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쿼이아가 붉어지는 11월, 나주 하루
메타세쿼이아길과 빛가람호수공원, 금성관과 곰탕거리, 반남고분군과 영산포 옛 포구까지 늦가을 나주를 엮는다. 금성관은 해체 수리 중이다.

11월 초중순이면 전라남도산림연구원의 메타세쿼이아길이 물든다. 남도의 나무를 연구하려고 가꾼 시험림이지만 길을 열어 두어, 누구나 약 400m 가로수길을 걷는다. 이 숲에서 시작해 혁신도시 호수와 원도심 객사, 반남 들녘의 고분과 영산강 옛 포구까지 늦가을 나주를 엮는다.
전라도라는 이름은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나주는 조선 시대까지 전남의 중심지로 손꼽힌 고을이고, 옛 읍성 자리에 객사와 관아 건물이 남는다. 숲과 호수는 새로 지은 혁신도시 쪽에, 고분과 포구는 영산강 물길을 따라 흩어진다. 다만 금성관 정청은 해체 수리 중이라 원도심에서 볼 수 있는 범위가 평소보다 좁다.
메타세쿼이아길과 향나무길이 나란히 뻗은 시험림, 전라남도산림연구원
산포면 전라남도산림연구원은 전남의 산림자원을 시험하고 연구하는 기관이다. 모태는 1922년 광주에 둔 임업묘포장이고, 1975년 지금 자리로 옮겨 시험림을 꾸린다.
연구용 숲에 사람이 찾아들기 시작한 계기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사진이었다. 소셜미디어에 풍경이 퍼지자 연구원은 시험림을 ‘빛가람 치유의 숲’으로 다듬어 일반에 연다.
숲에는 전남 각지에서 옮겨 심은 나무와 꽃, 풀이 1,000여 종 자라고, 그 대부분을 산책로에서 볼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약 400m 이어지고, 바로 옆으로 향나무길이 함께 난다. 연구원 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꼽히는 구간이 이 가로수길이다.
남도의 온화한 기후 덕에 숲은 상록활엽수 비중이 높다. 호랑가시나무와 동백나무가 사철 잎을 달고, 활엽수원과 화목원에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연구용으로 심은 감나무가 서 있다. 시험림 열매는 연구 자원이라 따면 안 된다.
숲길은 대부분 평지이거나 완만한 경사다. 가로수길 둘레로는 ‘무장애 나눔길’ 목조 데크가 한 바퀴 이어져 노약자나 유모차도 부담이 적다. 가로수길 옆 유아숲체험원에서는 3월부터 11월까지 어린이집·유치원 단체 교육이 열린다. 평일 교육이 없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목재 놀이 시설을 자유롭게 쓴다.
단풍 사진이 목적이라면 11월 초중순이 알맞은 때다.


3단계 산림치유 과정과 신도시 호수, 빛가람 치유의 숲·빛가람호수공원
연구원 안 산림치유센터는 숲에서 몸과 마음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꾸린다. 청소년과 직장인, 가족, 임산부 부부, 어르신, 장애인, 만성질환자까지 대상을 나누고, 산림치유지도사가 상담부터 진행까지 맡는다.
과정은 3단계다. ‘숲, 만나봄’에서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숲, 느껴봄’에서 숲길 산책과 명상, 호흡법을 익힌다. 마지막 ‘숲, 채워봄’은 숲에서 얻은 천연 성분으로 하는 아로마테라피와 자연물 공예 시간이다.
센터 1층 건강측정실에는 뇌파측정기와 스트레스측정기(HRV), 체성분 측정기, 체질량지수 측정기, 혈압계가 놓인다. 단계별 프로그램이 길게 느껴진다면 해설사와 숲을 도는 숲해설로 시험림의 식생과 진행 중인 연구 이야기를 듣는다.
빛가람호수공원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를 지으며 함께 만든 도시 공원이다. 가운데 인공호수를 두고 그 뒤로 해발 약 80m 낮은 산이 솟아, 호숫가 산책로와 습지, 낮은 산이 한 공원 안에 모여 있다.
빛가람전망대는 그 산 꼭대기에 자리하고, 산기슭과 정상부 사이에는 모노레일이 놓여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호수 한가운데에서 음악분수가 솟는다.
혁신도시와 함께 조성한 신도시 공원이라, 역사 답사가 목적이라면 짧게 머문다. 2026년 가을에는 전망동 운영을 두고 나주시 안내가 따로 나오니, 전망대와 모노레일 이용 여부는 떠나기 전에 문의해 둔다.

