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태어난 동네부터 한글로 새긴 비석까지 8곳
세종의 자취가 남은 서울과 여주 4곳, 한글로 쓴 가사·소설·조리서와 한글 비석에 얽힌 고성·강릉·영양·문경 4곳을 시대순으로 묶었다.

2026년은 한글날을 처음 기념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1926년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와 신민사가 훈민정음 반포 480돌을 맞아 ‘가갸날’ 기념식을 연 것이 시작이다. 580돌 한글날은 지났지만, 제정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은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2027년 2월 9일까지 열린다.
고른 곳은 한글과 얽힌 자리 가운데 지금 가서 볼 것이 남은 8곳이다. 앞의 4곳은 세종이 새 글자를 만들고 펴낸 자취가 남은 곳이다. 뒤의 4곳은 한글로 쓰고 새긴 글과 이어진다. 관찰사 정철이 지은 노래, 허균이 지었다고 전하는 소설, 장계향이 딸과 며느리를 위해 쓴 조리서, 옛길에 새긴 산불 경고문이다.
순서는 장소마다 얽힌 인물과 기록의 시대를 따른다. 서울 3곳은 경복궁역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걸어서 이어지고, 나머지 5곳은 경기와 강원, 경북에 흩어져 있다.
세종이 태어난 동네, 서촌 세종마을
세종은 1397년 음력 4월 10일 한양 준수방에서 태종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준수방은 지금의 통인동 일대로 본다. 다만 집터는 아직 찾지 못했고, 경복궁역 2번 출구 북쪽 자하문로 길가에 ‘세종대왕 나신 곳’ 표석 하나가 있다.

주민들은 2010년부터 이 일대를 ‘세종마을’이라 부른다.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사이, 서촌으로도 불리는 동네다.
볼 것은 길가 표석 하나라, 서울 3곳을 잇는 걸음의 출발점으로 삼는 편이 낫다. 표석에서 자하문로를 따라 내려오면 경복궁역이고, 5번 출구에서 경복궁까지는 걸어서 2분이다.
집현전이 있던 자리, 경복궁 수정전
세종이 1420년 궁궐 안에 둔 학문 기관 집현전은 조선 초기 경복궁 근정전 서쪽, 지금의 수정전 일대에 있었다. 세종은 1443년 12월 훈민정음 28자를 만들고, 3년 뒤인 1446년 『훈민정음』 해례본을 펴냈다. 책 앞머리에 실린 서문과 예의는 임금이 직접 썼고, 글자 원리와 쓰임을 풀이한 해례는 정인지와 성삼문, 신숙주 등 학자 8명이 지었다. 8명 가운데 집현전 관직이 없던 사람은 강희안 1명이다.
수정전은 근정전을 본 뒤 서쪽으로 나와 경회루로 가는 길에 들르면 된다. 경회루 연못 남쪽, 넓은 월대를 앞에 둔 정면 10칸짜리 긴 건물이다.

지금 건물은 1867년 고종이 경복궁을 다시 지을 때 세운 것이다. 1894년 갑오개혁 때는 이곳에 군국기무처를 두었고,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 때 둘레의 행각이 모두 헐렸다. 근정전 서쪽에 늘어서 있던 궐내 관청 건물 가운데 남은 것은 수정전 하나이고, 2012년 보물로 지정됐다.
해례본을 펼쳐 든 동상, 광화문광장
광화문 앞 광장 가운데에 세종대왕상이 남쪽을 향해 앉아 있다. 2009년 한글날 제막한 높이 6.2m 좌상이고, 받침인 기단 높이는 4.2m다. 광화문 쪽에서 걸어오면 동상의 뒷모습부터 보이는데, 그 뒤편에 지하 전시관 ‘세종이야기’ 입구가 있다.
왼손에 펼쳐 든 책은 1446년 펴낸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펼친 면에는 새 글자로 실제 낱말을 적어 보인 ‘용자례’가 실려 있다. 1940년 발견된 해례본에는 서문 끝에 ‘9월 상한’, 그러니까 9월 상순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다. 그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바꾼 날이 지금의 한글날 10월 9일이다.

