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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로 솟은 울릉도의 눈 덮인 화산 봉우리와 해안을 지나는 작은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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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배로 7시간,겨울 울릉도에 갔다

밤 11시 50분 포항에서 배에 올라 새벽 6시 30분경 사동항에 내린다.관광택시로 섬을 돌며 눈 쌓인 나리분지와 해안 절벽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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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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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은 포항에서 밤배에 오르면서 시작한다. 자정 무렵 출발해 7시간 동안 동해를 건너고, 새벽빛 속에서 화산섬을 만난다.

겨울 울릉도는 여름과 풍경이 전혀 다르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이 화산 지형과 만나면서 육지에서 보기 힘든 양의 눈이 섬 전체에 쌓인다. 눈 덮인 주상절리와 검푸른 바다를 보러 가는 길을 따라가 보자.

누우면 도착하는 배, 뉴씨다오펄호

출발지는 포항 영일만신항이다. 승선은 밤 11시가 넘어 시작하고, 배는 11시 50분에 떠난다. 울릉크루즈가 운항하는 뉴씨다오펄호는 9층 높이에 객실 227개를 갖춘 1만 9988톤급 카페리다. 국내 연안 카페리 가운데 최대급이라 웬만한 풍랑에도 뜬다.

밤 부두에 승선교를 대고 정박한 흰 카페리 뉴씨다오펄호
밤 부두에 승선교를 대고 정박한 흰 카페리 뉴씨다오펄호

좌석에 앉아 버티는 배가 아니라 침대에 누워 자는 배다. 눈을 뜨면 다음 날 새벽 6시 30분경 울릉도 사동항에 닿아 있다.

창밖으로 밤바다가 보이고, 운이 좋으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도 볼 수 있다. 선내에는 편의점과 식당, 노래방까지 있다.

2층 침대 2개 사이에 텔레비전이 놓인 선실
2층 침대 2개 사이에 텔레비전이 놓인 선실

새벽에 내리니 첫날을 통째로 쓸 수 있다. 다만 겨울에는 섬 안 눈길 운전이 까다롭다. 관광택시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코스를 권한다. 시계 방향으로 돌면 삼선암, 관음도, 나리분지, 송곳산, 태하를 지나 사동항으로 돌아온다.

좌석에 앉아 버티는 배가 아니라 침대에 누워 자는 배다.

멀리선 둘, 가까이선 셋? 삼선암

사동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 바다 위로 솟은 바위들이 보인다. 울릉도 해상 경치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삼선암이다. 멀리서는 2개로 보인다. 가까이 가야 3개가 나란히 선다.

하늘에서 내려온 세 선녀가 울릉도 경치에 반해 돌아갈 때를 놓쳤고,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바위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홀로 떨어진 막내 바위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다. 옷을 잃어버린 탓이란다.

겨울에는 거친 파도가 바위를 때려 흰 포말 사이로 검은 바위가 더 선명하다. 삼선암 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옆 작은 쉼터에서 따뜻한 음료 한 잔 들고 바다를 보고 가자.

거친 바다 위로 솟은 삼선암의 높은 바위기둥 3개
거친 바다 위로 솟은 삼선암의 높은 바위기둥 3개

다리 건너 무인도, 관음도

삼선암을 지나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천부리 앞바다에 관음도가 있다. 2012년 연도교가 놓이기 전까지 배로만 갈 수 있던 무인도다. 다리를 건너면 엘리베이터나 나무 계단으로 섬 위에 오른다. 숨이 조금 찰 즈음 겨울에도 잎이 푸른 동백나무 숲길이 나온다.

짧은 코스로 전망대에 오르면 울릉도 본섬과 죽도, 삼선암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수평선 너머 독도의 희미한 윤곽이 보이기도 한다. 긴 코스로 가면 주상절리 절벽 아래 높이 14m의 두 동굴, 관음쌍굴이 나온다. 예전에 해적 소굴로 쓰였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겨울 관음도는 찾는 사람이 적어 조용하다.

