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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수공간 한가운데로 콘크리트 진입로가 곧게 뻗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외관
CULTURE 전북 남원

소리 듣고 책 읽고 그림 보는 하루, 남원 6⁠곳

《혼불》⁠의 무대인 폐역과 문학관에서 고향 화가의 미술관, 농원 자리의 정원, 운봉 고원의 동편제 유적까지 잇는다. 읽고 보고 듣는 남원 6⁠곳이다.

노을에디터 노을
지역
전북 남원
주제
CULTURE
발행
읽는 시간
7⁠분

남원 사매면에는 1932⁠년에 나무로 지은 역사가 남아 있다.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에서 주인공 효원이 신행길에 내리는 역이다. 그 역과 소설의 무대인 노봉마을 문학관은 같은 사매면 안에 있다.

광한루원 일대가 춘향의 남원이라면, 서도역에서 운봉 고원까지는 소설과 그림, 판소리의 남원이다. 시내에는 고향 화가의 이름을 단 시립미술관이, 이백면에는 조경 농원 자리에 들어선 정원 미술관이 있다. 지리산 자락 운봉 고원은 동편제 판소리가 비롯된 땅이다.

《혼불》 속 신행길 역이자 1932⁠년에 지은 목조 폐역, 구 서도역

사매면 서도리의 옛 역사는 1932⁠년에 지은 목조 건물이고, 역은 1934⁠년에 열차 영업을 시작한 곳이다. 2002⁠년 10⁠월 익산과 여수를 잇는 전라선 철길이 다른 자리로 옮겨 간 뒤로 이 역에는 열차가 서지 않는다. 헐릴 처지에 놓인 건물을 두고 주민이 보존을 요구하고, 남원시가 부지를 사들여 옛 모습으로 되살린 곳이다. 지금은 영상 촬영지로 쓰인다.

맞배지붕을 얹은 구 서도역 목조 역사와 역 이름 안내판
맞배지붕을 얹은 구 서도역 목조 역사와 역 이름 안내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양옆으로 늘어선 구 서도역 직선 철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양옆으로 늘어선 구 서도역 직선 철길

소설 《혼불》⁠에서 이 역은 노봉마을 사람이 바깥세상과 오가는 관문이다. 매안 이씨 종가로 시집오는 효원도 신행길에 여기서 기차에서 내린다. 신행은 혼례를 치른 신부가 처음으로 시댁에 들어가는 걸음을 말한다. 소설 밖에서도 이 역은 철길이 옮겨 가기 전까지 노봉마을 사람이 실제로 드나들던 관문이다.

지금 열차가 서는 서도역은 철길을 옮기며 새로 자리 잡은 역이다. 소설 속 정거장은 이 폐역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제작진도 이 역에서 장면을 찍고, 영화 《동주》 제작진은 관사 건물 등을 촬영 무대로 쓴다.

다만 역 안에는 매점도 식당도 카페도 없으니 마실 물은 미리 챙기는 편이 낫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혼불문학관까지 이어서 둘러볼 만하다. 효원이 내린 역에서 효원이 살아갈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니까.

최명희의 육필원고를 전시하고 집필실을 재현한 한옥 문학관, 혼불문학관

혼불문학관은 소설의 무대인 노봉마을 가장 안쪽에 2004⁠년 문을 연 한옥 문학관이다. 문학관 아래로 소설에도 나오는 청호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물가에는 정자 호성정이 자리한다. 노봉마을에서는 책 속 마을 풍경과 저수지를 실제 지형으로 확인한다.

잔디 마당 뒤로 기와지붕을 얹은 혼불문학관 한옥 전시관
잔디 마당 뒤로 기와지붕을 얹은 혼불문학관 한옥 전시관
자개장과 앉은뱅이책상, 원고지를 둔 최명희 작가 집필실 재현 공간
자개장과 앉은뱅이책상, 원고지를 둔 최명희 작가 집필실 재현 공간

《혼불》⁠은 최명희(1947~1998)⁠가 17⁠년 동안 매달린 대하소설이다. 청암부인을 비롯한 남원 매안 이씨 종가 3⁠대의 가족사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그린 작품이다. 시대 배경은 1930⁠년부터 1943⁠년까지. 작가가 집필 도중 세상을 떠나, 소설은 끝내 미완으로 남는다.