광장 남쪽 끝 이순신장군상 옆 바닥에는 한글분수가 있다. 분수는 노즐 225개에서 물줄기를 뿜어 한글 28자 꼴을 만든다.
광장 서쪽 세종문화회관 뒤편은 서울시가 ‘한글가온길’로 꾸민 골목이다. 가갸날 기념식을 연 조선어연구회는 조선어학회를 거쳐 지금의 한글학회가 됐다. 골목 안 한글학회 회관 입구에는 국어학자 주시경의 흉상이 서 있다.
길 건너 동쪽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에서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일구이륙 무한이륙」이 열린다. 국립한글박물관과 한글학회 등 4개 기관이 함께 꾸린 전시로, 1926년 첫 가갸날부터 한글날 100년을 다룬다. 박물관이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 낮에 경복궁을 보고 저녁에 박물관을 찾는 일정으로 묶을 수 있다.
조선왕릉 첫 합장릉, 여주 영릉
세종과 소헌왕후가 묻힌 경기 여주의 영릉(英陵)은 조선왕릉 가운데 처음으로 한 봉분에 왕과 왕비를 모신 합장릉이다. 서울에서 간다면 경강선 판교역에서 세종대왕릉역이나 여주역까지 간 뒤 버스로 갈아탄다.
입구 옆 세종대왕역사문화관에서는 세종 표준영정과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월인석보』를 볼 수 있다. 훈민정음을 만든 뒤 한글을 써서 펴낸 책들이다.
능역 안쪽 정자각 뒤 언덕 위가 능침이고, 옆으로 난 관람로를 따라 봉분 가까이 오를 수 있다. 봉분에는 병풍석 없이 난간석만 둘렀고, 십이지는 난간석에 글자로 새겼다. 봉분 앞 혼유석은 2개다.


처음 능은 1446년 소헌왕후가 세상을 떠났을 때 태종의 헌릉 서쪽에 만들었고, 1450년 세종도 같은 능에 묻혔다. 풍수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세조 때부터 옮기자는 논의가 있었고, 실제로 지금 자리로 옮긴 것은 1469년(예종 1년)이다.
옆에는 이름 소리가 같고 한자가 다른 효종의 영릉(寧陵)이 있다. 2009년에는 두 능 모두 세계유산 ‘조선왕릉’에 들었다. 두 능 사이를 잇는 ‘왕의 숲길’은 날씨와 철에 따라 닫는 날이 있어, 가기 전에 관리소에 개방 여부를 묻는 편이 낫다. 숲길이 열려 있다면 두 능을 다 둘러보는 데 1~2시간이 든다.
「관동별곡」에 이름이 나오는 정자, 고성 청간정
1580년 강원도관찰사가 된 송강 정철은 관동팔경을 돌아보고 우리말 가사 「관동별곡」을 지었다. 그 노랫말에 이름이 나오는 정자가 고성 바닷가의 청간정이다.
「관동별곡」에서 정철은 삼일포 바위의 붉은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四仙)이라 부르는 신라 화랑들은 어디 갔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淸澗亭 萬景臺 몃 고ᄃᆡ 안돗던고’, 청간정과 만경대 몇 군데에 앉았더냐고 다시 묻는다.
「관동별곡」은 정철이 지은 「사미인곡」·「속미인곡」·「성산별곡」과 함께 가사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100여 년 뒤 김만중은 『서포만필』에서 이 작품을 중국 고전 시가 「이소」에 견주어 ‘동방의 이소’라 불렀다. 같은 책에서 그는 한자로 지은 사대부의 시문을 앵무새 노래에 빗대며, 조선 사람은 조선 말로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천진해변 북쪽 끝에서 바닷가 나무 데크가 시작되고, 데크 위쪽 소나무 언덕 위가 청간정이다. 설악산에서 흘러내린 청간천이 동해로 드는 어귀다.

