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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마을, 안동 맹개마을

낙동강 건너 맹개마을에서는 밀을 길러 소주를 빚고 손님을 재운다. 당일 견학과 하룻밤 가운데 무엇을 고를지, 근처 농암종택과 도산서원까지 함께 정리했다.

징검다리가 놓인 얕은 낙동강 여울을 가로질러 마을로 건너가는 맹개마을 트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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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북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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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는 낙동강을 건너야 닿는 마을이 있다. 다리가 없어서 사람도 짐도 소형 모터보트나 트랙터로 강을 오간다. 얕은 여울에는 징검다리도 하나 놓여 있다. 맹개마을이다.

트랙터로 강을 건너 양조장을 둘러보고, 마을에서 저녁을 먹고 잤다. 당일 견학으로 충분할지 하룻밤을 묵어야 할지, 근처 농암종택과 도산서원까지 함께 정리했다.

다리 대신 트랙터, 가송리 강가

강가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마지막 길부터 좁다. 절벽과 하천을 끼고 이어지는 길인데, 비포장 구간도 있어 마주 오는 차를 살피며 천천히 몰아야 한다.

차 없이 간다면 버스를 두 번 탄다. 안동역에서 410⁠번을 타고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12⁠번으로 갈아탄 뒤, 소두들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512⁠번 가운데 가송을 거치는 차라면 가송에서 내려도 좋다. 배차 간격이 기니 출발 전에 경안여객에 시각을 확인해 둘 것.

청량산을 비롯한 백두대간 산자락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가송리의 낙동강
청량산을 비롯한 백두대간 산자락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가송리의 낙동강

그날은 강가의 약속한 자리에서 기다리자 마을 쪽에서 트랙터를 몰고 마중을 나왔다. 강은 깊지 않았다. 바퀴가 강물에 닿을 때마다 물방울이 튀고 트랙터가 덜컹거렸다.

건너편에 닿으면 앞은 낙동강, 뒤는 청량산을 비롯한 백두대간 봉우리다. 농사를 짓는 마을이라 안쪽 길도 비포장 흙길이다. 굽이 낮고 편한 신발을 신는 편이 좋다.

4~5⁠가구가 떠난 자리, 밀과노닐다

마을 측 설명으로는 1980⁠년대 초 이곳에 4~5⁠가구가 살았다. 교통도 전기도 상하수도도 시원치 않아 한 집씩 시내나 대도시로 떠났고, 마을은 버려지다시피 했다.

모래톱 안쪽으로 숙소와 양조장, 밭이 자리 잡은 맹개마을 전경
모래톱 안쪽으로 숙소와 양조장, 밭이 자리 잡은 맹개마을 전경

약 20⁠년 뒤 김선영⁠·박성호 부부가 귀농하면서 마을에 다시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부부가 처음 왔을 때 남아 있던 것은 무너져 가는 집 2⁠채였다고. 두 사람은 밀과 메밀 농사를 지으며 농업회사법인 ‘⁠밀과노닐다⁠’⁠를 꾸렸다. 마을 땅은 3⁠만 평 안팎이다.

수확을 마친 뒤 누런 그루터기가 남은 마을 뒷산 능선 밭
수확을 마친 뒤 누런 그루터기가 남은 마을 뒷산 능선 밭

밭은 강변 평지에만 있지 않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마을 뒷산 능선 위에도 넓은 밭이 나온다. 봄에는 초록빛 밀이 자라고, 6⁠월 하순이면 수확이 끝나 밑동만 남은 밭을 보게 된다. 푸른 밀밭이나 가을 메밀꽃을 보고 싶다면 예약 전에 시기를 물어보는 편이 좋다. 2024⁠년에는 ‘⁠한국관광의 별⁠’ 융복합 관광콘텐츠 분야에 뽑혔다.

1540⁠년 무렵 조리서의 술, 진맥소주

안동 소주 하면 흔히 쌀로 내린 술을 떠올리는데, 여기는 밀로 빚는다. 부부는 밀 농사를 짓다가 소주를 내리기 시작했다. 밀을 그대로 팔기보다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생각이었다고 마을 측은 설명한다. 술은 직접 기른 유기농 통밀로 빚는다.