제목인 혼불은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을 가리키는 민속어다. 사람이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믿는 푸르스름한 불빛을 이른다.

전시실에는 작가가 생전에 쓰던 만년필과 잉크병, 취재수첩이 놓여 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채운 육필원고도 함께다. 작가의 집필실은 따로 마련한 재현 공간에서 본다.

혼례식과 연날리기 같은 소설 속 장면은 미니어처 디오라마로 보여 준다. 작품이 공들여 그린 옛 풍속을 작은 인형과 소품으로 옮겨 놓은 전시다. 《혼불》⁠을 읽은 사람이라면 디오라마를 소설의 대목과 맞춰 보며 둘러본다. 줄거리를 모른다면 출발 전에 작품 소개를 한 번 읽어 두는 편이 좋다.

고향 출신 화가의 기증으로 문을 연 시립미술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2018⁠년 3⁠월 문을 연 시립미술관으로, 기증한 화가의 이름을 그대로 미술관 이름에 단다. 남원에서 나고 자란 화가 김병종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가 대표작과 자료를 시에 무상으로 내놓자, 남원시가 그 기증품으로 세운 곳이다. 화가는 〈생명의 노래〉 연작으로 알려져 있으며, 개관 뒤로도 기증이 이어져 2024⁠년까지 누적 기증품은 440⁠여 점에 이른다.

나무 벤치가 놓인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1전시실 내부와 벽면의 대형 수묵·채색 작품
나무 벤치가 놓인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1⁠전시실 내부와 벽면의 대형 수묵⁠·채색 작품

미술관 건물은 춘향테마파크 뒤편 함파우 유원지의 숲자락에 들어앉아 있다. 상설전은 기증 소장품으로 꾸리고, 기획전은 시기별로 바꿔 연다. 다만 걸리는 작품은 전시마다 달라지니, 보고 싶은 연작이 있다면 누리집 전시 소식부터 살핀다.

1⁠층 북카페 미안커피에는 미술과 문학, 인문 책 2,000⁠여 권이 꽂혀 있다. 전시를 보기 전이든 본 뒤든 책을 펴 놓고 쉬어 가는 자리다.

김병종의 그림이 궁금한 사람, 광한루원 일대를 이미 둘러본 사람에게 맞는 곳이다. 춘향 이야기 바깥의 남원, 이 고장에서 자란 화가의 그림을 따로 보러 들를 만하다.

조경 농원 자리에 북카페와 미술관을 들인 정원, 아담원

아담원은 이백면 지리산 자락에서 조경수를 기르던 전문 농원 자리다. 그 땅에 북카페와 미술관을 짓고 산책로를 가꿔 일반에 문을 연 정원형 복합문화공간이다. 책과 그림, 정원을 한 터에 모은 곳이다. 남원 시내와 운봉 고원 사이 길목, 이백면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다.

잔디 마당을 따라 통유리창이 이어지는 아담원 북카페 외관과 뒤편 지리산 능선
잔디 마당을 따라 통유리창이 이어지는 아담원 북카페 외관과 뒤편 지리산 능선
원목 마루 전시실 너머 통유리창으로 야외 조각 정원과 숲이 내다보이는 아담원 미술관 내부
원목 마루 전시실 너머 통유리창으로 야외 조각 정원과 숲이 내다보이는 아담원 미술관 내부

들머리의 북카페는 ㄱ자로 꺾인 회색 벽돌 건물이다. 책장에서 책을 골라 읽거나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쉬는 실내로, 아담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쉼터다.

북카페 옆 오솔길로 들어가면 나무와 연못을 낀 정원이 이어진다. 연못가 목재 데크와 숲길 곳곳에 파랑, 노랑, 빨강 조형 의자와 탁자를 두어 걷다가 멈춰 앉을 자리가 많다.

