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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양조장' 간판을 단 진천 덕산양조장 목조 건물 정면
FOOD 충북 진천 외

막걸리를 빚어 온 오래된 양조장 8⁠곳

6⁠·25⁠를 넘긴 진천 덕산양조장부터 발로 밟아 누룩을 빚는 부산 금정산성까지, 건물과 옹기, 빚는 법이 남은 양조장 8⁠곳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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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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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덕산양조장은 6⁠·25 때 불에 탈 뻔한 목조 건물이다. 국군이 불을 놓으려 하자 주인이 돈과 장작, 소까지 내주며 설득했단다. 그 건물이 1930⁠년부터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막걸리는 편의점 냉장고에서도 집어 드는 술이다. 그 술을 빚는 집 가운데 일제강점기 건물을 지금도 쓰는 곳, 옛 옹기와 우물이 남은 곳, 누룩 빚는 법을 대를 이어 지키는 곳을 골랐다. 건물, 도구, 빚는 법 순서로 8⁠곳을 묶었다. 이 가운데 6⁠곳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견학 프로그램을 갖춘 곳으로 뽑은 ‘⁠찾아가는 양조장⁠’⁠이다.

8⁠곳 가운데 7⁠곳은 일제강점기에 문을 열었다. 1916⁠년 주세령으로 면허 없이는 술을 빚지 못하게 되면서, 집집마다 빚던 술이 면허를 받은 양조장으로 모이던 때다. 해방 뒤에는 쌀이 모자라 쌀로 막걸리를 빚지 못하던 시절을 지나 1990⁠년에야 쌀막걸리가 다시 허용됐다. 남은 1⁠곳인 금정산성막걸리는 몰래 빚던 마을 술이 양성화된 경우다.

쌀로 빚는 막걸리는 찐 쌀인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섞어 익힌 뒤 거른다. 그래서 양조장에는 쌀을 씻고 찌는 곳, 누룩을 띄우는 방, 술을 익히는 발효실이 있다. 8⁠곳은 이 공간과 도구, 빚는 법 가운데 무엇을 옛 모습대로 지켜 왔는지가 저마다 다르다.

6⁠·25⁠를 넘긴 1930⁠년 목조 건물, 진천 덕산양조장

덕산양조장의 시작은 1925⁠년 진천 구말 장터에서 몰래 빚어 팔던 술이다. 대홍수로 장터가 물에 잠긴 뒤 지금 자리로 옮겨 1929⁠년 양조장을 열었고, 이듬해 건물을 완공했다. 설계는 일본인이, 시공은 한국인이 맡았다. 목재는 백두산 일대의 전나무와 삼나무를 압록강 제재소에서 뗏목에 실어 들여왔다.

바깥은 흰 회벽, 안쪽은 대나무를 칡넝쿨과 짚으로 묶고 진흙을 메운 황토벽이다. 발효실은 이 황토벽을 두 겹으로 세우고 사이에 왕겨를 넣었다. 천장 위에도 처음에는 2m 두께로 왕겨를 깔았는데, 지금은 1.5m 남짓으로 내려앉았다. 입구는 한천천 바람이 드나드는 서쪽을 향하고, 문 앞 측백나무는 해충을 막으려고 심은 것이다.

‘덕산 양조장’ 글씨가 찍힌 술통
‘⁠덕산 양조장⁠’ 글씨가 찍힌 술통
노란 양은잔에 따른 덕산막걸리
노란 양은잔에 따른 덕산막걸리

오래 쓴 발효실 벽과 천장에는 효모가 자리를 잡았다. 새로 지은 공장 벽과 바닥에 술을 뿌려 봐도 옛 건물만큼 효모가 붙지 않았단다. 술을 빚을 때마다 1925⁠년부터 이어 온 밑술 ‘⁠씨주모⁠’⁠를 한 바가지씩 넣는다. 6⁠·25 때도 양조장에 숨겨 지킨 밑술이다. 3⁠대째 이어 오던 양조장은 경영이 어려워진 뒤 이방희 대표가 인수했고, 지금은 아들 이재승 상무와 함께 꾸린다.

건물은 2003⁠년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다. 허영만이 그린 『식객』 100⁠화 ‘⁠할아버지의 금고⁠’⁠에 이 양조장이 나온다. 1990⁠년부터 17⁠년 동안 방영한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도 여기서 찍었다. 시음장과 판매대에서 덕산생막걸리를 맛보고 사 올 수 있다.

