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민심서가 나온 곳,겨울 강진에서 쉬어 가기
다산초당에서 한국민화뮤지엄, 전라병영성, 월출산 아래 차실까지.겨울 강진을 천천히 걷는 코스다.
전남 강진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남도 답사 일번지’로 꼽은 곳이다.
정약용이 유배 시절을 보낸 초당이 있고, 고려청자를 굽던 가마터가 있다. 월출산 아래로는 겨울에도 푸른 차밭이 이어진다. 그중 겨울에 천천히 걷고 쉬어 가기 좋은 곳만 골랐다.
유배지에서 나온 책들, 다산초당
다산 정약용은 정조가 아끼던 학자였다. 문제는 정조가 세상을 떠난 뒤다. 천주교 탄압 사건인 신유박해에 휘말렸고, 역모 혐의까지 더해져 강진으로 유배를 왔다. 강진에서 보낸 세월만 18년이다.
그중 11년을 지낸 곳이 만덕산 중턱의 다산초당이다. 정약용은 해남 외가에서 책을 많이 가져와 이 작은 집에서 연구를 이어 갔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주요 저서 대부분이 여기서 나왔다.
겨울 초당은 한적하다. 비자나무와 동백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이 나 있고, 그 길을 따라 오르면 초당이 나온다.

초당 뒤에는 백련사로 넘어가는 오솔길이 있다. 백련사는 정약용과 가장 가깝게 지낸 혜장스님이 머물던 절이다. 두 사람은 이 길을 자주 오가며 학문을 논하고 차를 나눴다고 전해진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주요 저서 대부분이 여기서 나왔다.
청자 다음은 민화, 한국민화뮤지엄
강진은 고려청자의 주요 생산지였다. 시작은 통일신라 후기다. 장보고 세력이 당나라에서 도자기를 들여왔지만 귀족들의 수요를 다 채우지 못했고, 그래서 이 지역에서 직접 굽기 시작했다고 한다.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청자 수송선의 도자기도 강진에서 만든 것이었다.
강진도예촌 한쪽의 고려청자박물관에서는 가마터 흔적과 통일신라부터 오늘까지 이어지는 강진 청자의 역사를 볼 수 있다. 바로 옆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은 청자의 빛깔과 문양을 미디어아트로 보여 준다. 도자기에 관심이 있다면 도예촌도 둘러보자. 강진 도예가들이 만든 현대 청자를 보고 살 수 있다.
청자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민화뮤지엄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민화 전문 박물관이고, 민화 200여 점을 상설 전시한다.

고궁에서 보던 일월오봉도, 장수를 비는 십장생도가 걸려 있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유명해진 호작도도 여기 있다. 해마다 여는 대한민국 민화대전 수상작도 전시하니, 요즘 작가들이 그린 민화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다.

성 안에 하멜기념관? 전라병영성
전라병영성은 서해안으로 들어오는 왜구를 막으려고 광주에서 옮겨 온 성이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전라남도와 제주도의 군사권을 총괄하는 육군 총지휘부였다. 지금은 복원 중인데, 성곽은 윤곽을 꽤 드러냈다. 조선 시대 부비트랩이라 불리는 ‘함마갱’과 적의 접근을 막던 해자 유적도 남아 있다.

조선 육군 총지휘부 안에 네덜란드 사람의 기념관이 있다. 《하멜표류기》를 쓴 선원 헨드릭 하멜이다. 하멜은 조선에 13년 동안 억류됐고, 그 대부분을 이 병영성에서 보냈다. 기념관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설명으로 꾸며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병영성에서 월출산 쪽으로 가면 무위사가 나온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절로, 본당인 극락보전은 1430년에 지었다. 고려 시대 선각대사 부도비와 삼층석탑도 이 절에 있다.
스승에게 보내던 차, 백운차실
월출산 남쪽 자락에는 넓은 차밭이 있다. 시작은 정약용의 제자 이시헌이다. 스승에게 차를 보내려고 이곳에 차밭을 일궜고, 그 차밭이 수백 년을 이어 왔다.

차밭 옆에는 이시헌의 후손 이한영의 생가가 복원돼 있다. 이한영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차 브랜드 ‘백운옥판차’를 만든 사람이다. 일본에 녹차 문화를 빼앗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고 한다.
생가 옆 백운차실에서는 고택의 독립된 공간을 빌려 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머무는 시간은 80분이다. 창밖으로 차밭과 월출산이 보인다.


차밭 끝에 정원, 강진다원과 백운동원림
차밭 사이를 직접 걷고 싶다면 가까운 강진다원으로 가면 된다. 오설록이 운영하고, 방문객에게 개방한다.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차밭이 이어지고, 그 끝에 월출산이 솟아 있다.

강진다원 뒤편 숲길을 따라가면 강진백운동원림이 나온다. 호남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곳으로, 조선 후기 선비 이담로가 꾸몄다. 여기서도 정약용이 나온다. 유배길에 이 정원에 들러 찬사를 남겼다. 대나무 숲길을 걷다가 정자에 앉아 쉬어 가면 된다.
하룻밤 묵을 생각이라면 강진 ‘푸소’를 알아 두자. ‘Feeling-Up, Stress-Off’의 앞글자를 딴 이름으로, 농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강진군청이 직접 관리하고, 신선한 식재료로 차린 농가 밥상과 여러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참고로 전라도 말 ‘확 푸소’에도 덜어 낸다는 뜻이 있다.
그러니까 하루에 다 돌기보다 푸소에서 하룻밤 묵고 이틀로 나누길 권한다. 첫날은 다산박물관과 다산초당, 청자박물관과 민화뮤지엄을 보고, 다음 날은 병영성에서 월출산 쪽으로 넘어가 차실과 다원에서 마무리하면 된다.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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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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