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부터 부대찌개까지, 경기 노포 6곳
양평 보리밥과 한옥 스키야키, 이천 쌀밥 정식, 포천 한우 갈비, 의정부 화교 중국집, 동두천 부대찌개까지 경기 식당 6곳이 저마다 고집하는 재료를 짚는다.

가장 오래된 집은 1955년 문을 연 의정부 지동관이다. 양평 보리밥집과 한옥 스키야키집, 이천 쌀밥집, 포천 갈빗집, 동두천 부대찌개집이 그 뒤를 잇는다. 6곳 모두 2024년 경기노포 명단에 함께 오른 집이다. 단풍 나들이 끝에 한 끼를 맡길 만한 곳이다.
경기노포는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2023년부터 업력 20년 이상 된 가게를 골라 현판을 내주는 사업이다. 신청서 한 장으로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오래 지역과 함께하며 뚜렷한 운영 철학을 지켜 온 집이어야 한다. 첫해 25곳에 이어 2024년 32곳이 명단에 오르고, 선정된 가게에는 현판과 인증서가 붙는다.
보리밥과 스키야키, 쌀밥 정식과 한우 갈비, 딤섬과 부대찌개까지 메뉴가 제각각인 만큼 집마다 손을 놓지 않는 공정도 다르다. 의정부 지동관은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이기도 하다.
기른 나물과 담근 장으로 비비는 보리밥, 신내보리밥집
양평 개군면의 신내보리밥집은 1989년 한순자 씨가 문을 연 보리밥집이다. 지금은 딸 배연정 씨가 물려받아 꾸리지만, 상을 차리는 원칙은 1대 때와 같다. 2023년 경기도 소식지에는 어머니가 여전히 나물 간을 거든다는 이야기가 실린다.
식재료는 되도록 자급해서, 상에 오르는 채소는 직접 기른 것이 먼저이고 된장과 고추장도 손수 담근 장이다. 나물 반찬은 아홉 가지로, 철에 따라 구성이 바뀐다.
먹는 법은 단순하다. 큰 그릇에 보리밥과 반찬을 담고 시장에서 짠 참기름과 집 된장, 고추장을 입맛대로 더해 비빈다. 곁들이는 된장찌개도 1대 주인이 손수 담근 된장으로 끓인다.
날마다 들러 끼니를 해결하는 동네 단골도 꽤 된단다. 경기도 누리집의 ‘경기 백년 식당’ 꼭지에도 실린 집이다.


보리밥 한 그릇이 가볍게 느껴진다면 오리불고기를 더한다. 매콤한 양념에 버무린 오리고기를 철판에 구워 먹고, 남은 기름에 보리밥을 볶아 마무리하는 차림이다. 가게 명물로는 오리로스구이가 꼽힌다.
예약 손님만 받는 한옥 스키야키, 사각하늘
서종면 산골짜기 안쪽, 바깥은 전통 한옥이고 안은 일본식 미감을 섞은 집에서 스키야키를 낸다. 집을 지은 사람은 한옥을 오래 공부한 일본인 건축가 남편이다. 식당은 요리와 다도를 오래 익힌 한국인 아내가 꾸리고, 다실에서 말차를 내는 다도 프로그램도 맡는다.
부부는 집만큼은 둘의 취향대로 짓자고 뜻을 모으고, 한옥 뼈대에 일본식 실내를 들인다. 가게 이름 사각하늘도 이 집의 사각형 중정에서 따온 이름이다.
메뉴도 공간에 맞춰 고른다. 부부는 한옥과 어울리면서 한국의 제철 재료를 정갈하게 담아낼 요리로 스키야키를 꼽는다. 냄비에 넣는 채소는 철 따라 바뀌고, 곁반찬도 계절 재료로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것들이다.


