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지마 올레는 8자로 걷는다
오이타현 사이키항에서 배로 10분, 작은 섬 오뉴지마에 규슈올레 코스가 있다.10.5km 코스를 겹치는 구간 없이 걷는 순서부터 A·B 갈림길 고르는 법까지 정리했다.

오이타현의 작은 항구 도시 사이키에서 배로 10분을 더 들어가면 오뉴지마가 나온다. 둘레 17km, 주민 700여 명이 사는 섬이다. 2018년 봄 이 섬에 규슈올레 제20코스, 사이키-오뉴지마 코스가 문을 열었다. 규슈올레에서 2번째로 생긴 섬 코스다.
찾아가는 길은 멀다. 오이타에서 JR로 약 2시간, 후쿠오카 하카타에서는 갈아타며 4시간쯤 걸린다. 내가 사이키까지 간 것도 순전히 이 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포구에서 시작하자, 추천 동선
코스 공식 시작점은 예전에 학교가 있던 자리에 만든 마을 중심의 공원이다. 여기서 해안을 따라 걷다가 언덕 2개를 넘는 것이 큰 줄기다. 코스 중간에 솟은 두 산은 제주 오름과 모양이 비슷하다.
첫 산은 반드시 넘어야 하고, 2번째 산은 넘을지 말지 고를 수 있다. 산을 넘는 A루트 말고도 해안을 도는 B루트가 따로 났기 때문이다. 시작점을 떠나 첫 산을 넘으면 다시 공원으로 돌아오고, 후반부에는 A·B로 갈라져 포구로 향한다. 그래서 8자 모양 코스라고 부른다.
문제는 배가 닿는 포구가 시작점에서 꽤 멀다는 점이다. 꼭 정방향으로 걷겠다는 게 아니라면 순서를 이렇게 바꾸자. 포구에서 B루트를 거꾸로 걸어 공원까지 간다. 공원에서는 정방향으로 첫 산을 넘어 다시 공원으로 돌아온다. 마지막으로 A루트로 도미산을 넘어 포구에 닿는다. 이러면 되짚어 걷는 구간 없이 섬을 한 바퀴 돈다.
귤밭 골목에서 전망대까지, 첫 산
공원을 떠나면 바다를 따라가나 싶다가 이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선다. 섬은 넓지만 집들은 한데 모여 있다. 골목 옆으로 귤밭이 나오고 귤 향이 길까지 퍼진다. 제주 전통 가옥 앞 골목과 닮은 풍경이다.
길가에는 신사가 자주 나온다. 바다로 나가는 뱃사람의 안전과 풍어를 빌던 곳이다. 오뉴지마 신사들은 문을 열어 두어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다. 나도 잠시 들러 이번 여행의 안전을 빌었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다시 바다 곁이다. 주변에 섬이 여럿 솟아 바다가 잔잔하고, 양식장을 돌보는 어부들이 자주 보인다. 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제주올레처럼 파란색과 빨간색 리본이 달렸고, 파란 간세 표지와 두 색깔 화살표가 잊을 만하면 나온다.
오래된 둑 위로 좁은 길이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올레꾼들이 한 줄로 서서 지나간다. 동백 숲과 해안을 돌아 귤밭을 한 번 더 지나면 작은 마을이 나오고, S자로 굽은 골목 끝에서 등산로가 시작한다.
숲길은 대체로 경사가 완만하고 바닥이 푹신하며, 양옆으로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숲이 빽빽하다. 오르다 보면 코스 중간 지점인 전망대에 닿는다. 사이키 주변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A루트로 도미산을 넘을 생각이 없다면 이 전망대에서 충분히 쉬어 가길 권한다.
이 길은 주민들이 예전에 오가던 길,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던 길을 다시 찾아낸 것이다. 그 학교는 이미 문을 닫았다. 내리막도 오르막만큼 완만해 공원까지 무리 없이 내려간다.
교육용으로 세웠다, 섬 하나뿐인 신호등
걸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 섬에는 신호등이 1기뿐이다. 차가 드물어 신호등이 필요 없는 섬인데도 교육용으로 하나를 세웠다.
차가 드물어 신호등이 필요 없는 섬인데도 교육용으로 하나를 세웠다.
섬에서 자란 아이들이 훗날 섬을 떠났을 때 교통 신호를 몰라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하려는 어른들의 뜻이다. 신호를 지켜 건넜다.
A루트냐 B루트냐, 도미산 정상
공원을 지나 반대편으로 가면 곧 갈림길이다. B루트는 해안을 따라가는 평탄한 길이라 나이나 체력과 상관없이 걷기 좋다. 추천 순서대로 포구에서 출발했다면 이미 걸어온 길이다.
마을을 하나 더 지난다. 집 앞과 밭 한가운데로 길을 내도록 허락해 준 주민들 덕분에 생긴 구간이다. 주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걸었다. 길가의 낡은 그네에는 잠깐 앉았다 갔다.
나는 A루트를 골랐다. 삼나무 사이로 난 산길은 앞서 넘은 산보다 조금 가파르다. 함께 걷던 마을 아이들은 금세 올라갔고, 나는 천천히 뒤따랐다.
도미산 정상에 서면 코스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끝난다. 한쪽으로는 사이키 시내가, 반대쪽으로는 오뉴지마와 주변 섬들이 보인다. 큰 나무에 매단 그네를 타는 올레꾼도 있다.
내려가는 길은 완만한 흙길과 가파른 흙길이 번갈아 나온다. 길 끝에 섬 들머리 마을이 있고, 마지막 골목을 따라가면 바닷가에 닿는다. 10.5km 코스는 이시마 마을 포구 앞에서 끝난다. 처음 배에서 내린 그 포구다.
이 기사에 나온 곳
- 길이
- 10.5km
- 가는 길
- 사이키항에서 배로 10분
- 시작
- 마을 중심 공원(옛 학교 터)
- 종점
- 이시마 마을 포구
2018년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Map / 지도에서 보기
사이키,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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