정청 해체 수리가 이어지는 조선 객사, 금성관·나주목사내아
나주역 가까운 원도심은 나주읍성이 있던 동네다. 그 한복판에 조선 전기에 지은 객사 금성관이 자리한다.
조선 시대 객사는 중앙에서 내려온 관리와 외국 사신이 묵고 연회를 열던 건물이다. 초하루와 보름에 임금을 상징하는 궐패를 모시고 궁궐 쪽을 향해 망궐례를 올리던 곳이라, 고을 관아보다 격이 높다.
건물 구성도 궁궐 정전을 닮아 객사를 지방궁궐로 부르기도 한다. 나주시는 금성관을 조선 객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건물로 소개하고, 금성관은 2019년 보물로 지정된다.
지금 금성관 정청은 가림막 안에 있다. 지붕 무게를 받치는 기둥과 공포가 낡고 갈라져, 국가유산청이 2025년 7월 해체 수리에 들어간다. 관람할 수 있는 범위와 정수루·목사내아 개방 여부는 출발 전 나주시 문화유산팀에 함께 물어 둔다.
객사 곁으로 목관아의 흔적이 이어진다. 정수루는 나주목 관아의 관문 누각이고, 나주목사내아는 고을 목사가 살림하고 일을 보던 집이다. ㄷ자형 안채와 문간채가 남아, 객사에서 문루를 지나 내아로 이어지는 위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소뼈보다 양지·사태로 우린 곰탕, 나주곰탕거리
금성관 앞길에 나주곰탕 가게가 모여 곰탕거리를 이룬다. 소뼈를 오래 고아 뿌옇게 내는 설렁탕과 달리, 나주곰탕은 소뼈를 적게 쓰고 양지와 사태 살코기를 삶아 육수를 낸다. 무와 파, 마늘을 넉넉히 넣어 누린내가 적고, 짜지 않아 뒷맛이 개운하다.
밥은 토렴으로 만다. 그릇에 담은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붓고 따라 내기를 여러 번 되풀이해 데우는 방식이다. 그 위에 머리고기와 양지 수육을 얹고 달걀지단과 대파를 올린 뒤, 김치와 깍두기를 곁들여 낸다.
뽀얀 사골 국물을 기대한다면 고기로 낸 육수가 낯설 수 있다. 곰탕거리가 금성관 앞길이라 객사와 관아를 둘러본 걸음 그대로 들르기 좋다.

대형 독널과 국보 금동관이 나온 고분 들녘, 반남고분군·국립나주박물관
반남면에는 영산강 지류인 삼포강이 둘러싼 자미산을 가운데 두고 무덤 40여 기가 흩어져 있다. 덕산리와 신촌리, 대안리에 걸친 삼국 시대 무덤, 반남고분군이다. 봉분은 대부분 둥글거나 윗부분을 자른 피라미드 꼴이다.
반남고분군이 처음 발굴돼 알려지는 때는 일제강점기다. 자미산 서쪽 대안리고분군 가운데 가장 큰 9호분에는 옹관 9기가 묻힌다고 박물관은 소개한다.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대형 독널이 이곳에서 나온다. 신촌리 9호분 을관(乙棺)에서는 금동관과 금동신발, 고리자루큰칼(환두대도)처럼 당시 최고 권력자의 물건이 출토된다. 독널은 큰 항아리 2개를 이어 붙여 만든 흙관, 다른 이름은 옹관이다.
국립나주박물관은 이 고분군 한가운데에 선다. 국보로 지정된 나주 신촌리 금동관 등 영산강 유역 고분 출토 유물과 대형 독널(옹관)이 전시의 중심이다. 상설전시실의 시작은 약 8만 년 전 영산강 유역에 사람이 자리 잡는 시기다. 관람객은 50여 개 소국의 연맹체 마한과 고분 문화를 지나 서남해 뱃길까지 차례로 따라간다.
고분문화실에서는 큰 봉분 하나에 독널 여러 개를 겹치지 않게 함께 묻는 방식을 볼 수 있다. 한 봉분에 묻힌 사람들이 같은 집단에 속한다는 해석이다. 반남에서는 독널무덤과 백제계 돌방무덤이 섞여 나와, 백제가 전남 지역으로 진출한 뒤의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왜계 유물인 원통형 토기도 출토되는데, 박물관은 이를 당시 이 지역의 국제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 자료로 본다.
박물관 동쪽의 신촌리 2·3호분은 전시동과 맞닿아 산책 삼아 둘러보기 좋다. 독널을 처음 본다면 전시실에서 독널 실물과 매장 방식을 먼저 확인한 뒤 봉분으로 나서는 편이 무덤 속 구조를 그리기 쉽다.


