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드문 길 끝, 영양에서 별 보는 밤
고속도로 없는 산골 영양에서 서석지와 선바위, 옛 양조장과 자작나무숲, 아시아 첫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천문대까지 7곳을 소개한다.

아시아에서 처음 지정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경북 영양에 있다. 군을 지나는 고속도로가 없고, 군으로 드는 길도 넓어야 왕복 2차선이다. 1973년 7만 명 남짓이던 군 인구가 지금은 1만 5,000여 명인 산골이라 대기가 맑고, 천문대 진입 도로변에는 가로등이 거의 없다.
별을 보기 전 낮에 둘러볼 곳은 6곳이다. 17세기 선비가 판 연못 정원, 겸재 정선이 그린 바위와 화전 일구던 산골 살림을 옮겨 놓은 박물관이 입암면에 모인다. 창업 100년을 맞은 양조장과 〈승무〉 시인의 고향, 헐벗은 산에 심은 자작나무숲을 더하면 천문대까지 7곳이다.
1645년 조성 기록이 새로 나온 연못 정원, 서석지
입암면 연당리 마을 안쪽에 정자 딸린 작은 연못 정원이 있다. 조선 중기 학자 석문 정영방이 꾸민 서석지다.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과 함께 흔히 우리나라 3대 민간 정원으로 꼽히고, 셋 가운데 경북 내륙 산골에 자리한 곳은 서석지뿐이다. 국가민속문화유산에는 ‘영양 서석지’라는 이름으로 올라 있다.
정영방은 1577년 예천 용궁에서 태어나 우복 정경세에게 배운다. 1605년 진사시에 붙지만, 광해군 때 어지러운 조정을 피해 벼슬 대신 학문을 붙든다. 병자호란 뒤에는 넷째 아들과 함께 연당으로 들어와 정자 경정을 짓고 못을 판다.
못을 판 해를 두고는 기록이 둘이다. 국가유산 기록과 영양군 안내에는 광해군 5년, 1613년으로 적혀 있다.
그런데 2026년 8월 영양군이 주일재 상량문에서 새 구절을 찾아 공개한다. ‘을유년에 이 못을 파고 서석이라 이름 붙인다(歲乙酉 鑿斯池名曰瑞石)’는 대목이다. 정요천이 지은 이 상량문은 1919년 중수 때 옮겨 적은 사본으로 전한다. 을유년은 1645년이니, 병자호란 뒤 연당에 들어온 이력과 시기가 맞는 셈이다.
서석지라는 이름은 상서로운 돌이 있는 못이라는 뜻이다. 못 안에는 돌 90개가 있고, 60개는 수면 위로 드러나고 30개는 물에 잠긴다. 정원 한쪽 사우단에는 소나무·대나무·매화·국화를 심는다. 선비가 벗으로 삼은 네 식물이라는 뜻의 이름이다. 마당에는 400년 넘은 은행나무도 서 있다.
정원 바깥 절경은 따로 ‘서석지외원 16경’으로 헤아린다. 화려한 조형을 기대하면 심심하다. 돌과 물, 정자 몇 채로 짠 정원이니까.


겸재 정선이 그린 바위와 산촌 살림 전시, 선바위관광지·영양산촌생활박물관
서석지외원 16경의 대표는 선바위다. 겸재 정선이 그린 〈쌍계입암〉의 실제 배경으로, 선바위관광지 안에 영양산촌생활박물관이 함께 있다. 바위를 보고 박물관에 들르면 한 자리에서 2곳을 묶는다.
영양은 사방이 산이다. 북쪽 끝 일월산이 해발 1,219m이고 나머지 땅도 대부분 해발 200m를 넘어, 옛사람은 이 비탈을 개간하고 화전을 일궈 살림을 꾸렸다.
관람객은 겨울에서 시작해 봄·여름·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로 돌아오는 순서로 산촌의 한 해를 따라간다. 전시는 물고기 잡이와 사냥, 산나물 다듬기와 꿀 따기 같은 산촌 생업을 다루고, 까치구멍집도 따로 소개한다.
야외 전통생활체험장은 산촌 가옥을 실제 크기로 재현한 마당이다. 주차장 가까이에는 부엌과 안방, 외양간까지 갖춘 산촌 농가도 한 채 재현돼 있다.
산촌 살림을 처음 보는 아이가 일행에 있다면 서석지보다 이쪽에 시간을 더 쓴다. 바위만 보고 돌아서면 박물관 마당의 굴피집과 너와집을 놓친다.