한국전쟁 때 사령부로 쓰인 양조장, 양평 지평양조장

전쟁을 넘긴 양조장은 양평 지평면에도 있다. 지평주조의 옛 지평양조장이다.

나무 문을 단 옛 지평양조장 건물과 안내판
나무 문을 단 옛 지평양조장 건물과 안내판
잔에 따르는 지평막걸리
잔에 따르는 지평막걸리

지평주조는 1925⁠년 이 마을에서 술을 빚기 시작해 100⁠년을 넘겼고, 스스로를 국내 최장수 막걸리 제조기업으로 소개한다. 옛 양조장 건물은 2014⁠년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다.

1951⁠년 2⁠월 지평리 전투 때는 유엔군 프랑스 대대의 지휘소로 쓰였단다. 안에는 대대를 이끈 몽클라르 장군의 집무실을 재현해 두었다. 중장이던 그는 이 부대를 맡으려고 중령으로 계급을 낮춰 참전했다. 지평리 전투는 유엔군이 중공군의 공세를 처음으로 막아 낸 싸움으로 꼽힌다.

국가유산청 해설을 보면 건물은 한식 목구조에 일식 목구조를 이어 넓은 작업 공간을 만든 절충식이다. 환기를 위해 창을 높이 냈고, 보온을 위해 벽과 천장에 왕겨를 채웠다. 외벽 일부는 흙벽돌로 쌓았다. 벽에 왕겨를 채운 점은 덕산양조장 발효실과 같다. 지금도 같은 집안이 3⁠대째 술을 빚는다.

막걸리 생산은 새 공장이 맡고, 옛 건물은 2025⁠년 5⁠월 옛 양조 과정을 둘러보는 시설로 다시 문을 열었다. 누룩균을 키우던 종국실과 발효실, 양조실을 차례로 지나며 손으로 막걸리를 빚던 순서를 따라간다. 술보다 건물과 공정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들를 만하다.

1931⁠년 문을 연 온수리 양조장, 강화 금풍양조장

강화 길상면 온수리의 금풍양조장도 일제강점기에 문을 열었다. 1931⁠년 세운 양조장으로, 1938⁠년 인천주류품평회 탁주⁠·약주 부문에서 우등상을 받은 기록이 있다. 서양식 트러스로 지붕을 받치고 우물을 가운데 둔 채 안을 4⁠칸으로 나눈 건물이다. 건물과 설비가 원형에 가깝게 남아 인천광역시 등록문화유산이 됐다.

‘金豊釀造場’ 옛 간판을 단 금풍양조장 정면
‘⁠金豊釀造場⁠’ 옛 간판을 단 금풍양조장 정면
술독과 나무 도구를 둔 금풍양조장 옛 작업장
술독과 나무 도구를 둔 금풍양조장 옛 작업장

1969⁠년 온수리에서 정미소를 하던 양환탁 씨가 양조장을 인수했다. 2011⁠년부터 한동안은 다른 사업자가 ‘⁠강화온수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빌려 썼고, 그 뒤 손자 양태석 대표가 다시 이어받았다. 그러니까 지금은 양씨 집안 3⁠대째다. 2022⁠년에는 인천에서 처음으로 ‘⁠찾아가는 양조장⁠’⁠에 뽑혔다.

발효실 문 너머로는 덧술이 익는 눅진한 냄새가 새어 나온다. 양조장을 돌아보는 투어와 강화섬쌀로 막걸리를 직접 담가 보는 프로그램 ‘⁠마커스⁠’⁠를 운영한다. 전등사가 있는 같은 온수리라 절과 묶어 하루를 짜기 좋다.

1931⁠년 대들보가 남은 목조 양조장, 논산 양촌양조장

논산 양촌면의 양촌양조장에는 1931⁠년에 상량한 대들보가 남아 있다. 조선식 목조 건물로, 서까래와 벽, 지붕, 기둥이 처음 모습대로 버티고 있다. 벽 사이에는 왕겨를 두껍게 채워 넣었다. 덕산⁠·지평과 같은 단열 방식이다.

