않을 수 있다. 여름에는 어떤 빵이, 가을에는 어떤 작물이 반죽에 섞일지 기다리는 재미가 이 카페를 다시 찾게 만든다.

감자라떼와 넓은 뒤뜰, 카페 감자밭 본점

기본은 오리지널 감자빵이다. 여기에 치즈를 넣은 치즈감자빵과 트러플오일로 향을 더한 트러플감자빵이 나란히 놓이고, 한정 메뉴가 나오는 달에는 고를 것이 하나 더 는다. 처음이라면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오리지널부터 고르고, 이어서 치즈감자빵을 더해 차이를 견줘 보는 식이 무난하다. 트러플감자빵은 반을 가르는 순간 트러플오일 향이 먼저 올라와, 감자 소의 순한 단맛과는 결이 다른 풍미를 낸다. 셋을 나눠 먹으면 쌀가루 피와 감자 소라는 같은 바탕 위에서 속재료 하나가 맛을 어떻게 바꾸는지 드러난다.

마실 것 가운데 카페 이름을 가장 닮은 잔은 감자라떼다. 그 밖에도 강원도 농산물을 넣어 만든 음료를 두루 갖췄고, 달에 따라 한정 메뉴로 새 마실 거리가 더해지기도 한다. 감자빵에 감자라떼를 곁들이면 이름부터 감자로 맞춘 한 상이 된다. 흑임자와 콩가루를 묻힌 겉면의 고소함이 부드러운 라떼와 겹쳐, 감자 한 가지로 맛의 처음과 끝을 잇는 셈이다. 빵 한 입과 라떼 한 모금을 번갈아 들다 보면 강원도 밭의 맛이 오후 내내 이어진다.

야외 나무 탁자에 놓인 감자빵과 음료
야외 나무 탁자에 놓인 감자빵과 음료
나무 쟁반에 담아 낸 감자빵
나무 쟁반에 담아 낸 감자빵

카페 뒤편으로는 넓은 뒤뜰이 펼쳐진다. 테이블 사이 간격을 넉넉히 두었고, 철마다 계절에 맞는 꽃을 심어 마당의 색을 바꾼다. 여름에는 해바라기 꽃밭을 가꾸기도 하고, 곳곳에 즉석사진 부스와 기념사진을 남길 자리를 마련했다. 본점까지 왔다면 빵만 사 들고 나오기보다 뒤뜰 자리에 앉아 갓 구운 빵을 먹어 보길 권한다. 온라인 몰 상자에는 담기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마당이니까.

온실 모양 유리 구조물과 정원을 둔 카페 감자밭 뒤뜰
온실 모양 유리 구조물과 정원을 둔 카페 감자밭 뒤뜰

국내산 재료로 차리는 스페인 가정식, 아워테이스트

카페 감자밭이 밭의 작물을 빵으로 바꾼다면, 원도심 옥천동의 아워테이스트는 국내산 재료를 스페인 가정식 조리법으로 다룬다.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가정식 비스트로로, 이름을 우리말로 옮기면 ‘⁠우리의 맛⁠’⁠이다. 실내에는 6⁠인용 테이블 2⁠개만 놓였고, 곳곳에 스페인 여행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육림고개 너머 원도심 골목에 새 가게가 하나둘 들어서는 흐름 속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곳이다. 식당이라기보다 친구 집 거실에 초대받은 쪽에 가깝다.

피아노와 원목 식탁, 벽면 액자를 둔 아워테이스트 실내
피아노와 원목 식탁, 벽면 액자를 둔 아워테이스트 실내

주인이자 셰프는 기자 출신이다. 일을 그만두고 스페인 북부를 가로지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현지 가정식에 빠졌단다. 그 뒤로 순례길과 스페인 곳곳, 한국에서 수년간 먹고 또 먹으며 요리를 연구했고, 그 끝에 춘천 골목에 이 식당을 냈다. 길 위에서 맛본 현지 음식이 이 식당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주방은 셰프 혼자 꾸리기에, 접시마다 한 사람의 손맛이 고스란히 담긴다.

