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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따라 땅끝까지,해남의 여름

백악기 호숫가였던 우항리의 공룡박물관부터 물살이 운다는 울돌목 곁 호텔까지, 해남의 여름을 물길 따라 짰다.

해남공룡박물관 보호각 안, 비스듬히 드러난 옛 호숫가 화석층 위로 난간 달린 통로가 지나갑니다
노을에디터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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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취재 동선을 짜다가 알았다. 목적지 5곳이 모두 물로 이어져 있었다.

이름에 호수가 들어간 바다, 학명이 ‘물의 그릇’인 꽃의 군락, 공룡 발자국 옆 물놀이장, 호숫가의 바닥분수, 물살이 운다는 해협 곁의 호텔이다. 그래서 이번 해남 여름 여행은 물을 따라 짰다.

발자국 찍힌 그 자리, 해남공룡박물관

중생대 백악기, 해남 우항리는 얕은 호숫가였다. 공룡과 익룡과 새가 같은 물가를 걸어 다녔다.

3종류의 발자국이 한 지층에서 나란히 발견된 건 세계에서 우항리가 처음이다.

우항리 화석 산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이유다. 2007년 이 자리에 해남공룡박물관이 들어섰다. 지금은 연 20만 명이 찾는 국내 최대 공룡 전문 박물관이다.

풀 덮인 비탈에 드러난 우항리 화석 산지와 뒤편의 박물관 건물
풀 덮인 비탈에 드러난 우항리 화석 산지와 뒤편의 박물관 건물

박물관 곳곳에 발자국을 그대로 덮어 보존한 보호각이 있다. 보호각 안에 들어가면 바위에 찍힌 발자국 화석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이 너른 들판을 한때 공룡들이 걸어 다녔다는 사실은 수많은 발자국 앞에 서야 실감이 난다.

바위 표면에 둥글게 찍힌 공룡 발자국
바위 표면에 둥글게 찍힌 공룡 발자국

모형 말고 진짜, 알로사우루스

전시의 핵심은 알로사우루스다.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진품 화석이다. 모형이 아니라 진짜 뼈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유리 바닥 아래로 화석을 내려다보는 전시실
유리 바닥 아래로 화석을 내려다보는 전시실

실내엔 어린이 체험 시설이 있고, 야외 공룡공원엔 움직이는 공룡 조형물과 놀이시설이 있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하루를 다 써도 된다.

박물관 밖 정원의 만화풍 공룡 조형물과 알록달록한 조각
박물관 밖 정원의 만화풍 공룡 조형물과 알록달록한 조각

여름에만 여는 공룡 물놀이 체험장

여름이면 본관 앞에 공룡 물놀이 체험장이 열린다. 슬라이드 2종류에 물놀이 종합놀이대, 바닥분수까지 있다. 작은 워터파크라고 불러도 될 규모다. 3~13세 어린이 전용이고, 박물관 입장객은 무료다.

백악기엔 호숫가, 지금은 물놀이장이다. 해마다 7월 초에 문을 열어 여름 내내 운영해 왔다.

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유료 입장객은 입장료의 50%를 해남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는다(1000원 미만은 주지 않는다).

우는 바다 곁 32실, 호텔 울돌소리

울돌목은 거센 물살이 암초에 부딪혀 우는 소리를 낸다고 해서 ‘울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자 이름 명량(鳴梁)도 ‘우는 물목’이라는 뜻이다. 1597년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거둔 그 해협이다. 지난해 10월, 이 바다 곁에 같은 이름을 쓴 호텔 울돌소리가 문을 열었다.

붉은 벽돌색 패널과 유리 계단실이 있는 3층 호텔 건물
붉은 벽돌색 패널과 유리 계단실이 있는 3층 호텔 건물

전신은 우수영유스호스텔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특화형 친환경 숙박 공모로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 문을 열었다. 객실은 소형부터 가족형까지 32개, 조식을 내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다.

작은 호텔인데 성적은 좋다. 해남군에 따르면 문을 연 지 넉 달 만에 객실 점유율이 70%를 넘었다. 업계에서 손익분기 기준으로 보는 선이다. 전라남도 ‘블루 워케이션’ 대상지로도 지정돼, 노트북을 들고 내려와 머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낮은 침대와 소파, 간접 조명이 있는 더블룸
낮은 침대와 소파, 간접 조명이 있는 더블룸

이 호텔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루프탑이다. 옥상에 오르면 울돌목이 한눈에 들어오고, 해 질 녘엔 바다 전체가 노을빛으로 물든다.

