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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그루 은행나무와 옛 역, 보령 청라 은행마을

보령 청라면 장현리 은행나무 3,000⁠여 그루 사이에 조선 후기 가옥이 자리한다. 1961⁠년 장항선 역사와 성주산 탄광 유산까지 이어 보는 보령의 가을이다.

에디터 노을2026.10.25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은행나무 가로수가 마을 안길을 따라 줄지어 뻗은 청라 은행마을
노을에디터 노을
지역
충남 보령
주제
OUTDOOR
발행
읽는 시간
7⁠분

청라면 장현리에는 토종 은행나무 3,000⁠여 그루가 자란다. 그 가운데 수령 100⁠년을 넘긴 나무는 30⁠여 그루다. 숲으로 따로 모이지 않고 민가 사이사이에 서는 나무다.

마을 안에는 1843⁠년 사랑채를 지은 조선 후기 양반 가옥이, 이웃한 청소면에는 1961⁠년에 지은 장항선 역사가 남아 있다. 성주산 자락의 수목원과 석탄박물관, 광부 목욕탕을 고친 카페는 탄광 도시 보령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시내의 보령박물관에서는 이 고장에서 나온 선사시대 유물부터 1960⁠년대 거리 풍경까지 본다.

3,000⁠여 그루 토종 은행나무가 민가 사이에 자라는 마을, 청라 은행마을

오서산 자락의 청라면에 들어서면 은행나무 가로수가 먼저 나온다. 마을 안으로 들면 나무는 줄을 맞춘 가로수가 아니라 민가 사이사이에 선 모습으로 바뀐다. 공원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마을에 은행나무가 함께 자라는 풍경이다.

기와 담장 옆으로 굵은 가지를 뻗은 고목 은행나무와 노란 은행잎 조형물이 놓인 마을 길
기와 담장 옆으로 굵은 가지를 뻗은 고목 은행나무와 노란 은행잎 조형물이 놓인 마을 길
은행나무 그늘 아래 노란 나무 식탁과 옛 농기구를 전시한 청라 은행마을 마당
은행나무 그늘 아래 노란 나무 식탁과 옛 농기구를 전시한 청라 은행마을 마당

수령 100⁠년을 넘긴 30⁠여 그루는 전체의 1% 남짓이다. 마을 길은 구불구불 이어지고, 군데군데 은행나무 가지가 머리 위를 덮어 터널을 이루는 구간이 나온다. 길목 곳곳에는 주민이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꾸민 사진 자리가 있다.

잎이 물드는 시기는 해마다 그해 가을 기온에 따라 달라진다. 늦더위가 길던 2025⁠년 가을에는 10⁠월 중순에도 잎 대부분이 초록이었고, 노란빛은 일부에서만 번지기 시작했다. 마을 전체가 노랗게 물드는 때로는 통상 11⁠월 초가 꼽힌다.

물드는 무렵에는 은행마을 단풍 축제가 열린다. 2025⁠년 축제는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열린 행사로, 토종 은행 열매 같은 농산물 직거래에 공연과 프리마켓을 곁들인 자리다. 2026⁠년 일정은 아직 확인되지 않아, 보령시 안내로 확인한다. 노란 잎을 노린다면 11⁠월 첫 주 앞뒤로 날을 잡고, 초록과 노랑이 섞인 모습도 괜찮다면 10⁠월 하순도 나쁘지 않다.

1843⁠년 사랑채와 효자 정려 현판이 남은 조선 후기 가옥, 신경섭 전통가옥

은행마을 안 장현리 고목 사이에 자리한 집이 신경섭 가옥이다. 관광 안내에서는 신경섭 전통가옥이라고도 부른다. 1987⁠년 12⁠월 30⁠일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291⁠호로 지정된 조선 후기 양반 가옥이다. 지금은 국가유산 체계 개편에 따라 충남 문화유산자료로 부른다.

낮은 기와 담장과 은행나무가 감싼 신경섭 가옥 일대 골목길
낮은 기와 담장과 은행나무가 감싼 신경섭 가옥 일대 골목길

사랑채는 상량문에 따라 1843⁠년, 헌종 9⁠년에 지은 것으로 본다. 상량문은 집의 마룻대를 올릴 때 지은 날과 사연을 적어 두는 글이다. 대문에는 이 집에 살던 신석붕의 효행을 기려 1868⁠년에 내린 정려 현판이 걸려 있다.

