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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박물관에서 시작하는 인천 면집 5⁠곳

옛 공화춘 건물인 짜장면박물관에서 내력을 읽고, 공화춘과 핏줄⁠·주방이 닿는 중국집과 쫄면의 탄생지로 불리는 제면소까지 면집 5⁠곳을 잇는다.

에디터 노을2026.10.25
붉은 벽돌 외벽 정면에 공화춘(共和春) 현판이 걸린 인천 차이나타운 짜장면박물관
노을에디터 노을
지역
인천
주제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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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시간
7⁠분

짜장면박물관은 옛 중국집 공화춘의 건물이다. 음식을 팔지 않는 전시관이 된 지 오래지만, 공화춘 집안과 주방에 연이 닿는 중국집은 지금도 차이나타운과 중앙동 골목에서 면을 삶는다. 짜장면 한 그릇의 내력은 박물관 진열장에서 시작해 골목의 식탁으로 이어진다.

인천항이 열린 해는 1883⁠년이다. 항구 둘레에는 청국과 일본의 조계가 들어섰다. 인천항으로 들어온 중국인 노동자 쿨리를 상대로 중화요리집이 하나둘 문을 열고, 대만계 화교를 중심으로 지금의 차이나타운이 꼴을 갖춘다. 개항 뒤 밀가루 공장이 자리 잡으면서 인천에서는 짜장면 말고도 국수와 냉면, 쫄면 같은 면 요리가 발달했다.

붉은 홍등과 중국풍 기와 장식 건물이 언덕길을 따라 이어지는 인천 차이나타운 거리
붉은 홍등과 중국풍 기와 장식 건물이 언덕길을 따라 이어지는 인천 차이나타운 거리
1930년대 공화춘 접객실 식탁 풍경을 인체 모형으로 재현한 짜장면박물관 전시실
1930⁠년대 공화춘 접객실 식탁 풍경을 인체 모형으로 재현한 짜장면박물관 전시실

박물관에서 공화춘 내력을 읽고, 그 집안과 주방이 닿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는다.

공화춘 건물에서 먼저 읽는 짜장면 내력, 짜장면박물관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 쪽으로 언덕을 조금 오르면 짜장면박물관이 나온다. 옛 공화춘 건물은 2006⁠년 등록문화재 제⁠246⁠호로 지정되고, 지금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부른다. 인천 중구가 2008⁠년 조성 계획을 세우고 이듬해 부지를 사들여 고친 끝에 2012⁠년 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연 곳이다.

공화춘의 뿌리는 산둥성 출신 화교 우희광이 청국 조계지에 차린 숙식 업소 산동회관이다. 항구를 오가는 사람이 밥을 먹고 잠을 자던 집에서 중국집의 역사가 출발한다. 상호를 공화춘으로 고친 해는 1912⁠년 무렵이다. 박물관 입구 안내판에는 1911⁠년 우희광이 지금 자리로 옮겨 개업하고 이듬해 이름을 고친 것으로 적혀 있다.

1922⁠년 발행한 주식 증서에는 사장 왕심보, 부사장 필명향과 함께 지배인으로 우희광의 이름이 오른다. 우희광이 1949⁠년 세상을 뜬 뒤 경영을 이어받는 사람은 아들 우홍장이다. 인천에서 처음 ‘⁠짜장면⁠’⁠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을 판 집이 이곳이란다. 다만 이를 못 박을 기록은 아직 없고, 학계에서는 고증보다 발상지 이야기가 먼저 퍼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시는 2⁠개 층으로 나뉜다. 1⁠층에는 공화춘 옛 간판과 그 시절 주방을 재현한 공간이 있다. 2⁠층 첫머리는 산둥반도에서 건너와 인천항에서 짐을 지던 노동자, 쿨리의 이야기다. 이들이 빠르고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려고 짜장면을 찾던 장면이 관람의 출발점이다. 예전 안내문에 남은 스마트폰 앱 재현 영상은 지금 앱에서 열리지 않으니 패널 설명을 중심으로 본다.