옛 역 자리의 전시관과 내륙 등대, 영산포철도공원·자기수위표·홍어거리
영산포역은 1913년 호남선과 함께 영업을 시작한다. 3.4km 떨어진 옛 나주역과 같은 날이다. 옛 나주역은 고을 중심 쪽에, 영산포역은 강 포구 쪽에 자리를 잡는다.
역 건물은 1951년 한국전쟁 중 불타고, 1969년과 1984년 두 차례 다시 지어진다. 2001년 7월 호남선 선로가 옮겨 가면서 영산포역은 88년 만에 문을 닫고, 건물은 2004년 3월 헐린다.
2001년 7월 호남선 선로가 옮겨 가면서 영산포역은 88년 만에 문을 닫는다.
지금 공원에 선 역 건물은 2023년 3월 문을 연 영산포역사 문화체험전시관이다. 옛 역을 보존한 건물이 아니라, 남은 건축 자료가 거의 없어 폐역 전 사진을 바탕으로 새로 지은 건물이다. 안에는 매표소와 대합실 매점, 역무원 복장과 기관사 VR 장비가 놓인다.
공원 바깥쪽 옛 노반 560m 안팎은 4인승 순환 레일바이크 길이다.


철도공원에서 강 쪽으로 가면 높이 8m가 넘는 흰 콘크리트 탑이 선다. 동네에서 영산포 등대라 부르는 나주 영산포 자기수위표다. 1915년 강 물높이를 재려고 당시 귀한 자재이던 콘크리트로 세운 탑이다. 지붕 위 전등 불빛이 밤배에 포구 도착을 알리는 표지라는 데서 등대라는 별명이 붙는단다.
영산포는 목포에서 강을 따라 48km 올라온 뱃길 끝의 포구다. 고려 때부터 배가 드나들고, 조선 시대에는 조창이 들어서 17개 고을 세곡을 실어 나른다. 영산이라는 지명도 왜구를 피해 흑산도 근처 섬에서 옮겨 온 주민이 가져온 이름이란다.
1978년 착공한 영산강 하구둑이 1981년 완공되며 포구 시대가 저물고, 수위표는 1989년 관측을 멈췄다. 이후 2004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선창가 부근에는 영산포홍어거리가 이어진다.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가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동안 일주일쯤 저절로 삭는다는 것이 나주시 설명이다. 나주에서는 집안 대소사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고, 대표 차림은 삭힌 홍어에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를 곁들인 삼합이다.
홍어거리에서 30m쯤 떨어진 곳에는 영산포역사갤러리가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 건물을 나주시가 사들여 꾸민 전시관이다. 안에서는 오일장과 우시장이 서던 무렵의 사진과 영산포 등대의 옛 흑백사진을 본다. 상주하는 문화해설사가 포구 근대 건물의 내력을 들려준다.
이 기사에 나온 곳
- 주소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산포면 다도로 7
- 예약
- 산림치유 프로그램 10:00~12:00·14:00~16:00, 치유지도사 전화 상담 뒤 예약
- 문의
- 대표 061-336-6300, 산림치유센터 061-338-4255
- 주소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호수로 77
- 운영
- 공원 상시 개방 (빛가람전망대 09:00~22:00, 동절기 ~21:00)
- 요금
- 공원·전망대 무료 (모노레일 성인 1,000원)
- 문의
- 061-339-2622
- 주소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금성관길 8
- 요금
- 무료
- 주차
- 주차장 있음
- 문의
- 나주시 문화유산팀 061-339-8613
- 주소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금성관길 13-8
- 주소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금성관 인근
- 가는 길
- 금성관 앞길
- 주소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반남면 고분로 747
- 운영
- 09:00~18:00 (입장 마감 17:3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 요금
- 무료
- 문의
- 061-330-7800
- 주소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삼영동 174-1
- 운영
- 공원 상시 개방, 전시관·레일바이크 10:00~17:00
- 휴무
- 전시관·레일바이크 월요일
- 요금
- 무료(전시관·레일바이크 포함)
- 주차
- 무료
- 주소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영산동 659-3
- 요금
- 무료(야외)
- 주소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영산3길 17
- 휴무
- 월요일
- 요금
- 무료
- 문의
- 061-331-1755
- 주소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영산동 선창가 부근
- 가는 길
- 영산포역사갤러리에서 30m
2026년 10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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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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