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화차 한 잔에 쌍아정 한 그릇
정읍 옛 도심 쌍화찻집 거리의 첫 집에서, 곱돌 잔에 담긴 쌍화차와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쌍화청을 부어 먹는 쌍아정을 맛봤다.
정읍 하면 송명섭 막걸리밖에 몰랐다. 쌍화차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달걀노른자를 띄운 쌍화차는 여기저기서 즐겨 마셨으니, 동료 에디터들이 취재해 오는 쌍화차거리가 늘 궁금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던졌다. 쌍화차는 물론이고, 쌍아정 같은 응용 메뉴도 꼭 맛보라고. 가 보니 쌍화차와 쌍아정은 하나씩 시키는 게 맞았다.
쌍화찻집이 모인 옛 도심, 정읍 쌍화차거리
거리 규모는 크지 않다. 북쪽 끝 각시다리 공영주차장에서 시작해 정읍세무서 쪽으로 이어지는데, 찻집이 몰린 구간은 450m 남짓이다. 그 짧은 길에 쌍화차 전문 찻집이 줄지어 있는 게 신기했다.

거리 안내판 지도에 이름이 오른 찻집만 20곳이다. 이학수 당시 정읍시장은 2024년 기고에서 이곳을 ‘전국 유일의 쌍화차 거리’라고 소개했다. 1980년대에 전통찻집 한 곳이 이름나면서 찻집이 하나둘 모여든 거리란다.


다만 볼 것이 많은 곳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한다. 쌍화차 하나 보고 가는 길이다.
쌍화차와 정읍을 잇는 약초는 지황이다. 정읍은 1992년 지황 주산지로 지정됐다. 2025년 시민 공모로 고른 ‘정읍보물’에도 쌍화차는 대표 음식(3미)으로, 지황은 특산품(6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쌍아정 때문에 고른 집, 다소니
찻집 가운데 다소니를 고른 것도 쌍아정 때문이다. 이름만 들어도 짐작이 간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요아정’을 쌍화차로 바꾼 디저트다. 주차장 쪽에서 거리에 들어서면 첫 집이라 찾기도 쉽다.
문에는 쌍아정과 냉쌍화 포스터가 나란히 붙었다. 쌍아정 포스터에는 ‘다소니쌍화차 최초 개발’이라는 문구도 보인다.

안은 오래된 다방 같은데 낡은 티가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옛날 생과일 카페 쪽에 가깝다. 평일 낮이었는데도 손님이 꽤 있었다.
주문과 계산은 계산대에서 먼저 한다. 쌍화차 하나, 쌍아정 하나. 혼자서. 계산대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주문을 받아 줬다. 괜히 머쓱했다.
재료만 20여 가지, 쌍화차
쌍화차는 곱돌 잔에 담겨 먼저 나왔다. 곱돌솥을 만드는 그 돌이라 차가 쉽게 식지 않는단다.

주전부리 한 상도 따라 나왔다. 다소니 메뉴판에는 한 사람이 한 잔을 시키면 호박식혜와 가래떡구이, 누룽지를 내준다고 적혀 있다.


단맛이 먼저 오고, 한약 냄새가 구수하게 남는다. 몸에 좋은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마시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지는 건 확실하다.
정읍시는 정읍 쌍화차에 재료 20여 가지가 들어간다고 소개한다. 지황과 작약, 황기, 당귀, 천궁, 진피가 대표적이고, 고명은 밤과 은행, 잣이다. 집마다 달이는 방식도 달라서, 옹기를 쓰는 집도 가마솥에 10시간 넘게 달이는 집도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두세 집 들러 비교해 봐도 좋겠다.
이름의 뿌리는 한약 처방 쌍화탕이다. 기와 혈을 함께 보한다는 처방으로, 송나라 의서 『태평혜민화제국방』에 나오고 『동의보감』에도 실려 있다.
노른자는 띄우지 않았다. 옛날 다방처럼 노른자 띄운 쌍화차를 좋아하지만, 이날은 쌍아정까지 시켰으니까. 한 잔만 시켰다면 띄웠을 거다.
아이스크림에 쌍화청을 붓는다, 쌍아정
이어서 쌍아정이 나왔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견과류와 과일, 한방 재료를 올렸고, 진하게 달인 쌍화청이 따로 나온다. 이걸 아이스크림에 부어 먹는다. 에스프레소 대신 쌍화차를 붓는 아포가토인 셈이다.


맛은 달달한데, 향은 쌍화차 그대로다. 같은 쌍화차인데 잔으로 마실 때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맛도 맛이지만 조합부터 재미있다. 쌍화차거리에서 파는 쌍화차 요아정. 안 사 먹고 배길 수 있나.
더운 날엔 쌍화차를 차갑게 시켜도 된다. 쌍화얼음과 밤 고명을 올린 냉쌍화다. 전북 관광 누리집은 이 거리에서 쌍화차 라테와 아이스크림, 과자를 파는 집도 있다고 소개한다.
축제 상품권은 찻집에서도 쓴다, 정읍 구절초 꽃축제
2026년 정읍 구절초 꽃축제는 10월 8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어른 입장권 7000원 가운데 4000원은 정원사랑 상품권으로 돌려받는데, 이 상품권을 정읍 시내 쌍화찻집에서도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축제장인 구절초 지방정원은 시내에서 떨어진 산내면에 있고, 정읍시는 축제 기간에 길이 덜 막히는 오전 방문을 권한다. 오전에 구절초를 보고 시내로 돌아와, 상품권으로 쌍화차 값을 치르면 된다.
이 기사에 나온 곳
- 주소
- 전북 정읍시 중앙1길 일대(장명동)
- 가는 길
- 정읍역에서 택시로 6분쯤, 걸어서 30분 남짓
- 주차
- 거리 북쪽 끝 각시다리 공영주차장(29면, 유료)
- 운영
- 찻집마다 영업시간과 쉬는 날이 다르다
- 주소
- 전북 정읍시 중앙1길 173 1층
- 운영
- 매일 10:00~21:00(마지막 주문 20:00)
- 문의
- 063-533-3989
- 요금
- 수제쌍화차 1만 원, 쌍아정 9000원
- 가는 길
- 산내면 구절초 지방정원. 쌍화차거리에서 차로 40분쯤
- 운영
- 2026년 10월 8~18일, 매표 08:30~17:30
- 요금
- 어른 7000원(정원사랑 상품권 4000원 포함), 정읍시민 무료
2026년 10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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