이어지는 전시실은 주제가 셋이다. 졸업식 날 가족과 가는 중국집 외식, 배달을 상징하는 철가방, 한국에서 태어난 인스턴트 짜장라면을 차례로 다룬다. 진열장에는 사자표 춘장과 밀가루, 철가방, 공화춘이 남긴 회계 장부와 가격표, 나무젓가락까지 놓여 있다.

산둥 가정식 작장면은 화교를 따라 들어온 음식이다. 지금 꼴의 짜장면은 1950⁠년대 이후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캐러멜을 섞은 사자표 춘장도 이 무렵부터 퍼진다. 면을 먹기 전에 출발점부터 알고 싶다면 순서는 박물관이 먼저다. 다만 이 건물에서 짜장면을 먹을 수는 없다. 음식점이 아니라 전시관이니까.

공화춘 주방의 내력을 전하는 중국집, 태화원

박물관과 같은 차이나타운로에서 갈라지는 골목에 중국집 하나가 있다. 태화원이다. 주인 손덕준 대표는 인천화교협회 회장을 지낸 화교 요리사다. 지역 매체는 지금의 2⁠층 건물을 100⁠여 년 된 집 16⁠채쯤이 들어찬 부지를 사들여 새로 지은 것으로 소개한다.

지역 언론이 전하는 집안 내력은 이렇다. 손 대표의 아버지는 중화루에서 요리를 배워 공화춘 주방장까지 지낸 사람이고, 손덕준 씨 역시 열일곱 살부터 주방 일을 시작한 요리사다. 그는 서울 여의도 중국집 열빈과 프라자호텔 중식당 도원을 거쳐 1992⁠년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돌아왔으며, 가업은 이제 아들이 잇는단다.

유리 그릇에 담긴 하얀 면발 옆으로 다진 고기 춘장 소스를 따로 내는 태화원 간짜장과 계란 국물
유리 그릇에 담긴 하얀 면발 옆으로 다진 고기 춘장 소스를 따로 내는 태화원 간짜장과 계란 국물
푸른 문양 테두리 접시 위에 군만두와 함께 차려진 태화원의 간짜장 한 상
푸른 문양 테두리 접시 위에 군만두와 함께 차려진 태화원의 간짜장 한 상

대표 메뉴는 향토짜장이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만드는 인천식 짜장을 내세우고, 인천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 집으로 통한다. 차이나타운 언덕에 늘어선 중국집 가운데 공화춘 주방과 이어지는 이야기를 지닌 집이기도 하다.

공화춘 주방의 내력을 따라 먹고 싶다면 차이나타운 첫 그릇은 이 집이다. 다만 그 내력은 문서 기록이 아니라 손 대표 집안이 전하는 이야기다. 연혁의 진위를 따지기보다, 아들이 가업을 잇는 화교 요리사의 주방으로 알고 들르는 편이 맞다.

공화춘 창업주의 외손녀가 꾸리는 중국집, 신승반점

신승반점은 인천역 맞은편에서 차이나타운으로 오르는 초입에 있다. 사업자 공공 기록에도 대표자 이름이 왕애주로 오른다.

주인 왕애주 씨는 공화춘 창업주 우희광의 외손녀이며, 어머니 우난영은 우홍장의 누이였다. 그러니까 박물관 진열장에서 읽은 공화춘 집안의 후손이 지금 이 골목에서 짜장면을 내는 셈이다.

검은 간판에 금색 한자로 신승반점(新勝飯店)을 적은 차이나타운 골목 안 입구
검은 간판에 금색 한자로 신승반점(新勝飯店)⁠을 적은 차이나타운 골목 안 입구
잘게 다진 돼지고기와 양파 춘장 소스에 반숙 계란프라이를 얹어 내는 신승반점 유니짜장
잘게 다진 돼지고기와 양파 춘장 소스에 반숙 계란프라이를 얹어 내는 신승반점 유니짜장

공화춘은 1980⁠년대에 문을 닫는다. 가게는 사라져도 창업주의 외손녀가 같은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집을 꾸린다는 점에서, 박물관과 이 집은 한 집안의 이야기로 묶인다.