22도·40도·53도 진맥소주와 오크통 숙성주 ‘시인의 바위’ 병, 시음 잔
22⁠도⁠·40⁠도⁠·53⁠도 진맥소주와 오크통 숙성주 ‘⁠시인의 바위⁠’ 병, 시음 잔

진맥(眞麥)⁠은 참밀, 그러니까 밀을 뜻하는 옛말이다. 이름과 주조법은 안동 선비 김유(1491~1555)⁠가 1540⁠년 무렵 쓴 조리서 〈수운잡방〉⁠에서 가져왔다. 이 책에 실린 122⁠개 항목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술 빚는 법이다. 맹개마을은 책에 적힌 주조법을 토대로 이 술을 복원했다.

진맥소주라는 이름과 주조법은 1540⁠년 무렵 쓴 조리서 〈수운잡방〉⁠에서 가져왔다.

같은 밀로 빚은 3⁠잔, 양조장 견학

양조장 견학은 예약제다. 트랙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데서 시작해, 박성호 이사의 안내로 마을 이야기를 듣고 양조 시설과 토굴을 둘러본 뒤 시음으로 끝난다. 토굴 안은 서늘하고 바닥에 물기가 있어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마을 안 토굴 저장고에 층층이 쌓여 숙성 중인 오크통
마을 안 토굴 저장고에 층층이 쌓여 숙성 중인 오크통

토굴을 나와 목조 건물에 앉으면 다과 접시와 함께 시음 잔이 나온다. 시음은 3⁠가지다. 40⁠도와 53⁠도 진맥소주, 그리고 미국산 버번 위스키 통에서 숙성한 ‘⁠시인의 바위⁠’⁠다. 40⁠도는 가장 인기 있다는 술이고, 53⁠도는 마을 측이 국내외 품평회 수상작으로 소개한다. 재료는 셋 다 같은 밀인데, 마셔 보니 향과 맛이 잔마다 달랐다.

시음 잔과 함께 차려 나오는 다과와 과일 접시
시음 잔과 함께 차려 나오는 다과와 과일 접시

40⁠도는 구수한 곡물 향이 먼저 올라오고 목 넘김이 깔끔하다. 53⁠도는 도수가 높은 만큼 질감이 묵직하고 끝맛이 길게 남는다. 한 잔만 고르라면 40⁠도짜리 ‘⁠시인의 바위⁠’⁠다. 퇴계 이황이 경치를 읊었다는 마을 앞 강바위에서 이름을 따온 술인데, 오크통 바닐라 향이 밀 향과 섞여 위스키 비슷한 여운을 남긴다.

차로 왔다면 시음은 묵는 날로 잡는 편이 낫다. 마을을 나가려면 다시 강을 건너야 하고, 그다음은 산길 운전이다.

강물 소리와 새소리뿐인 밤, 맹개마을의 하룻밤

마을 안쪽에는 묵어 갈 손님을 위한 숙소가 있다. 2⁠인 기준인 달빛방⁠·햇빛방과 7⁠인 기준인 소목화당 등이다. 달빛방처럼 객실에 따라 취사와 바비큐를 금하는 곳도 있으니 예약할 때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마을 안에는 매점이나 편의점이 전혀 없어 간식과 마실 거리는 들어오기 전에 챙겨 와야 하고, 음식물 외 쓰레기는 나갈 때 직접 되가져가야 한다.

가송협 절벽을 등지고 지은 맹개마을의 숙소 건물
가송협 절벽을 등지고 지은 맹개마을의 숙소 건물

저녁은 묵는 손님에게만 따로 판다. 시음했던 목조 건물에 상을 차려 주는데, 나물무침과 장아찌, 마을에서 기른 메밀로 쑨 묵, 뒷산에서 딴 표고와 돌나물이 먼저 올랐다. 이어 안동찜닭과 간고등어, 돼지고기 바비큐, 된장국이 차례로 나오고 반주로 진맥소주 한 잔을 곁들여 준다.