먹글씨가 남은 양촌양조장 천장 목재
먹글씨가 남은 양촌양조장 천장 목재
숫자와 날짜를 적어 둔 양촌양조장 술독
숫자와 날짜를 적어 둔 양촌양조장 술독

출발은 1920⁠년대 집에서 빚던 술로 거슬러 올라가고, 3⁠대째 가업을 잇는다. 2016⁠년 ‘⁠찾아가는 양조장⁠’⁠에 뽑혔다. 2026⁠년에는 한 분야에서 15⁠년 넘게 기술을 이어 온 소공인을 고르는 중소벤처기업부 백년소공인이 됐다. 원료를 다루던 2⁠층은 홍보전시실로 바꿔 양조장의 내력을 소개한다.

대표 술은 우렁이 농법으로 기른 논산 쌀로 빚는 우렁이쌀 손막걸리다. 증류식 소주 ‘⁠여유⁠’⁠도 같은 양조장에서 나온다. 견학 프로그램은 단체 기준으로 안내한다.

1950⁠년대 발효실과 우물이 남은 곳, 옥천 이원양조장

옥천 이원면은 묘목을 많이 기르는 마을이다. 이원양조장은 1930⁠년대 이 마을에서 문을 열었고, 한때 직원이 20~30⁠명에 이르렀다. 이원양조장 막걸리는 묘목시장을 비롯해 옥천 곳곳에서 팔렸다.

‘향수 막걸리’ 간판 아래 나무통과 술독을 둔 이원양조장 작업장
‘⁠향수 막걸리⁠’ 간판 아래 나무통과 술독을 둔 이원양조장 작업장
‘이원막걸리’ 간판을 단 이원양조장 담장
‘⁠이원막걸리⁠’ 간판을 단 이원양조장 담장

쌀을 씻는 곳과 누룩을 띄우는 곳, 술을 익히는 발효실이 1950⁠년대 모습 그대로다. 막걸리 빚는 물을 긷는 우물도 마당에 남아 있다. 지금은 쌀로 빚는 ‘⁠아이원⁠’⁠과 우리밀로 빚는 ‘⁠향수⁠’⁠를 낸다. 둘 다 쓴맛이 적고 구수한 편이며, ‘⁠아이원⁠’⁠은 6⁠도, ‘⁠향수⁠’⁠는 9⁠도다.

2017⁠년 ‘⁠찾아가는 양조장⁠’⁠에 뽑혀 술 빚기와 증류 프로그램을 꾸려 왔다.

깨진 옹기를 꿰매 쓰는 4⁠대째 술도가, 단양 대강양조장

대강양조장의 출발은 1918⁠년 충주에 세운 상모양조장이다. 지금 조재구 대표의 외증조부가 세웠고, 3⁠대째에 단양 대강면으로 옮기며 이름을 바꿨다. 술은 대부분 수십 년 쓴 700L 옹기에서 익힌다. 깨진 항아리도 버리지 않고 금 간 자리를 꿰매 다시 쓴다.

‘대강’ 글자와 사람 모양 그림을 붙인 대강양조장 외관
‘⁠대강⁠’ 글자와 사람 모양 그림을 붙인 대강양조장 외관
말통과 자전거, 체를 모아 둔 대강양조장 전시관
말통과 자전거, 체를 모아 둔 대강양조장 전시관

물은 소백산 자락 지하 400m⁠에서 끌어 올린 암반수다. 대표 막걸리 이름도 ‘⁠소백산 생막걸리⁠’⁠다. 검은콩을 넣은 술로 특허를 받았고, 오곡을 넣은 ‘⁠오곡 진상주⁠’⁠도 빚는다. 2005⁠년 단양을 찾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막걸리를 연거푸 6⁠잔 마셨다는 이야기가 양조장에 전한다. 그 뒤 2005~2008⁠년 청와대 만찬주로 올랐고, 양조장에는 청와대 로고를 새긴 잔이 남아 있다.

2013⁠년 신평양조장과 함께 첫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뽑혔다. 양조장 한쪽 작은 전시관에 100⁠년 넘는 내력을 모아 두었다.

연잎을 넣어 빚는 백련막걸리, 당진 신평양조장

신평양조장은 1933⁠년 화신양조장으로 문을 열었고, 지금 3⁠대째 술을 빚는다. 예전에는 동네 사람들이 주전자를 들고 와 막걸리를 받아 가던 곳이다. 옛 쌀 창고를 고친 양조박물관 ‘⁠백련 양조문화원⁠’⁠이 양조장의 내력을 보여 준다. 대강양조장과 나란히 2013⁠년 첫 ‘⁠찾아가는 양조장⁠’⁠이 됐다.