대표 메뉴는 유니짜장면이다. 박물관에서 읽은 공화춘 집안의 후손이 지금 내는 짜장면을 맛보고 싶다면 이 집이 맞다. 다만 공화춘의 상호와 주방을 그대로 잇는 가게는 아니다. 외가의 핏줄이 닿는 집으로 알고 가면 된다.

창고를 고쳐 연 백년짜장 집, 만다복

만다복은 노포가 아니다. 화교 가정에서 자란 서학보 대표가 1999⁠년 차이나타운 재건 사업에 참여하고, 2007⁠년 낡은 창고를 고쳐 차린 가게다. 100⁠년 넘은 이름이 모인 거리에서 나이로는 젊은 축에 들지만, 오래된 명가 사이에서 새로 이름을 얻은 가게로 꼽힌다.

간판 메뉴는 백년짜장이다. 짜장면이 흔해지기 전의 맛을 겨냥한 그릇으로, 서 대표는 2025⁠년 인터뷰에서 재래식 춘장으로 옛 방식을 살린다고 설명한다.

캐러멜 색소를 쓰지 않은 갈색 콩장에 마늘 소스, 육수를 함께 내는 만다복 하얀백년짜장 상차림
캐러멜 색소를 쓰지 않은 갈색 콩장에 마늘 소스, 육수를 함께 내는 만다복 하얀백년짜장 상차림

2023⁠년 한국관광공사 소개에는 하얀짜장과 하얀짬뽕이 대표 메뉴로 오르고, 지역 매체 인천in⁠은 이 메뉴를 ‘⁠하얀 백년짜장⁠’⁠으로 소개한다. 박물관에서 1950⁠년대 이후의 짜장면 이야기를 읽고 온 길이라면, 그보다 앞선 시절의 맛을 겨냥한 이 집 짜장과 견주어 볼 만하다.

노포의 연혁보다 짜장 한 그릇의 변주를 보고 싶은 날에 맞는 집이다. 다만 메뉴 구성은 해마다 바뀔 수 있으니 하얀짜장을 노린다면 주문 전에 판매 여부부터 묻는다.

대불호텔 건물에서 이름을 알린 가게, 중화루

옛 중화루의 개업 연도는 1918⁠년이 통설이지만, 인천시립박물관은 화교 상회 자료를 근거로 1915⁠년으로 본다. 가게가 지금도 회자되는 까닭은 1922⁠년부터 쓴 건물에 있다. 일본인 해운업자 호리 히사타로가 1887~1888⁠년에 지은 대불호텔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이곳을 우리나라 첫 서양식 호텔로 소개한다. 배로 인천항에 내린 외국인이 서울로 떠나기 전 묵어 가던 숙소다.

호텔이 영업을 접는 때는 1907⁠년 무렵이다. 1922⁠년 무렵 건물이 중국인 뢰문조에게 넘어가고, 중화루가 이 건물을 사들여 넓혀 개업한다. 당시 지역 신문에 실린 신장개업 날짜는 그해 음력 2⁠월이다. 1915⁠년 개업설로 치면 문을 연 지 7⁠년쯤 되는 해다.

차이나타운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한 붉은 벽돌 4층 건물 중화루 외관
차이나타운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한 붉은 벽돌 4⁠층 건물 중화루 외관
양파와 오이, 목이버섯을 넣고 걸쭉한 소스에 볶아 낸 중화루 탕수육과 면 요리
양파와 오이, 목이버섯을 넣고 걸쭉한 소스에 볶아 낸 중화루 탕수육과 면 요리

뢰씨 집안이 대를 이어 꾸리던 가게는 1970⁠년대 초 문을 닫는다. 간판은 1978⁠년 인천시립박물관으로 들어가고, 건물도 그해 헐린다. 2011⁠년 공사 중 옛 호텔의 흔적이 드러나고, 그 자리에는 2018⁠년 중구생활사전시관이 들어선다. 지금 이름은 대불호텔전시관이다. 인천시 관광 앱 ‘⁠인천e⁠지⁠’⁠의 시간여행 메뉴에서는 AR 도슨트 영상을 볼 수 있다. 대불호텔 창업자의 아들 호리 리키타로가 호텔 역사를 풀어 주는 구성이다.