미술관은 정원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2⁠층 건물로, 회화와 입체 조각 작품을 전시하고 바깥 정원에도 조각품을 세운다. 규모가 크지 않은 미술관이다.

시내의 김병종미술관은 미술관 건물 안에 북카페를 두고, 아담원은 정원 안에 북카페와 미술관을 따로 지어 산책로로 잇는다. 건물 사이를 바깥 길로 오가는 구조라 날씨를 탄다. 책을 읽으며 정원과 전시를 함께 보려는 사람에게 맞는 곳이다.

명창이 살던 자리에 복원한 초가와 이성계 승전비, 가왕 송흥록⁠·국창 박초월 생가와 황산대첩비지

운봉읍은 해발 500m 안팎의 지리산 자락 고원이다. 볕이 따가운 한낮에도 그늘에만 들면 금세 서늘해진다. 운봉에서 인월로 넘어가는 지리산 둘레길 2⁠코스도 이 일대를 지난다.

섬진강 동쪽, 그중에서도 이 고장에서 송흥록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판소리 유파가 동편제다. 남원과 구례가 모두 동편제의 중심지로 꼽히는데, 남원 운봉에는 송흥록의 생가가 있다.

초가지붕 대문채 옆에 안내 표지석이 서 있는 가왕 송흥록·국창 박초월 생가 입구
초가지붕 대문채 옆에 안내 표지석이 서 있는 가왕 송흥록⁠·국창 박초월 생가 입구
초가 안채 앞 잔디 마당에 부채를 든 소리꾼과 북을 치는 고수 동상이 놓인 생가 마당
초가 안채 앞 잔디 마당에 부채를 든 소리꾼과 북을 치는 고수 동상이 놓인 생가 마당

서편제가 소리 끝을 길게 끌고 기교를 화려하게 부린다면, 동편제는 기교를 아끼고 통성으로 담백하고 경쾌하게 끊어 친다. 조선 후기 가왕 송흥록은 귀신이 우는 듯한 소리, 귀곡성 창법을 정립한 명창이자 동편제의 시작점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진주 촉석루에서 남원이 무대인 판소리 〈춘향가〉⁠의 옥중가를 귀곡성으로 부르자 바람이 일고 촛불이 모두 꺼진다는 일화가 지금도 전한다.

마을 문화관광해설사가 들려주는 비전마을의 내력은 이렇다. 본래 경상도 함양과 진주에서 한양으로 오르는 길목의 역촌이라 여관이 서고 행인이 모이던 마을이란다. 운봉의 한 부자가 소리청을 열어 소리꾼을 불러 모은 일이 송흥록 같은 명창이 나는 바탕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생가는 송흥록이 태어나고 국창 박초월(1917~1983)⁠이 살며 소리를 익힌 터에 1998⁠년 초가를 복원한 곳이다. 박초월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운봉으로 옮겨 와 소리를 배우고, 훗날 수궁가 예능보유자에 오른 소리꾼이다. 생가 입구 표지석도 이곳을 가왕과 국창이 살던 곳으로 소개한다. 동편제가 비롯된 자리라는 뜻에서 ‘⁠동편제탯자리⁠’⁠라고도 부른다.

마당 한쪽에는 둥근 돌과 네모진 돌로 이룬 조형물이 놓여 있다. 해설사의 설명으로는 둥근 돌이 24⁠박 느린 장단인 진양조를, 네모진 돌이 민요의 5⁠개 선율을 뜻한다. 돌만 보고는 짐작하기 어려운 뜻이라, 생가는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는 편이 낫다.

생가 담장 너머는 사적 남원 황산대첩비지다. 1380⁠년, 그러니까 고려 말에 이성계가 왜군을 물리친 황산대첩을 기려 조선 선조 10⁠년(1577)⁠에 비를 세운 자리다.

일제강점기에 폭파된 옛 비석 조각은 파비각 안에 남아 있고, 그 곁에 다시 세운 비가 자리한다. 파비각은 깨진 비를 모신 비각이라는 뜻이다. 생가와 비지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어 걸어서 오간다.

