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령포 다음은 어디?영월에서 갈 곳 6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영월에 간다면 청령포 다음 행선지도 챙겨 두자.장릉에서 뗏목, 설치 미술, 석회동굴, 와인 마을까지 이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넘기면서 강원 영월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로 간다.
그런데 청령포만 보고 돌아서기엔 영월이 아깝다. 서강이 만든 한반도 지형, 버려진 자재로 만든 설치 미술관, 4억 년이 넘는 세월이 깎아 낸 석회동굴, 포도를 기르는 산골 와인 마을까지 있다. 청령포 다음 행선지를 차례로 정리했다.
영화를 봤다면 여기부터, 장릉
영화를 보고 왔다면 장릉부터 들르길 권한다. 조선 6대 왕 단종의 능으로, 청령포와 함께 영화의 정서적 배경이 되는 곳이다.
단종은 즉위 3년 만에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돼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당시 영월 호장 엄흥도가 버려진 유해를 몰래 거둬 장례를 치렀고, 뒤에 중종이 묘를 찾아 정비했다. 왕릉으로 격이 오른 건 한참 뒤인 1698년 숙종 때다.

다른 왕릉보다 규모는 작다. 봉분까지 가는 길이 산책로로 나 있고, 주변은 소나무 숲이다. 입구의 단종역사관에서 그의 짧은 생애를 먼저 보고 능역으로 올라가면 된다.

신발 벗고 타는 뗏목, 한반도뗏목마을
태기산에서 시작해 굽이쳐 흐르는 평창강(서강)은 선암마을을 지나며 한반도 모양의 지형을 만들었다. 전국에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여럿 있지만 이만큼 닮은 곳은 드물다.
전망대 입구 주차장에서 오솔길을 따라 15분 남짓 오르면 보인다. 동쪽에는 백두대간 자리에 언덕이 솟았고, 왼편에는 넓은 평야가 있다. 울릉도와 독도 자리에는 나무 군락까지 있다.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면 한반도뗏목마을로 가자.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전통 뗏목은 2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크기다. 신발을 벗고 강물에 발을 담근 채 서강을 따라가는 동안 해설사가 마을의 역사와 서강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착장 한편 간이매점에서는 감자전과 막국수 같은 강원도 향토 음식을 판다.
술박물관이 미술관으로, 젊은달와이파크
붉은 철제 파이프로 만든 대형 파빌리온, 폐목재를 층층이 쌓아 올린 조형물이 영월 자연 속에 서 있다. 젊은달와이파크다. 한때 술박물관이던 건물을 공간 디자이너 최옥영이 새로 꾸몄고, 영월의 사진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곳에서 먼저 볼 건 소재다. 전시 작품 대부분이 철거 자재나 폐목재 같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사진만 찍고 지나가긴 아깝다. 작품마다 어떤 뜻으로 만들었는지 읽으며 천천히 돌아보자.

전시 작품 대부분이 철거 자재나 폐목재 같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다.
안내소인데 미술관, 영월관광센터
이름은 관광센터다. 그런데 안은 미디어아트 미술관에 가깝다. 폐광 지역 관광을 살리려고 세운 곳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다시 풀어낸 전시를 한다.
가장 인기 있는 건 전통 민화가 움직이는 대형 미디어아트 쇼다. 달나라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옛이야기 속 장면이 영상으로 펼쳐진다. 영상에 나온 오브제는 2, 3전시관에서 실제 작품으로 다시 볼 수 있으니 함께 둘러보자. 카페와 로컬푸드 직매장도 있다.

허리를 숙여야 지나가는 동굴, 고씨굴
임진왜란 때 고씨 일가가 몸을 숨겼다고 해서 고씨굴이다. 다만 동굴의 나이는 이름보다 훨씬 많다. 고생대(약 4~5억 년 전)에 쌓인 석회암 지층을 물이 수억 년에 걸쳐 녹이고 깎아 만들었다.
안은 넓이가 들쭉날쭉하다. 한 가족이 지낼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도 있고, 고개와 허리를 한껏 숙여야 겨우 지나가는 구간도 많다. 곳곳에서 종유석과 석순이 나온다.
동굴이 더 궁금하다면 가까운 영월동굴생태관에 들르자. 동굴이 생기는 과정과 내부 생태계를 다룬 상설 전시가 있다.

와인 족욕은 꼭, 예밀와인마을
김삿갓면 깊은 골짜기, 일교차가 크고 석회질 토양이 깔린 땅에서 해마다 당도 높은 포도가 자란다. 예밀촌마을의 포도다. 포도는 괴롭혀야 맛과 향이 좋아진다는 말이 있는데, 망경대산 일대의 척박한 지형이 그 역할을 한다.
주민들은 이 포도로 와인 5종을 직접 만든다. 레드 드라이, 레드 스위트, 로제, 화이트, 그리고 국산 머루를 블렌딩한 프리미엄 드라이다. 예밀와인힐링센터에서 5종을 모두 시음하고 살 수 있다.

여기서는 와인 족욕을 꼭 해 보길 권한다. 따뜻한 물에 레드와인을 넣은 족탕에 발을 담그고 와인 한 잔을 곁들이는 방식이다. 몇 년 전 도보여행길 운탄고도 2코스가 이 마을을 지나게 되면서 걷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쉼터가 됐다.
밤에는 별마로천문대로 가자. 영월 시내에서 차로 20분 남짓, 해발 800m 봉래산 정상에 있다. 공공 천문대 가운데 가장 성능 좋은 지름 80cm 주망원경을 갖췄고, 영월군의 연평균 별 관측 가능일은 160~190일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상설 전시관과 전망 공간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산 정상의 밤은 생각보다 추우니 두꺼운 겉옷을 챙겨서 올라가자.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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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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