이 집에 살던 신석붕의 효행을 기려 1868⁠년에 내린 정려 현판이 대문에 걸려 있다.

정려는 효자나 충신, 열녀가 난 집이나 마을에 나라가 내리는 표창이다.

사랑채는 집주인이 손님을 맞고 글을 읽는 바깥채다. 그 사랑방 옆에 들판을 내다보도록 바닥을 높여 짠 누마루가 있다. 누마루는 바닥을 땅에서 띄워 바람을 들이고 먼 곳을 내다보는 마루다. 가옥 앞으로는 넓은 들이 트이고, 가을이 깊으면 익은 논과 노란 은행나무가 한 시야에 겹친다.

사랑채 지붕은 팔작지붕이고, 1998⁠년 국고 보조로 지붕을 손본 기록이 있다. 대문 안쪽 공개 범위는 확인되지 않아 출발 전에 문의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관광 안내에는 늦은 시간 방문을 삼가 달라는 당부가 실려 있다. 은행마을 안에 자리한 집이라, 마을 길을 걷는 김에 함께 들르는 동선이 자연스럽다.

1929⁠년 진죽역으로 문을 연 장항선의 가장 오래된 역사, 청소역

청소면 진죽리의 청소역은 1929⁠년 12⁠월 1⁠일, 장항선 철길이 광천에서 남포까지 한 구간 더 내려올 때 문을 연 역이다. 근처 마을 이름을 딴 진죽역이라는 간이역으로 출발한 역이다. 1958⁠년 보통역으로 승격하고, 1988⁠년부터 면 이름과 같은 지금의 역명을 쓴다.

박공지붕 출입구 양옆으로 향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장항선 청소역 정면
박공지붕 출입구 양옆으로 향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장항선 청소역 정면
청소역 근대역사문화공원 풀밭에 전시된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 소품 연두색 택시
청소역 근대역사문화공원 풀밭에 전시된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 소품 연두색 택시

지금의 역사는 개업 때의 것이 아니라 1961⁠년에 벽돌조로 다시 지은 흰 칠 건물이다. 철로 쪽 출입구에는 차양을 달고, 뒤편 지붕을 길게 늘여 열차를 기다리는 야외 공간을 가린다. 천안에서 충남 서해안 쪽을 따라 익산까지 내려가는 장항선에 남은 역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노선 이름은 충남 서천의 장항에서 딴 것이다.

광복 이후 기차역 건축 양식을 잘 보여 준다는 평가와 함께 2006⁠년 12⁠월 등록문화재 제⁠305⁠호로 등록된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폐역이 아니라 지금도 무궁화호가 서는 현역 역이라, 선로에 무단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기차를 타고 와 역에서 내려 둘러보는 방법도 있고, 정차 시각은 코레일 시간표로 확인한다.

울타리 너머로 대합실과 승강장, 낡은 벤치가 보이는 구조다. 역 주변 논은 계절에 따라 익은 벼 이삭이 흔들리다가, 가을걷이가 끝나면 빈 논으로 남는다. 철길은 그 들판 사이로 곧게 뻗는다.

역 일대는 2017⁠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의 촬영지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작은 역과 1~2⁠층 낮은 건물이 도로를 따라 늘어선 모습이 그 시절 풍경을 닮은 덕에 이곳이 화면에 쓰인다. 작품이 알려진 뒤 여행객이 찾아오면서 역 옆은 청소역 근대역사문화공원이 되고, 극 중 택시와 열차를 주제로 한 조형물이 자리한다.

다만 동네 거리는 촬영 무렵과 꽤 달라져 있다. 영화 속 거리를 기대하기보다 1961⁠년 역 건물을 보러 가는 곳이다.

폐광지 산자락의 무궁화 수목원과 보령 출토 유물을 모은 박물관, 보령무궁화수목원과 보령박물관

보령무궁화수목원은 성주산 자락 옛 폐광지 일대를 정비해 만든 공립 수목원이다. 석탄을 캐던 산자락에 나라꽃 무궁화를 주제로 품종원과 전시관을 들이고, 허브원과 야생화원, 생태연못 같은 주제 정원을 숲 산책로로 잇는다. 같은 성주산로에 보령석탄박물관이 자리한다.

