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사VOL. 012026년 10월호특집 3/3
TRAVEL강원 동해

차 없이 걸어서 다 본다,동해 묵호

서울에서 KTX로 2시간 반, 동해 묵호는 걸어서 다니는 항구 마을이다.작은 가게와 시장, 연필뮤지엄, 언덕 골목을 차 없이 도는 법을 정리했다.

에디터 노을2026.01
여행책이 놓인 테이블과 벽면 책장, 위쪽에 포스터가 붙은 작은 책방 안
노을에디터 노을
지역
강원 동해
주제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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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시간
4분

묵호는 차 없이 가길 권한다. 서울에서 KTX로 2시간 반이면 도착하고, 볼거리가 전부 걸어서 30분 안에 모여 있다. 운전하는 시간에 골목 구경을 한 바퀴 더 돌 수 있다는 얘기다.

강릉이나 속초보다 이름은 덜 알려졌다. 그게 오히려 장점이다. 사람에 치이지 않고 바다를 보고, 골목을 걷고, 작은 가게 앞을 기웃거릴 수 있다.

요즘 왜 묵호일까? 사진 명소 2곳

일본 가마쿠라에는 〈슬램덩크〉 팬들 사이에서 ‘그 건널목’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바다 앞으로 전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찍으려고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온다. 묵호에도 동해를 배경으로 도로가 뻗은 구간이 있다. 일본까지 가지 않아도 비슷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2001년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묻던 장면도 묵호에서 찍었다. 논골담길에서 조금 떨어진 삼본아파트다. 낡은 6층짜리 건물은 20년 넘게 그 모습 그대로고, 요즘은 레트로 분위기를 찾는 사람들이 들르는 명소가 됐다.

영화 〈봄날은 간다〉를 찍은 삼본아파트
영화 〈봄날은 간다〉⁠를 찍은 삼본아파트

동해시도 움직였다. 묵호항의 초성을 딴 ‘ㅁㅎㅎ’ 조형물을 세우고 논골담길 벽화를 새로 단장하면서 포토존을 하나둘 늘리고 있다.

역 앞은 작은 가게부터, 묵호역

묵호역에 내리면 프랜차이즈 간판보다 작은 로컬 숍이 먼저 보인다. 바나나스테이션은 향기 편집숍을 겸한 카페다. ‘바다 냄새’, ‘소나무’, ‘항구의 기억’이라는 이름을 붙인 디퓨저와 향수를 판다.

둥근 나무 테이블 위의 소품과 회색 벽의 한글 글씨
둥근 나무 테이블 위의 소품과 회색 벽의 한글 글씨

여행책방 잔잔하게는 여행책 위주로 책을 고르는 독립서점이다. 공간은 작다. 대신 주인장이 직접 고른 책들 사이에 묵호 관련 소품이 섞여 있다.

장 보러 온 기분, 동쪽바다중앙시장

동쪽바다중앙시장은 묵호항이 생길 때부터 함께한 재래시장이다.

관광객용으로 꾸민 시장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실제로 장을 보는 곳이다.

생선 좌판과 반찬 가게, 떡집 사이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여행을 온 건지 심부름을 온 건지 헷갈린다. 그 느낌이 좋다.

파란 차양이 달린 뉴월드상가 건물과 청년몰 간판
파란 차양이 달린 뉴월드상가 건물과 청년몰 간판

시장 안 뉴월드상가에는 1평짜리 굿즈숍 끼룩상점이 있다. 동해 바다를 담은 엽서와 마스킹테이프, 묵호를 모티브로 한 배지와 스티커가 빼곡하다. 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하는 이른바 ‘다꾸러’라면 들러 보자.

테이블 위의 수제 마그넷과 키링, 바다를 담은 엽서
테이블 위의 수제 마그넷과 키링, 바다를 담은 엽서

연필만 수천 점, 연필뮤지엄

연필뮤지엄은 이름 그대로 연필만 다루는 박물관이다. 세계 곳곳에서 모은 연필 수천 점을 전시한다. 연필에 볼 게 뭐가 있나 싶지만, 막상 가 보면 생각보다 빠져든다. 유명 작가들이 쓰던 연필, 디자인이 특이한 빈티지 연필 등이 있다.