연꽃 장식 옆에 놓인 백련막걸리와 백련 맑은술
연꽃 장식 옆에 놓인 백련막걸리와 백련 맑은술

대표 술 백련막걸리는 당진 해나루쌀로 빚고, 발효 중에 연잎을 넣는다. 연은 근처 흥국선원에서 기른 것을 쓴다. 할아버지가 절에서 전해 받은 연잎 쓰는 법을 아버지가 10⁠년 들여 완성했다고. 맑게 걸러 낸 ‘⁠백련 맑은술⁠’⁠도 함께 빚는다.

견학은 1930⁠년대에 지은 옛 양조장과 쌀 창고를 고친 양조박물관, 새로 지은 양조센터를 차례로 돈다. 연잎주 빚기는 양조센터에서 하고, 개인도 예약하면 참여할 수 있다.

발로 밟아 누룩을 빚는 산성마을, 부산 금정산성막걸리

금정산성막걸리는 조선 숙종 때 금정산성을 쌓던 석축 장인들의 새참술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산성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몰래 빚던 술은 지역 특산물로 양성화된 뒤 민속주 1⁠호로 지정됐다.

발 위에 놓고 띄우는 금정산성 누룩
발 위에 놓고 띄우는 금정산성 누룩
금정산성막걸리를 따른 잔을 맞대는 손
금정산성막걸리를 따른 잔을 맞대는 손

누룩은 반죽을 발로 밟아 둥글넓적하게 빚는다. 가장자리는 두껍게, 가운데는 조금 얇게 빚어야 고르게 뜬다. 짚을 깐 선반에서 14⁠일쯤 띄운 누룩이 누룩방을 가득 채운다.

물은 금정산 기슭 해발 400m⁠에서 끌어 쓴다. 막걸리는 시큼하고 묵직하다. 유청길 대표는 막걸리 분야에서 처음 나온 식품명인으로, 제⁠49⁠호다.

누룩방과 전시 공간은 견학 동선으로 열어 두었다. 유 대표는 2025⁠년 이곳을 찾은 외국인이 1,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누룩 딛기와 막걸리 빚기는 일행을 모아 2⁠주 전에 예약하면 된다.

이 기사에 나온 곳

진천 덕산양조장PLACE
주소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읍 초금로 712
운영
09:00~17:00
휴무
일요일
요금
입장 무료
양평 지평양조장PLACE
주소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의병로62⁠번길 27
운영
10:00~17:00
휴무
월요일
강화 금풍양조장PLACE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삼랑성길 8
운영
월~목요일 10:30~17:30, 금~일요일 10:30~18:00
휴무
연중무휴
예약
방문 전 연락 필수
문의
0507-1374-1931
논산 양촌양조장PLACE
주소
충청남도 논산시 양촌면 매죽헌로1665⁠번길 14-7
문의
041-741-2011
옥천 이원양조장PLACE
주소
충청북도 옥천군 이원면 묘목로 113
문의
043-732-2177
단양 대강양조장PLACE
주소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대강로 60
예약
견학은 전화 후 방문
문의
043-422-0077
당진 신평양조장PLACE
주소
충청남도 당진시 신평면 신평로 813
운영
판매점 09:00~18:00, 견학⁠·체험 10:00~17:00(월~토요일)
휴무
일요일, 명절 당일
예약
견학⁠·체험 사전 예약 필수. 15⁠명 이상 단체는 전화, 개인은 네이버 플레이스
요금
관람⁠·견학 무료, 연잎주 막걸리 빚기 1⁠인 30,000⁠원
문의
041-362-6080(대표), 041-363-9063(체험 예약)
부산 금정산성막걸리PLACE
주소
부산광역시 금정구 산성로 453
운영
08:30~18:00
휴무
연중무휴
체험
평일 10:00~15:00, 2⁠주 전 예약. 평일 5⁠명, 주말⁠·공휴일 10⁠명 이상
요금
누룩 딛기 1⁠인 10,000⁠원, 막걸리 빚기 1⁠인 20,000⁠원
문의
051-517-6552(대표), 051-583-0222(체험)

2026⁠년 10⁠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노을
에디터 노을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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