가을빛이 번진 나무 사이로 작은 폭포와 계류가 흐르는 보령무궁화수목원 수변 산책로
가을빛이 번진 나무 사이로 작은 폭포와 계류가 흐르는 보령무궁화수목원 수변 산책로
황갈색으로 물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보도블록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보령무궁화수목원 들머리
황갈색으로 물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보도블록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보령무궁화수목원 들머리

무궁화 꽃을 보려면 여름이 맞지만, 가을에 들러도 볼거리는 따로 있다. 수목원 안에는 주제 꽃 말고도 여러 식물이 자라고, 산책로의 단풍나무는 11⁠월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붉고 노랗게 물든다. 코스모스와 국화도 이 철의 꽃이다. 가을에는 무궁화보다 단풍과 가을꽃을 보러 가는 산책지로 보면 된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달라 철 따라 다른 정원을 보는 수목원이다. 작은 연못가에는 물 위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를 보며 쉬어 가는 쉼터가 마련돼 있다.

보령박물관은 성주산 자락이 아니라 시내의 보령문화의전당 2⁠층에 자리한 공립 박물관이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이 고장에서 나온 유물과 향토 사료를 모아 두었다. 보령 일대는 청동기 시대 유적이 몰린 지역이다. 상설전시는 이 지역에서 나온 청동기 유물에 무게를 둔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보령 출토 유물과 고문서를 시대순으로 진열한 보령박물관 상설전시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보령 출토 유물과 고문서를 시대순으로 진열한 보령박물관 상설전시실

어업과 농업이 함께 이어져 온 고장답게 농어촌 생활상을 보여 주는 민속자료도 나란히 놓인다. 1960⁠년대 대천역 앞과 보령 시내 거리를 재현한 공간에는 다방과 이발관, 만화방, 극장 간판이 늘어선다. 같은 장항선 역인 청소역이 지금 건물을 올린 1961⁠년과 같은 시절 거리로, 박물관 안 사진 자리로도 인기가 높다. 보령의 바다와 들, 광산을 둘러보기 전에 배경지식을 채워 두기 좋은 곳이다.

같은 보령문화의전당 2⁠층에는 갯벌생태과학관이 따로 자리한다. 보령의 특징으로 꼽히는 서해안 갯벌 생태계와 그곳에 사는 생물을 디오라마와 표본으로 정리한 시설이다. 머드축제와 대천해수욕장으로 알려진 보령의 바다를 갯벌 쪽에서 들여다보는 전시다. 규모는 소박하지만 박물관과 한 층에서 함께 둘러보는 시설로, 실내라 비 오는 날이나 어린 자녀와 함께하는 일정에 알맞다.

광부의 삶을 전시한 박물관과 광부 목욕탕을 고친 카페, 보령석탄박물관과 갱스커피

보령은 석면과 석탄을 캐던 광산이 많던 고장이다. 한때 태백, 정선처럼 광업으로 번성한 도시란다.

지금 보령에는 광산의 흔적만 남아 있다. 보령석탄박물관과 갱스커피는 그 흔적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 주는 곳이다.

보령석탄박물관은 해발 676.7m 성주산의 남쪽 자락에 1995⁠년 5⁠월 문을 연 박물관이다. 폐광 정리를 맡은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이 지어 보령시에 기증한 건물로, 석탄이 생겨난 과정부터 탄광 산업의 역사와 광부의 생활까지 보여 준다. 광물과 화석, 굴진⁠·채탄⁠·운반 장비를 실내와 야외로 나눠 전시하는데, 굴진은 갱도를 파 들어가는 일이고 채탄은 탄을 캐내는 일이다. 이 지역 탄광 근로자의 공로를 기리는 뜻을 함께 담은 박물관이다. 광업 도시이던 보령의 내력을 한자리에서 정리해 보기 좋다.

복원 갱도 안으로는 직접 들어가 본다. 갱도 밖 야외전시장에는 채굴 장비와 함께, 갱에서 목숨을 잃은 광부를 기리는 위령탑이 있다. 연탄 모양 비누와 LED 무드등 만들기 프로그램은 운영 여부와 참여 방법을 미리 문의한다.