지금의 중화루는 태화원 손덕준 대표가 중앙동에서 옛 이름을 다시 걸고 연 가게다. 중앙동은 차이나타운 언덕 아래, 옛 일본 조계 쪽 동네다. 손 대표 집안이 옛 주방과 이어진다는 주장이 있고, 원조와 관계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10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킨 노포를 기대하고 가면 연혁이 맞지 않는다. 옛 이름을 이어 건 가게로 알고, 대불호텔전시관과 묶어 이름의 내력을 읽는 편이 낫다.

1969⁠년 제면소에서 시작한 쫄면, 광신제면소

광신제면은 1969⁠년 개항로에서 문을 연 제면소다. 1970⁠년대 냉면 가락을 뽑다가 직원 실수로 굵고 질긴 가락이 나오고, 그것이 쫄면이 된단다. 이 면에 매운 양념장을 비벼 처음 판 곳은 신포동 신포우리만두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원조를 두고는 1970⁠년대 삼성식품공업사도 같은 주장을 편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 가를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인천시립박물관은 광신제면을 쫄면의 탄생지로 불리는 제면소로 소개한다. 인천 면 요리의 내력을 모은 전시관 누들플랫폼도 광신제면을 인천 면 요리를 키운 이름으로 다룬다.

광신제면이 원래 뽑던 냉면도 인천에서는 크게 두 스타일로 나뉜다. 평양냉면을 바탕으로 까나리액젓을 넣어 감칠맛을 살린 방식과, 양푼에 열무김치를 넣어 시원하게 말아 내는 방식이다.

광신제면소는 광신제면이 직접 차린 가게다. 그 면과 떡으로 쫄면과 냉면, 떡볶이를 만든다. 간판의 ‘⁠since 1969⁠’⁠는 가게가 아니라 공장의 연도다. 분식집 메뉴판마다 오르는 그 면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이름이, 그대로 이 집 상호다. 가게가 자리한 신포동 쪽은 신포우리만두가 있는 신포국제시장과도 가까워, 쫄면을 둘러싼 두 이야기가 한 동네 안에 모인다.

삶은 계란과 양배추, 오이, 쑥갓, 초고추장 양념을 얹은 광신제면소 비빔쫄면과 돈가스
삶은 계란과 양배추, 오이, 쑥갓, 초고추장 양념을 얹은 광신제면소 비빔쫄면과 돈가스

굵고 쫄깃한 면에 채소와 매운 양념을 버무리는 비빔쫄면에는 같이 파는 수제 돈가스가 잘 맞는다. 매운 양념이 부담스럽다면 물쫄면이나 냉면을 고르면 된다. 짜장면 대신 인천의 다른 면을 맛보고 싶은 날이라면 이 집 쫄면이 좋다.

이 기사에 나온 곳

짜장면박물관PLACE
주소
인천 제물포구 차이나타운로 56-14
운영
09:00~18:00(입장 마감 17:30)
휴무
월요일(공휴일이면 다음 날), 1⁠월 1⁠일, 설⁠·추석 당일
요금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군경 500⁠원, 어린이 무료
문의
032-773-9812
태화원PLACE
주소
인천 제물포구 차이나타운로59⁠번길 10
문의
032-766-7688
신승반점PLACE
주소
인천 제물포구 차이나타운로44⁠번길 31-3
요금
유니짜장면 11,500⁠원
문의
032-762-9467
만다복PLACE
주소
인천 제물포구 차이나타운로 36
문의
032-773-3838
중화루PLACE
주소
인천 제물포구 홍예문로 12
광신제면소PLACE
주소
인천 제물포구 신포로23⁠번길 57, 1⁠층
휴무
수요일
요금
쫄면⁠·물쫄면⁠·냉면 각 8,000⁠원, 수제 돈가스 11,000⁠원
문의
032-710-7460

2026⁠년 10⁠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노을
에디터 노을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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