1926년 창업 양조장을 고쳐 연 막걸리 공방, 발효공방1991
영양읍 군청길, 군청과 읍사무소 사이에 옛 영양양조장 건물이 있다. 영양양조장은 1926년, 그러니까 꼭 100년 전 영양주조 주식회사로 창업해 3대에 걸쳐 막걸리를 빚은 곳이다.
양조장은 한동안 문이 닫혀 있다가 2022년 발효공방1991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연다. 교촌에프앤비가 영양군과 손잡고 낡은 건물을 고치고 양조 설비를 정비한 결과다.
술의 바탕은 17세기 조리서다. 장계향은 영양 재령이씨 집안으로 시집와, 며느리들에게 조리법을 전하려고 1670년 무렵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쓴다. 양조사는 이 책에서 양반가 막걸리 감향주를 찾아내고, 가양주를 담가 온 13대 종부에게서 빚는 법을 익힌단다. 대표 막걸리 은하수는 감향주 빚는 법에서 착안한 술로, 6도와 8도 제품이 있다.
은하수는 옛 발효실과 거주 공간, 창고를 고친 카페 소풍에서 판다. 운영은 영양군꽃차사회적협동조합이 맡는다.
술을 담아 팔던 말통과 옛 상호가 찍힌 상자, 서류 같은 옛 물건은 한쪽에 따로 모여 있다. 양조장 시절의 역사를 정리한 전시 공간도 있고, 카페 앞에는 막걸리 마시는 할아버지 조형물이 선다.
스무디와 푸딩, 타르트에도 막걸리를 넣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알코올을 날린다. 술을 즐기지 않는 일행이라면 디저트 쪽을 고르면 되고, 막걸리를 넣은 커피 음료 막푸치노도 대표 메뉴로 꼽힌다.


청록파 조지훈의 삶을 모은 문학관, 지훈문학관
일월면 주곡리에 시인의 고향 주실마을이 있다. 〈승무〉를 쓴 조지훈이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다. 박목월·박두진과 함께 청록파로 불리며 한국 현대시의 한 축을 세운 시인이다.
마을 안 지훈문학관은 2007년 5월 18일 문을 연다. 2026년 10월에는 한국문학관협회가 연 제11회 한국문학관 전국대회에서 ‘올해의 최우수 문학관’에 이름을 올린다.
전시 주제는 소년 시절, 광복과 『청록집』, 가족, 지사이자 학자, 선비로 산 삶으로 나뉜다. 유품과 사진 100점 곁에는 헤드폰으로 시 〈낙화〉 낭송을 듣는 자리도 있다. 청록파라는 이름은 세 시인이 1946년 함께 낸 시집 『청록집』에서 나온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지나며 사회 비판에 거침없던 이력까지 전시에 담긴다. 시를 좋아하는 일행이 있다면 들를 만하다.

1993년 산림청이 심은 30.6ha, 영양자작나무숲
1993년 산림청은 벌채와 솔잎혹파리 피해로 헐벗은 수비면 죽파리 검마산 자락 30.6ha에 자작나무를 심는다. 축구장 42개를 늘어놓은 넓이로, 2026년으로 심은 지 33년이 된다. 자작나무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오래 보존되고, 신라 고분에서 글자를 새긴 껍질이 나올 정도라는 것이 영양군 설명이다.
숲 아래 주차장에서 숲 입구까지 임도 4.7km에는 일반 차량이 들어가지 못한다. 대신 영양군이 전기 셔틀을 돌리니, 셔틀로 내려올 사람은 마지막 하행 시각보다 먼저 탑승 지점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전기차는 자리가 차면 정해진 시각보다 먼저 떠나고, 돌아올 때는 내린 자리에서 다시 탄다.
걸어서 들어가는 길도 있다. 임도 오른쪽으로 바닥까지 비치는 계곡물이 흐르고, 그 곁으로 흙길 산책로가 따로 난다.
탐방로는 1코스(1.49km)와 2코스(1.52km)로 나뉜다. 두 길은 제2쉼터에서 한 번 만난 뒤 다시 갈라져 꼭대기 전망대로 오른다. 길이 차이가 30m 남짓이라 어느 쪽을 골라도 큰 차이는 없다. 숲 안에는 숲속교실과 사방댐, 목계단과 통나무다리도 놓인다. 제2쉼터부터 전망대까지는 짧지만 산을 타는 오르막이다.
등산화와 긴 바지를 갖췄다면 끝까지 가고, 운동화 차림이라면 제2쉼터에서 돌아선다. 강원 인제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처럼 조형물이 이어지는 숲을 기대하면 허전하다. 단풍 드는 가을에는 사람이 가장 몰려, 올라가는 셔틀을 한 대 놓치면 그만큼 숲에 닿는 시각이 늦어진다.