차림은 애피타이저와 메인, 디저트로 이어진다. 전채로는 작은 빵 위에 가지를 올린 가지 핀초가 나오고, 메인으로는 해산물 빠에야와 하몽 크로케타스, 감바스 알 아히요를 주로 낸다. 감바스 알 아히요는 새우와 마늘을 올리브오일에 끓인 요리다. 통영 자연산 돌문어를 쓴 요리와 강원도 곤드레나물을 넣은 빠에야는 국내 산지 재료를 스페인 조리법으로 다룬 접시다. 구성은 계절 재료에 따라 바뀌고, 낯선 요리 이름에는 메뉴판에 설명을 붙여 뒀다.

구운 돌문어와 감자를 검은 접시에 담아 낸 요리
구운 돌문어와 감자를 검은 접시에 담아 낸 요리
팬째 식탁에 내는 해산물 빠에야
팬째 식탁에 내는 해산물 빠에야

재료는 전국 산지에서 바로 받는 국내산이 기본이고, 올리브오일은 셰프가 하나씩 맛보고 고른 것을 쓴다. 메뉴판에는 구운 돌문어에 감자를 곁들인 접시와, 도토리를 먹여 키운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베요타 하몽에 바질페스토를 더한 파스타도 오른다. 디저트로는 스페인식 커스터드인 나띠야스 데 까세라스를 내고, 요리에 맞춰 셰프가 고른 스페인 내추럴 와인을 곁들일 수 있다. 문어와 감자, 하몽과 바질처럼 익숙한 재료끼리 짝을 지어 스페인 요리가 처음인 사람도 부담 없이 한 상을 비운다. 그릇에 담긴 재료가 어느 바다와 밭에서 왔는지 주방에 물어보는 것도 이 식당을 즐기는 방법이다.

테이블이 2⁠개뿐이라 한 번에 앉을 수 있는 손님은 12⁠명 안팎이다. 자리가 적은 만큼 한 접시에 들이는 시간과 손길이 길고, 식사의 속도도 자연히 느긋해진다. 와인 한 잔을 곁들여 빠에야 팬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천천히 앉아 있기 좋은 크기다. 춘천에서 스페인 와인을 곁들인 저녁을 차분하게 먹으려는 사람에게 꼭 맞는 식당이다.

옛 여관을 고친 아트스테이, 춘천일기스테이

춘천일기스테이는 원도심 중앙로 골목의 옛 여관 건물을 춘천의 젊은 기획자가 고쳐 만든 게스트하우스이자 아트스테이다. 숙소를 꾸리는 ‘⁠춘천일기⁠’⁠는 실험적인 지역 기획을 꾸준히 벌여 왔고, 이 숙소도 그런 기획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1⁠층 라운지는 방문객과 강원 창작자를 잇는 자리 노릇도 한다. 숙박으로 번 돈은 다시 동네 문화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여행하듯 일상을, 일상처럼 여행을⁠’⁠이라는 슬로건도 객실과 상점, 여행 안내를 한 건물에 모은 이 구조에서 나왔다.

객실은 전국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 3⁠명과 함께 꾸며, 방마다 다른 작가의 작품과 그 콘셉트에 맞춘 소품⁠·책을 들였다. 강원도와 춘천을 소재로 삼은 작품도 있어, 잠들기 전 방 안의 작업을 하나씩 살펴보는 시간도 하룻밤의 일부가 된다. 객실은 예술가의 작업을 들인 로컬아트스테이와 일반 싱글룸⁠·트윈룸으로 나뉜다. 1⁠인실에는 싱글베드를, 2⁠인실에는 더블베드나 트윈베드를 놓았고, 방마다 욕실을 따로 갖춰 혼자 묵어도 공용 욕실을 오갈 일이 없다.