해 질 녘 루프탑에서 내려다본 나무와 잔디, 사장교와 바다
해 질 녘 루프탑에서 내려다본 나무와 잔디, 사장교와 바다

물살을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면 호텔 바로 앞 우수영관광지의 울돌목 스카이워크로 가자. 발아래로 소용돌이치는 물살이 지나간다. 이순신 장군의 전략이 왜 하필 이 물목에서 통했는지, 물을 내려다보면 수긍이 간다.

빠르게 흐르는 푸른 물 위로 휘어진 유리 난간 스카이워크
빠르게 흐르는 푸른 물 위로 휘어진 유리 난간 스카이워크

명량대첩해전사기념관과 울돌목해상케이블카도 바로 곁에 있다.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보면 된다.

해협을 건너 언덕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와 물가의 다리
해협을 건너 언덕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와 물가의 다리

바다인데 호수, 땅끝송호해수욕장

땅끝송호해수욕장의 ‘송호(松湖)’는 소나무 송에 호수 호를 쓴다. 바다인데 이름에 호수가 들어간다. 길이 약 2km, 너비 200m의 백사장은 모래가 곱고, 물은 맑고 수심이 얕다. 물결이 잔잔해서 아이 손을 잡고 들어가기 좋다.

백사장이 서쪽을 보고 있어서 해 질 녘엔 서화도, 양도, 어불도, 어룡도 사이로 노을이 진다. 이름의 나머지 절반은 소나무 몫이다. 도로와 백사장 사이로 수령 100~200년의 해송 600여 그루가 제방을 따라 약 1km 이어진다.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솔숲이다.

2023년에는 이 앞바다에서 고려시대 고선박 ‘송호리1호선’이 발견됐다. 백사장에서 갈산마을을 지나 한반도 육지의 끝점인 땅끝탑까지 어렵지 않게 닿는다.

꽃과 분수, 포레스트수목원과 고천암

현산면의 포레스트수목원은 2019년 문을 연 해남 최초의 민간 사립수목원이다. 수국 400여 품종, 8000여 그루가 산 능선을 따라 군락을 이룬다. 국내 최대 규모의 수국정원이다. 수국의 학명 히드란게아(Hydrangea)는 그리스어 ‘물의 그릇’에서 왔다.

수국은 산성 토양에선 푸르게, 알칼리성 토양에선 붉게 핀다. 그래서 구역마다 꽃 빛깔이 조금씩 다르다. 대표 포토존은 수국 숲길 사이에 모형 레일을 깐 ‘수국 기찻길’이다. 기차는 다니지 않는다. 절정은 6월 하순부터 7월 초, 만생종은 7월 중순까지 핀다. 입장료는 성인 7000원이다.

고천암자연생태공원은 사실 겨울에 더 유명하다. 둘레 14km의 고천암호와 50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갈대 군락지가 있고, 겨울이면 가창오리 떼가 날아든다. 여름엔 안뜰광장 바닥분수에서 물기둥이 솟는다. 가운데에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족욕 시설도 있어 어른은 발을 담그면 된다. 연꽃 습지는 7월에 절정이다.

땅끝까지 내려간다면 5곳을 물길 하나로 묶어 도는 걸 권한다. 해 질 녘은 서쪽을 보는 송호해수욕장이나 울돌소리 루프탑에 남겨 두자.

이 기사에 나온 곳

해남공룡박물관PLACE
주소
전남 해남군 황산면 공룡박물관길 234
운영
09:00~18:00
휴무
매주 월요일
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참고
유료 입장객에게 입장료의 50%를 해남사랑상품권으로 환급(1회 총 결제금액 기준, 1000원 미만 미지급)
호텔 울돌소리PLACE
주소
전남 해남군 문내면 관광레저로 12-36(우수영관광지 내)
객실
32실(소형~가족형)
시설
레스토랑(조식), 카페, 루프탑
참고
인근에 울돌목 스카이워크, 명량대첩해전사기념관, 울돌목해상케이블카
땅끝송호해수욕장PLACE
주소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해안로 1827
포레스트수목원PLACE
주소
전남 해남군 현산면 봉동길 232-118
운영
08:00~19:00
요금
성인 7000원
고천암자연생태공원PLACE
주소
전남 해남군 황산면 고천암로 752-14

2026년 6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노을
에디터 노을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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