2015년 아시아 첫 밤하늘보호공원 지정, 영양반딧불이천문대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IDA)는 수비면 수하리 일대, 수하계곡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주변을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한다. 아시아 첫 사례이고, 등급은 은(Silver)이다. 협회 명부에는 ‘영양반딧불이생태공원 밤하늘보호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올랐으며, 맨눈으로 은하수와 유성을 볼 만큼 하늘이 투명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지정 기관은 이 공원이 어둠을 지키는 관리 계획을 세우고 반딧불이 서식지를 함께 보전한다고 설명한다. 빛 공해가 적다는 점과 생태계를 지켜 온 노력이 함께 지정 사유에 든다.
공원 안 영양반딧불이천문대는 2005년 9월 문을 연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데다 진입 도로변에 가로등을 거의 두지 않아 관측을 방해하는 빛이 적다.
지름 8m 돔 천체투영실에 38석과 4채널 디지털 투영기를 놓고, 지름 7m 원형 돔을 얹은 주관측실에는 구경 600mm 반사망원경을 들인다. 낮 입장권으로는 돔 천장에 별자리를 띄우는 투영실과 별생태체험관을 둘러보고, 태양망원경으로 흑점과 홍염을 보는 관측은 따로 신청한다. 보조관측실은 지붕이 옆으로 열리는 슬라이딩 돔이다.
밤에는 하루 3차례 천체관측을 진행한다. 장소는 3층 보조관측실이고, 망원경으로 달과 행성, 성운과 성단 같은 천체를 본다. 운이 맞으면 하루 15번 넘게 지구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줄지어 지나는 스타링크 위성도 하늘에서 찾는다.
천문대가 문을 여는 밤이라면 표를 사지 않아도 앞마당에서 맨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다.
구름과 안개, 미세먼지를 빼면 별을 가리는 가장 큰 변수는 달이다.
보름 무렵 환한 밤에는 은하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날짜는 초승달이나 그믐달 언저리, 달이 늦게 뜨거나 일찍 지는 밤으로 잡는다. 구름이든 안개든 미세먼지든 하나만 짙어도 별빛은 흐려지니, 출발 전 천문대에 전화해 그날 하늘 상태부터 묻는다.

이 기사에 나온 곳
- 주소
- 경북 영양군 입암면 서석지1길 10
- 운영
- 상시 개방
- 요금
- 무료
- 휴무
- 연중무휴
- 주차
- 가능
- 문의
- 054-680-6442
- 주소
- 경북 영양군 입암면 영양로 963
- 운영
- 3~10월 09:00~18:00, 11~2월 09:00~17:00
- 요금
- 무료
- 문의
- 054-680-6412(영양군 문화관광과)
- 주소
- 경북 영양군 영양읍 군청길 49
- 문의
- 054-682-0230
- 주소
-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실길 55
- 운영
- 3~10월 09:00~18:00(입장 17:00까지), 11~2월 09:00~17:00(입장 16:00까지)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 요금
- 무료
- 주차
- 무료
- 문의
- 054-682-7763
- 주소
- 경북 영양군 수비면 자작나무길 96 (주차장·셔틀 탑승장)
- 운영
- 전기 셔틀 상행 09:30~15:30, 하행 10:00~16:00(평일 40분, 주말·공휴일 30분 간격). 비 오는 날과 기상 악화 때는 운행 중단
- 휴무
- 월요일(셔틀 운행 없음)
- 요금
- 숲 입장·셔틀 무료
- 가는 길
- 주차장에서 숲 입구까지 임도 4.7km는 일반 차량 통행 금지. 걸어서 편도 1시간 30분쯤. 셔틀 하행은 내린 곳에서 탄다
- 문의
- 054-682-6853(영양자작나무숲 힐링센터)
- 주소
- 경북 영양군 수비면 반딧불이로 129
- 운영
- 주간 13:00~18:00, 야간 19:30~22:00(매표 마감 운영 종료 1시간 전). 야간 천체관측 20:00·20:40·21:20 시작, 회차당 30분
- 휴무
- 월요일, 공휴일 다음 날,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 요금
- 주간·야간 각각 어른 4,000원, 청소년(만 5~18세) 3,000원, 4세 이하 무료. 비 오는 날 2,000원. 태양관측 1,000원
- 예약
- 온라인 예약 없이 현장 선착순 매표. 야간 입장권은 낮에 미리 살 수 없다
- 문의
- 054-680-5332
2026년 10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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