갱스커피는 성주산 중턱 옛 광산 지역에 자리한 카페다. 원래 광부가 일을 마치고 씻던 샤워장과 탈의실, 휴게실을 갖춘 시설로, 폐광 뒤 버려지다시피 한 그 건물을 고쳐 문을 연 카페다. 광산 시절 건물의 흔적을 간직한 채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쓰이는 곳이다.

노출 콘크리트 기둥 옆 얕은 연못 위로 돌 징검다리가 놓인 갱스커피 야외 통로와 성주산 능선
노출 콘크리트 기둥 옆 얕은 연못 위로 돌 징검다리가 놓인 갱스커피 야외 통로와 성주산 능선
옛 광부 목욕탕·탈의실 건물의 철골 천장과 콘크리트 벽을 살려 꾸민 갱스커피 실내
옛 광부 목욕탕⁠·탈의실 건물의 철골 천장과 콘크리트 벽을 살려 꾸민 갱스커피 실내

건물 앞 분수대와 입구 옆 통로는 이 카페의 대표 사진 자리로 꼽힌다.

큼직하게 낸 채광 창으로는 햇볕이 쏟아져 든다. 창 너머로는 보령 산간 지역과 보령댐이 만든 보령호가 내다보인다. 바다 전망 카페가 흔한 충남 서해안권에서 산과 호수를 함께 보는 자리는 드물다. 바다 대신 산과 호수를 내다보는 카페를 찾는 사람에게 맞는 곳이다.

밀크티와 직접 구운 페이스트리를 내는 카페다. 2025⁠년 10⁠월 기준으로는 밀크티를 얼음 담은 컵과 따로 내니, 메뉴 구성과 함께 방문 전에 확인해 두면 된다.

해 질 무렵이면 창밖 하늘이 황금빛에서 주황, 붉은빛으로 바뀐다. 노을까지 보려면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 창가 자리를 잡아 두면 된다.

이 기사에 나온 곳

청라 은행마을PLACE
주소
충남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길 150-65 (장현리 일원)
운영
상시 개방, 연중무휴(농촌 프로그램은 별도)
요금
무료
시기
단풍은 통상 10⁠월 하순~11⁠월 초(해마다 기온에 따라 변동)
문의
041-934-8140
신경섭 가옥 (신경섭 전통가옥)PLACE
주소
충남 보령시 청라면 장밭길 62
운영
상시 개방(늦은 시간 방문 자제), 대문 안쪽 공개 범위는 미확인이라 방문 전 문의
주차
가능
문의
041-930-6582
청소역PLACE
주소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청소큰길 176
운영
현역 장항선 역(무궁화호 정차 횟수는 코레일 시간표 확인), 선로 무단 진입 금지
문의
1544-7788(코레일 고객센터)
보령무궁화수목원PLACE
주소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산로 318-57
운영
09:00~18:00(2025⁠년 10⁠월 기준)
휴무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요금
무료
문의
041-931-6092
보령박물관PLACE
주소
충남 보령시 대흥로 63 (보령문화의전당 2⁠층)
운영
09:00~18:00
휴무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요금
무료
주차
무료
문의
041-930-0932
보령석탄박물관PLACE
주소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산로 508
운영
3~10⁠월 09:00~18:00, 11~2⁠월 09:00~17:00(입장 마감 종료 30⁠분 전)
휴무
월요일(공휴일이면 다음 날), 1⁠월 1⁠일, 설⁠·추석 연휴
요금
어른 2,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어린이 1,000⁠원(만 5⁠세 이하⁠·만 65⁠세 이상 무료, 2026⁠년 10⁠월 한국관광공사 안내 기준)
프로그램
미니 연탄 비누⁠·LED 연탄 무드등 만들기(운영 여부 사전 문의)
주차
가능
문의
041-934-1902
갱스커피PLACE
주소
충남 보령시 청라면 청성로 143
운영
운영 시간은 안내처마다 달라 방문 전 전화 확인
문의
041-931-9331

2026⁠년 10⁠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노을
에디터 노을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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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기사 1⁠편
  1. 3,000⁠그루 은행나무와 옛 역, 보령 청라 은행마을OUTDOOR · 지금 읽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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