4층 카페에서는 묵호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벽 선반에 연필이 진열되고 나무 테이블이 놓인 연필뮤지엄 전시실
벽 선반에 연필이 진열되고 나무 테이블이 놓인 연필뮤지엄 전시실

연필뮤지엄에서 조금 걸으면 발한삼거리다. 지금은 조용한 동네지만, 탄광이 돌아가던 시절엔 묵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 술집과 백화점, 극장이 줄지어 있었다고 한다. 그 풍경은 대부분 사라졌고, 오래된 간판과 건물 외벽에 흔적이 남았다. 옛 검역소 건물을 고쳐 만든 갤러리 바란도 이 근처에 있다.

시장 옆의 LP, 청년몰 싱싱스

다시 시장 쪽이다. 시장 옆 길가의 오래된 건물을 고친 청년몰 싱싱스는 분위기가 확 다르다. 젊은 창업가들이 모여 연 곳으로, 여행자가 몰리면서 활기가 돈다. 대표 가게는 111호 프로젝트다. LP를 틀어 두고 사진을 바탕으로 만든 제품과 로컬 굿즈를 판다.

재래시장 바로 옆 건물에서 LP가 돈다.

사진과 포스터로 채운 벽, 테이블 위의 레코드와 턴테이블
사진과 포스터로 채운 벽, 테이블 위의 레코드와 턴테이블

숨차도 꼭대기까지, 논골담길

묵호 하면 논골담길이다. 항구 뒤 언덕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 사이로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예전엔 비가 오면 길이 질퍽해져 ‘논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계단과 벽화로 단장했고, 어민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과 오래된 사진, 짧은 문구가 골목 곳곳에 있다.

숨이 좀 차더라도 꼭대기까지 올라가자. 묵호등대가 있다. 오랜 세월 이 항구를 드나드는 배에 길을 알려 준 등대로, 여기서 묵호항과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논골담길 꼭대기의 묵호등대
논골담길 꼭대기의 묵호등대

논골담길 바로 옆은 2021년 문을 연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다. ‘도째비’는 도깨비를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로, 예전에 이 근처에서 도깨비불이 종종 보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핵심은 해발 59m 높이의 유리 바닥 스카이워크다. 공중 자전거 ‘스카이 사이클’과 통 미끄럼틀 ‘자이언트 슬라이드’도 있다.

바다 쪽으로 뻗은 도째비골 스카이워크
바다 쪽으로 뻗은 도째비골 스카이워크

길 건너 해랑전망대는 무료다. 도깨비 방망이 모양 다리 위를 걸을 수 있다.

바다 위로 난 해랑전망대 다리
바다 위로 난 해랑전망대 다리

많이 걸었으면 먹을 차례다. 묵호에 왔다면 문어는 먹고 가자. 거동탕수육은 문어탕수육과 문어짬뽕으로 이름난 중국집이다. 탕수육에 문어가 들어간다(튀김옷과 문어의 쫀득함이 의외로 잘 맞는다).

장칼국수는 강원 영동 지역 향토 음식이다. 오뚜기칼국수는 할머니 세 분이 운영하는 오래된 집으로, TV에 나온 뒤 더 알려졌다. 고추장 국물이라 걸쭉하고 얼큰하다.

묵호등대 근처 덕장마을은 황태를 말리는 동네다. 황태 덕장 하면 대관령이지만, 묵호에서도 오래전부터 황태를 말려 왔다. 마을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문화팩토리 덕장의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쉬어 가면 된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면 2시간 반 뒤 동해다. 당일치기로 충분하고, 하루 더 머문다면 물고기 모양 빨간 등대가 있는 어달해변과 폐광지를 테마공원으로 바꾼 무릉별유천지까지 둘러보길 권한다.

노을
에디터 노을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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