나무 벽면에 그림을 걸어 둔 춘천일기스테이 객실
나무 벽면에 그림을 걸어 둔 춘천일기스테이 객실

1⁠층 라운지에는 작은 책방을 겸한 상점 ‘⁠춘천일기 상점⁠’⁠이 있다. 선반에는 춘천 굿즈와 함께 홍천에서 만든 와인, 화천에서 볶은 들기름 같은 강원도 생산자의 물건과 도내 농장과 손잡고 만든 상품이 오른다. 라운지 곳곳에 둔 소품마다 이 도시와 강원도의 이야기가 한 토막씩 담겼다. 운영진에게 물으면 동네 골목에 숨은 가게와 춘천을 새로 보는 여행법을 일러 준다. 숙소를 나서기 전 이곳에서 다음 행선지를 골라 보면 어떨까.

포스터와 지역 상품을 진열한 춘천일기스테이 1층 라운지
포스터와 지역 상품을 진열한 춘천일기스테이 1⁠층 라운지
채소 샐러드와 토스트, 커피를 함께 낸 춘천일기스테이 조식
채소 샐러드와 토스트, 커피를 함께 낸 춘천일기스테이 조식

아침에는 강원 지역 재료로 차린 조식이 나오며, 접시 위에는 지역 농장에서 거둔 채소로 만든 샐러드가 오른다. 책과 일기장을 챙겨 와 방에서 조용히 읽고 쓰다 가는 투숙객이 많단다. 방마다 욕실을 따로 둔 덕에 복도에서 남과 마주칠 일이 적어, 혼자만의 시간을 지키기에도 좋다. 관광지를 촘촘히 도는 일정보다 한 동네에 조용히 머무는 여행에 잘 어울린다.

이 기사에 나온 곳

카페 감자밭PLACE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74
운영
매일 10:00~21:00
문의
1566-3756
아워테이스트 (OUR TASTE)PLACE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옥천길40⁠번길 14 1⁠층
예약
예약제(캐치테이블, 전화, 인스타그램 @_ourtaste_)
문의
0507-1314-4695
춘천일기스테이 · 춘천일기 상점PLACE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중앙로27⁠번길 9-1
운영
체크인 16:00, 체크아웃 11:00
객실
로컬아트스테이⁠·싱글룸⁠·트윈룸(객실별 욕실, 조식 제공)
예약
네이버 예약, 인스타그램 @stay.chuncheondiary

2026⁠년 10⁠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노을
에디터 노을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Magazine / 2026⁠년 11⁠월호에서 이어 읽기

다음 꼭지 · 함께 읽을 기사 3/5 · 7⁠분사과 증류주 익는 양조장부터 고찰까지, 예산 5⁠곳
2026⁠년 11⁠월호 차례 기사 8⁠편 · 모두 읽으면 약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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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특집 3소설 속 여관에서 차밭 고개까지, 보성 늦가을 기행8⁠분
  4. 함께 읽기 11,300⁠년 은행나무에서 숲속 책방과 절벽 카페로7⁠분
  5. 함께 읽기 2감자빵의 오후와 옛 여관의 하룻밤, 춘천 3⁠곳7⁠분
  6. 함께 읽기 3사과 증류주 익는 양조장부터 고찰까지, 예산 5⁠곳7⁠분
  7. 함께 읽기 4사과 발효주 맛보고 협곡 다리 걷는 하루, 거창 4⁠곳7⁠분
  8. 함께 읽기 5인왕산 계곡과 미술관을 걷고 한옥에 묵는 서촌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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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여기예요

진하게 칠한 점이 이 기사에 나온 곳입니다. 다른 점을 누르면 그 지역 기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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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기사 1⁠편
  1. 감자빵의 오후와 옛 여관의 하룻밤, 춘천 3⁠곳FOOD · 지금 읽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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