명창 유품을 모으고 국악기를 직접 다뤄 보는 전시관, 국악의성지

국악의성지는 생가에서 언덕을 조금 더 올라간 자리에 있다. 송흥록을 기리는 사당을 중심으로 동편제 명창의 유품을 모은 국악전시관과 악기를 다뤄 보는 방, 독공실, 묘역을 한 터에 모은 곳이다. 판소리에서는 소리꾼이 홀로 소리를 닦는 수련을 독공이라 한다. 동편제와 판소리의 내력을 설명으로 들어 보려면 국악전시관부터 들르는 편이 낫다.

북 조형물을 가운데 두고 19~20세기 판소리 변천사 패널을 전시한 국악의성지 전시실
북 조형물을 가운데 두고 19~20⁠세기 판소리 변천사 패널을 전시한 국악의성지 전시실

전시관 진열장에는 여러 명창이 생전에 쓰던 낡은 화장 도구와 시계가 놓여 있다. 동편제 명창이 무대 밖에서 쓰던 생활 물건이다.

안쪽 방에는 국악기를 직접 두드리고 퉁겨 보는 공간이 있다. 현악기는 줄을 퉁겨 보고, 타악기는 손으로 두드려 보는 식이다. 악기마다 얽힌 이야기는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둘러볼 때 더 깊게 듣는다. 해설 동행은 사전 예약을 권한다.

“⁠거문고는 하늘의 소리, 북은 땅의 소리⁠” — 국악의성지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 중에서

아래쪽 주차장에서 본관까지는 오르막이지만, 위쪽 주차장을 이용하면 휠체어나 유모차도 단차 없이 전시관에 들어간다. 2019⁠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곳이다. 열린관광지는 장애인과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도 불편 없이 둘러보도록 정비한 관광지를 말한다. 국악기 모형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다.

유품은 진열장 너머로 보고, 악기는 손으로 쳐 보는 전시관이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해설 동행과 만들기 프로그램 일정을 각각 미리 맞춰 두면 된다.

이 기사에 나온 곳

구 서도역 (서도역 영상촬영지)PLACE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사매면 서도길 32
요금
무료
가는 길
내비게이션에 '서도역 영상촬영지'로 검색(지금의 서도역과 다른 곳), 혼불문학관까지 차로 약 5⁠분
혼불문학관PLACE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사매면 노봉안길 52
운영
09:00~18:00(11~2⁠월 09:00~17:00)
휴무
월요일, 1⁠월 1⁠일
요금
무료
주차
무료
문의
063-620-5744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PLACE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함파우길 65-14
운영
10:00~18:00(입장 마감 17:30)
휴무
월요일(월요일이 법정공휴일이면 개관 후 다음 날 휴관), 1⁠월 1⁠일, 설⁠·추석 당일
요금
무료
예약
단체 관람은 사전 예약
주차
무료
가는 길
춘향테마파크 뒤편 함파우 유원지 안
문의
063-620-5660
아담원PLACE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이백면 목가길 193
주차
가능
문의
063-635-8342
가왕 송흥록⁠·국창 박초월 생가 (동편제탯자리)⁠·남원 황산대첩비지PLACE
주소
생가: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운봉읍 비전길 7 / 황산대첩비지: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운봉읍 가산화수길 84
요금
무료
가는 길
생가와 황산대첩비지는 담장 하나 사이, 국악의성지는 생가에서 언덕 위쪽
국악의성지PLACE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운봉읍 비전길 69
운영
09:00~18:00(입장 마감 17:30)
휴무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요금
관람 무료(국악기 모형 만들기 등 프로그램은 유료, 전화 문의)
예약
국악기 모형 만들기 등 유료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 문화관광해설 동행은 사전 예약 권장
주차
무료(상단 주차장 이용 시 휠체어⁠·유모차 단차 없이 전시관 진입)
문의
063-620-6905(단체⁠·체험 문의 063-620-5740~2)

2026⁠년 10⁠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노을
에디터 노을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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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여기예요

진하게 칠한 점이 이 기사에 나온 곳입니다. 다른 점을 누르면 그 지역 기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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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기사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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