거친 바다 너머로 보이는 관음도와 섬으로 건너가는 다리
거친 바다 너머로 보이는 관음도와 섬으로 건너가는 다리

섬에서 유일한 평지, 나리분지

관음도를 나와 내륙으로 방향을 틀면 나리분지로 가는 길이다. 울릉도는 화산 폭발로 생긴 섬이라 대부분이 가파른 경사와 절벽이다. 그런 섬에서 평평한 땅은 나리분지뿐이다. 1만 5000여 년 전 화산 폭발로 분화구가 함몰되며 생긴 칼데라 분지다.

그런데 이 평지에 눈이 유난히 많이 쌓인다. 칼데라 지형 때문이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일은 예사고, 눈은 3월 말까지 녹지 않는다. 분지 한가운데 서면 성인봉을 비롯한 눈 덮인 봉우리들이 사방을 둘러싼다.

눈에 덮인 나리분지의 평평한 바닥과 둘레의 산
눈에 덮인 나리분지의 평평한 바닥과 둘레의 산

분지 한편에는 울릉도 전통 가옥 투막집이 있다. 통나무를 우물 정(井) 자로 쌓아 벽을 만들고, 눈바람을 막으려고 처마 끝에 우데기라는 가벽을 둘렀다.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해결하면 된다. 대표 메뉴는 울릉도 산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밥이다. 부지깽이와 명이나물 같은 나물이 밥 위에 수북이 올라간다. 더덕전에 호박막걸리를 곁들여도 좋다.

눈이 두껍게 쌓인 초가지붕과 짚 벽을 두른 투막집
눈이 두껍게 쌓인 초가지붕과 짚 벽을 두른 투막집

송곳산 앞 고릴라, 카페 울라

나리분지에서 해안으로 내려와 서쪽으로 가면 추산 해안가다. 고개를 들면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보인다. 화산 활동으로 생긴 조면암 봉우리, 송곳산이다. 눈이 내리면 검은 바위 위에 흰 눈이 얹힌다.

송곳산 아래 해안가에 카페 울라가 있다. 창 너머로 뾰족한 봉우리와 동해가 함께 보인다. ‘울라’는 ‘울릉도 고릴라’라는 뜻이고, 이 카페의 캐릭터 이름이기도 하다. 음료는 울라가 그려진 컵에 담겨 나온다. 섬을 돌다 다리를 쉬어 가기 좋은 자리다.

눈이 살짝 덮인 송곳산 앞에서 경례하는 커다란 고릴라 조형물
눈이 살짝 덮인 송곳산 앞에서 경례하는 커다란 고릴라 조형물

모노레일이 멈춰도 괜찮다, 태하

서쪽으로 더 가면 서면 태하리의 태하향목 전망대다. 모노레일이 멈춰 있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해안 절벽을 따라 대풍감까지 데크 산책로가 이어진다. 황토굴을 지나 소라 계단을 오르며 20여 분 걸으면 태하등대에 닿는다.

등대 앞에서는 동해가 탁 트이고, 절벽 위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향나무 자생지가 보인다. 대풍감은 조선 시대에 육지로 떠나는 배들이 순풍을 기다리던 곳이다.

태하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오면 다시 사동항이다. 돌아가는 배는 오후 12시 30분에 떠나 저녁 7시경 포항에 닿는다. 배 시간까지 여유가 있다면 항구 주변을 걸어 보자. 몇 년 뒤 울릉공항이 열리면 비행기로 1시간이면 오는 섬이 된다. 그래도 겨울에 간다면 밤배를 한 번 타 보길 권한다.

이 기사에 나온 곳

뉴씨다오펄호(울릉크루즈)PLACE
가는 배
포항 영일만신항 밤 11시 50분 출발, 사동항 새벽 6시 30분경 도착
오는 배
사동항 오후 12시 30분 출발, 포항 저녁 7시경 도착
참고
바다가 보이는 4~6인실, 선내 편의점⁠·식당⁠·노래방

2026년 1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노을
에디터 노을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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