안동찜닭과 간고등어 구이, 된장국이 오른 투숙객 저녁 밥상
안동찜닭과 간고등어 구이, 된장국이 오른 투숙객 저녁 밥상

그날 상에서 가장 손이 자주 간 건 직접 쑨 메밀묵과 산나물이었다. 간이 세지 않아 독한 밀소주 한 모금과 잘 어울렸다. 다음 날 아침에는 죽과 샐러드가 가볍게 나온다.

밤에는 강물 소리와 새소리 말고 들리는 것이 없었다. 운전하지 않는다면 술 이야기와 시음은 당일 견학으로도 충분하다. 마을 밥상과 조용한 밤까지 원한다면 묵어야 한다. 강을 건너는 때를 마을과 미리 맞춰야 하니, 일정을 그때그때 바꾸는 여행이라면 불편할 수 있다.

강가 바로 앞 고택, 농암종택

맹개마을로 건너가기 직전, 낙동강 가에 농암종택이 있다. 〈어부가〉⁠로 알려진 농암 이현보(1467~1555)⁠의 종택이다. 이현보는 1504⁠년(연산군 10⁠년) 서연관의 잘못을 간언하다 유배된 뒤 낙동강 가에서 지냈다.

분천마을 수몰 후 가송리로 옮겨 지은 농암종택 전경
분천마을 수몰 후 가송리로 옮겨 지은 농암종택 전경

원래 도산면 분천마을에 있던 집인데, 1976⁠년 안동댐을 지으며 마을이 물에 잠기자 지금 자리로 옮겨 복원했다. 지금은 17⁠대 종손 내외가 살면서 한옥스테이를 운영한다. 묵지 않으면 안채에는 들어갈 수 없고, 낮 개방 시간에 바깥채 주변만 조용히 둘러볼 수 있다.

퇴계가 제자를 가르친 집, 도산서원

가송리 강변길을 나와 차로 20⁠분쯤(약 11km) 남쪽으로 내려가면 도산서원이다. 시작은 퇴계 이황이 한양 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제자를 가르치려고 세운 도산서당이다.

돌계단과 진도문 너머로 강학 공간이 이어지는 도산서원
돌계단과 진도문 너머로 강학 공간이 이어지는 도산서원

서당 옆에 퇴계를 기리는 사당을 더 세우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 때도 헐리지 않았고, 2019⁠년에는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다.

1⁠년 내내 문을 연다. 다만 11⁠월부터 1⁠월까지는 오후 5⁠시에 닫고, 입장은 4⁠시 30⁠분까지다. 맹개마을에서 안동 시내로 돌아가는 길목이라 나오는 날 들르면 동선이 맞는다.

이 기사에 나온 곳

맹개마을PLACE
주소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길 162-135
예약
네이버 예약 또는 전화 (양조장 견학⁠·숙박 사전 예약 필수)
운영
양조장 견학⁠·시음은 예약한 사람만, 저녁 코스는 묵는 손님만 따로 신청
가는 길
가송리 강가 주차장에서 마을 트랙터⁠·소형 모터보트 탑승 또는 징검다리 도보 (수위에 따라 다름)
문의
010-7604-0065
농암종택PLACE
주소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길 162-133
운영
일반 관람 11:00~15:00 (한옥스테이 투숙객 외 바깥채 위주 관람)
요금
관람 무료 (한옥스테이 숙박료는 객실마다 다름)
예약
공식 누리집(nongam.com) 문의 후 전화 확정
문의
010-3812-6381, 054-843-1202
도산서원PLACE
주소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길 154
운영
2~10⁠월 09:00~18:00, 11~1⁠월 09:00~17:00 (입장은 닫기 30⁠분 전까지)
요금
성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000⁠원
휴무
없음
문의
054-856-1073

2026⁠년 10⁠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노을
에디터 노을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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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데이터: svg-maps (CC BY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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