지금 정자는 1884년 갑신정변 때 불탄 것을 1928년 다시 세웠다. ‘청간정’ 현판 글씨는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이 썼다.
해파랑길 46코스가 정자 앞을 지난다. 장사항에서 6.2km 지점이라, 이 길을 걷는 날 쉬어 가기 좋다.
「홍길동전」을 지었다고 전하는 허균의 집안,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홍길동전」은 허균(1569~1618)이 지었다고 전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홍길동은 홍 판서의 계집종이 낳은 서자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 적서 차별 같은 신분 불평등을 정면으로 다뤄 소설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한문으로 옮긴 필사본은 「위도왕전」 하나뿐이고, 조선 후기 서울과 안성, 전주에서 목판으로 찍은 책과 여러 필사본이 한글로 남았다. 강릉시는 이 작품을 최초의 한글 소설로 소개한다. 다만 원본은 발견되지 않았고, 학계는 지금 읽는 판본이 처음 쓴 그대로가 아니라고 보며 지은이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한글 가사 「규원가」도 누이 허난설헌(1563~1589)이 지었다는 설과 허균의 첩 무옥이 지었다는 설이 함께 전한다. 남편이 떠난 뒤 빈방을 지키는 여인의 한탄을 노래한 가사다.
강릉 초당동 솔숲에는 허균·허난설헌 남매의 아버지 허엽이 살던 집이 있다. 지은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고, 허난설헌이 이 집에서 태어났다고 전한다. ‘강릉 초당동 고택’이라는 이름의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유산자료이고, 집 옆에 남매의 이름을 붙인 기념관과 전통차 체험관이 들어서 공원이 됐다.


생가 담장 곁의 감나무는 소나무만큼 키가 커서, 가을이면 장대로도 따기 어려운 높이에 감이 달린다. 공원은 24시간 개방이라 기념관이 쉬는 월요일에도 솔숲 길을 걸을 수 있다.
한글 조리서를 쓴 장계향의 마을, 영양 두들마을
『음식디미방』을 쓴 장계향(1598~1680)이 살던 집이 영양 두들마을에 있다. 남편 석계 이시명이 1640년 지은 석계고택으로, 경상북도 민속문화유산이다. 국가유산청은 장계향이 이 집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다고 적는다.
마을 이름의 ‘두들’은 언덕을 이르는 말이다. 조선 시대 길손이 묵던 광제원이 있던 언덕이라 ‘원두들’이라고도 불렀고, 이시명이 들어온 뒤로 재령 이씨가 모여 사는 마을이 됐다.

장계향은 1670년 무렵 한글로 『음식디미방』을 썼다. 표지에는 한자로 ‘규곤시의방’, 본문 첫머리에는 한글로 ‘음식디미방’이라 적었다. 국수와 떡, 고기와 생선 요리, 술을 담았는데 술 빚는 법만 51가지다. 원본은 경북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책은 집안의 딸과 며느리를 위해 썼다. 뒤표지 안쪽에는 딸들은 저마다 베껴 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은 말라는 당부가 적혀 있다. 고장에 전해 오던 조리법을 후손에게 물려주려 한 기록이라, 조선 음식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살피는 자료로도 쓰인다.
마을의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에서는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차린 상을 받을 수 있다. 둘 다 단체 예약제로 최소 인원은 각각 20명과 8명이고, 음식 만들기는 20명이 안 돼도 20명분 요금을 낸다. 혼자나 둘이라면 고택과 마을 길, 그리고 수~일요일에 여는 역사문화전시관을 둘러보는 여행이 된다.
한글 4글자만 새긴 돌, 문경새재 산불됴심 표석
문경새재 옛길에는 한글 4글자만 새긴 돌이 있다. 조령산불됴심표석이다.
제1관문 주흘관에서 흙길을 2km쯤 오르면, 신임과 전임 경상감사가 관인을 주고받던 교귀정이 나온다. 교귀정을 지나 제2관문 조곡관에 못 미친 길 오른쪽, 다듬지 않은 자연석의 서쪽 면에 ‘산불됴심’을 세로로 새겼다.