식사도, 다실 말차 체험도 예약으로만 받는다. 먼 길을 찾아오는 손님을 제대로 맞으려는 운영이라, 말차 체험을 원하면 식사 예약 때 함께 묻는다.
그래서 지나는 길에 들러 끼니만 해결하려는 나들이에는 맞지 않는다. 예약하지 않은 손님은 받지 않으니까. 날짜를 먼저 잡고 예약을 마친 뒤에 찾아가는 집이다.
두부까지 가게에서 만드는 쌀밥 한 상, 마산아구 이천쌀밥
이천 마장면 덕평리의 쌀밥집에서는 1대 김영기 씨가 딸 김효진 대표에게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너라면 돈 내고 뭐 먹을래?”
아버지는 돈을 받고 내는 음식이라면 맛과 품질이 뛰어나야 한다고 여겼다. 이 질문을 기준 삼아 상을 차려 온 세월만 20년이 넘는다.
갈아서 넣을 채소도 흠 없는 것만 고르고, 철 지난 나물은 상에 올리지 않는다. 두부구이 반찬 하나를 내려고 두부 기계를 들여 놓고, 콩은 날마다 새로 받는다.
간판 메뉴 간장게장은 공이 더 드는 음식이다. 지금 맛에 이르기까지 시험해 본 간장 배합만 100여 가지란다.
쌀로 이름난 이천의 식당답게 상의 중심은 이천쌀로 지은 돌솥밥이다. 이천쌀밥한정식에는 황태채더덕구이와 생선구이, 고등어조림이 밑찬과 함께 오른다. 게장이 목적이면 특별한상, 쌀밥과 반찬을 고루 맛보려면 한정식이 맞다. 상호에 붙은 대로 아구찜과 아구탕, 꽃게탕도 차림표에 오른다.

갈비촌에서 한우만 쓰는 1983년 갈빗집, 포천이동한우갈비
횡성 한우, 수원 왕갈비, 담양 떡갈비처럼 고기 앞에 지명이 붙는 경우가 꽤 많다. 포천에서는 이동갈비가 그렇다.
이동면 장암리, 영평천 물길을 따라 소갈빗집이 줄지어 선 동네가 있다. 포천이동갈비촌이다. 1960년대 초 ‘이동 갈비집’과 ‘느타리 갈비집’이 문을 열면서 거리가 생기고, 전국에 이름이 퍼진 때는 1980년대다.
계기로는 서울 시장 상인 산악회가 꼽힌다. 국망봉을 오른 회원들이 하산 길에 갈비를 맛보고 돌아가 소문을 퍼뜨린 것이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포천 향토 자료는 그 산악회를 동대문시장 쪽으로, 다른 전언은 남대문시장 쪽으로 기억한다. 기름기를 걷어 낸 갈비를 양념해 참나무 숯불에 굽는 것이 이동갈비의 특징이다.
포천이동한우갈비의 개업은 1983년, 그러니까 갈비촌 이름이 전국으로 퍼지던 무렵이다. 옛 상호는 이동부산갈비다. 그 무렵 갈비촌은 국망봉과 명성산, 백운산을 내려온 등산객이 하산 길에 들르는 곳이다.
소고기 값이 치솟으면서 갈비촌의 문전성시는 옛말이 되고, 여러 갈빗집이 수입산 소고기로 돌아선다. 이 집은 문을 연 때부터 소고기만큼은 한우만 쓰고, 지금 상호에도 ‘한우’를 넣어 그 고집을 내건다. 고기는 개업 무렵부터 거래해 온 정육점에서 들인다.


고기를 통째로 들여와 기름을 걷어 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는 데까지가 모두 가게 몫이다. 그 수고의 이유를 남상윤 대표는 ‘자부심’이라는 한마디로 답한다.
단풍 산행을 마친 날이라면 옛 등산객처럼 하산 길 한 끼를 이 집에 맡길 만하다. 산에서 늦게 내려오는 날에는 마감 시각부터 전화로 확인한다.
조리사 5명이 분야를 나눠 맡는 중국집, 지동관
지동관의 시작은 1955년 의정부 제일시장 근처에 문을 연 용해반점이다. 창업주 김성정 씨는 산둥에서 건너온 화교이자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보국포장을 받은 사람이다. 의정부 토박이 사이에서 창업주는 ‘김 상사’, 이 집은 오래 ‘김상사네 청요리집’으로 통한다. 1963년 바꿔 단 지금 간판 지동(志東)은 고향 산둥을 향한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상견례나 약혼식처럼 집안 행사가 잡히면 의정부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던 집이 이곳이다. 그때 드나들던 손님의 자녀와 손주가 지금도 같은 식탁에 앉는다. 화교 가족이 3대째 잇는 가게로,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이자 2024년 경기노포다.
조리사 5명이 만두와 튀김, 면, 볶음, 재료 손질로 분야를 나눠 맡는다. 요리마다 채소 써는 법부터 달라서다. 허드렛일부터 육수 뽑기까지 주방 일을 두루 익히는 데 5년이 걸리고, 2대 김육안 대표는 그 2배인 10년을 배운 사람이다.


주문은 만두부터 넣곤 한다. 새우사오마이를 비롯해 손으로 빚어 내는 딤섬만 20가지다. 차림표는 3년마다 회의를 열어 손보는데, 짜장면 기본 맛은 그대로 두고 삼선짜장 같은 응용 메뉴를 더한다.
멘보샤나 꿔바로우처럼 요즘 손님이 찾는 요리도 함께 오른다. 대표 메뉴로는 간소중새우가 꼽히고, 간풍가지함과 크림중새우, 삼선간자장면도 차림표에서 찾을 수 있다.
김육안 대표는 지동관을 상징하는 말로 ‘풍미’를 꼽는다. 짜장을 볶을 때 고소한 향이 나듯, 지역을 사랑하는 맛과 향이 가게에서 풍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게는 10년에 한 번 새로 단장하고, 3대는 기왕이면 100년을 채우고 싶다는 바람을 내놓는다.
가족 모임 자리를 찾는다면 2층이 맞다. 홀과 룸을 갖춰 오래 집안 행사 자리로 쓰여 온 층이고, 엘리베이터도 다닌다.
채수로 끓이는 경기 북부식 부대찌개, 실비집
미군 부대가 주둔하던 지역마다 부대찌개가 따로 발달한다. 의정부와 평택, 파주, 군산, 그리고 미군 기지 캠프 케이시가 들어선 동두천이 그런 곳이다. 육수 내는 법과 치즈·소고기 다짐육을 넣는지 여부로 지역이 갈리며, 동두천과 파주는 이웃 의정부 쪽에 가깝고 평택은 재료 구성부터 다르다.
동두천 생연동 실비집은 경기 북부식 부대찌개 조리법을 다져 온 노포다. 가게 이력은 1969년부터로 잡히지만, 그보다 앞서 군인에게 밥을 팔던 집이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50여 년 전 이 집에서 밥을 먹던 젊은 군인이 아버지가 되어 아들과, 다시 손주와 함께 찾아온단다.
주력은 부대찌개와 부대볶음 두 가지다. 부대볶음은 흔히 부대찌개의 원형으로 여기는 음식으로, 여기에 육수와 양념장을 붓고 끓이면 찌개가 된다. 실비집의 찌개 국물은 제철 채소를 넣고 끓인 채수이고, 그 위에 가게 양념장이 더해진다.
햄 고르기는 대를 이어 가게를 꾸리는 신용권 대표의 몫이다. 시중 햄을 사다가 삶아도 보고 구워도 보며, 볶음과 찌개에 넣을 때 간과 씹는 맛이 맞는지 따진다.

부대찌개에도 옛날식 제철이 따로 있다. 김치를 오래 두기 어렵던 시절, 초겨울에 담근 김장김치가 알맞게 익는 늦겨울부터 봄까지다. 그 옛 철을 따라 먹어 보고 싶다면 2027년 늦겨울에서 봄 사이로 날을 잡으면 된다.
이 기사에 나온 곳
- 주소
- 경기 양평군 개군면 공서울길 39
- 예약
- 닭백숙·오리백숙은 미리 주문
- 문의
- 031-771-9199
- 주소
- 경기 양평군 서종면 길곡2길 53
- 운영
- 수~금요일 12:00~15:00, 토·일요일 12:00~20:00(준비 시간 15:00~17:00)
- 휴무
- 월·화요일
- 예약
- 전 좌석 예약제, 전화 예약 필수
- 주차
- 무료
- 문의
- 031-774-3670
- 주소
- 경기 이천시 마장면 덕평로882번길 2-9
- 요금
- 이천쌀밥한정식 22,000원, 특별한상(간장게장정식) 38,000원
- 주차
- 가능
- 문의
- 031-632-6924
- 주소
- 경기 포천시 이동면 화동로 2111
- 문의
- 031-532-4578
- 주소
- 경기 의정부시 호국로1298번길 78
- 운영
- 평일 11:00~21:00(준비 시간 15:00~17:00, 주문 마감 20:45), 토·일요일 11:00~20:30(준비 시간 15:30~17:00, 주문 마감 20:15)
- 휴무
- 월요일
- 주차
- 가능
- 가는 길
- 수도권 전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 걸어서 5분
- 문의
- 031-864-2047
- 주소
- 경기 동두천시 어수로 91
- 주차
- 가능
- 문의
- 031-865-8079
2026년 10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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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 포천 · 이천 · 여주 · 동두천 · 의정부,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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