‘됴심’은 ‘조심’의 옛 표기다. 높이는 183cm쯤으로 어른 키보다 조금 크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영조·정조 무렵 세운 것으로 보고, 문경시는 보기 드문 한글 비로 소개한다. 1990년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가 됐다.
주흘관에서 조곡관으로 가는 3km 옛길을 벗어나지 않고 볼 수 있다. 표석에서 200m 위가 조곡폭포, 그 위가 조곡관이다. 조곡관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왕복 6km다.
이 기사에 나온 곳
- 가는 길
- 3호선 경복궁역 2·3번 출구에서 자하문로를 따라 북쪽, 자하문로 26(통인동 137) 근처 길가
- 주소
- 서울 종로구 사직로 161
- 운영
- 1~2·11~12월 09:00~17:00, 3~5·9~10월 09:00~18:00, 6~8월 09:00~18:30(입장 마감은 1시간 전)
- 휴무
- 화요일(공휴일이면 열고 다음 첫 평일에 쉼)
- 요금
- 대인 3000원. 만 24세 이하·만 65세 이상 내국인, 한복 착용자 무료. 10월 29일~11월 15일 무료 개방(휴무일 제외)
- 가는 길
-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에서 경복궁까지 걸어서 2분. 수정전은 궁 안 근정전 서쪽
- 주소
-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2
- 운영
- 광장 24시간. 지하 전시관 세종이야기 10:00~18:30(입장 마감 18:00), 11월 30일까지 화·수·금·토·일요일은 21:00(입장 마감 20:30). 한글분수 4~10월(2026년 9~10월 11:00~20:00)
- 휴무
- 세종이야기 월요일(공휴일이면 열고 다음 첫 평일에 쉼)
- 요금
- 무료
- 가는 길
- 5호선 광화문역, 3호선 경복궁역
- 가는 길
- 세종문화회관 뒤편 새문안로3길·세종대로23길 일대
- 주소
-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98
- 운영
- 10:00~18:00, 수·토요일 21:00까지(입장은 30분 전까지). 특별전 「일구이륙 무한이륙」 3층, 2027년 2월 9일까지
- 휴무
-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 요금
- 무료
- 가는 길
-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250m쯤
- 주소
-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영릉로 269-10
- 운영
- 2~5·9~10월 09:00~18:00, 6~8월 09:00~18:30, 11~1월 09:00~17:30(입장 마감은 1시간 전)
- 휴무
- 월요일(공휴일이면 열고 다음 첫 평일에 쉼)
- 요금
- 대인 500원. 만 24세 이하·만 65세 이상 내국인, 한복 착용자 무료. 매주 수요일, 10월 29일~11월 15일 무료 개방(휴무일 제외)
- 가는 길
- 경강선 세종대왕릉역에서 950·955-1·961-1·962번, 여주역에서 950·961번 등 버스, 세종대왕릉 정류장
- 문의
- 031-885-3123
- 주소
-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동해대로 5110
- 가는 길
- 해파랑길 46코스, 장사항에서 6.2km
- 주소
- 강원 강릉시 난설헌로193번길 1-29
- 운영
- 공원 상시. 기념관 09:00~18:00(12:00~13:00 점심시간). 전통차 체험관 3~12월 목~일요일 12:00~17:00
- 휴무
- 기념관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 요금
- 차 시음 2000원, 다도 체험 1만 원
- 주차
- 무료
- 문의
- 기념관 033-640-4798
- 주소
-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길 77(석계고택)
- 운영
- 역사문화전시관 수~일요일 09:00~18:00
- 휴무
- 역사문화전시관 월·화요일
- 요금
-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조리 체험 1인 1만 5000원, 식사 체험 소부상 3만 3000원·정부인상 5만 5000원
- 예약
- 조리 체험 20~40명 3일 전, 식사 체험 8~60명 2일 전(식사 체험은 월요일과 설·추석 연휴에 쉼)
- 문의
-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054-680-6444
- 주소
-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932(문경새재도립공원 관리사무소)
- 운영
- 옛길 상시 개방
- 요금
- 입장 무료
- 가는 길
- 표석은 제1관문 주흘관에서 옛길을 따라 교귀정(2km)을 지나 제2관문 조곡관 못 미쳐 길 오른쪽. 문경역에서 시내버스 10-3·21·21-2번(무료) 15분쯤, 문경새재도립공원 정류장
- 문의
- 문경새재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54-571-0709
2026년 10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Map / 지도에서 보기
서울 · 여주 · 고성 · 강릉 · 영양 · 문경,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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