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헐릴 뻔한 고택들이 완주 산골로 이사 왔다
진주·정읍·고창·무안에서 헐릴 뻔한 고택들이 완주 소양 골짜기에 다시 섰다.오성한옥마을에서 산성과 폭포, 송광사까지 하루로 묶었다.
전북 완주 소양면, 위봉산과 서방산, 종남산이 둘러싼 골짜기에 한옥 23채가 모여 있다. 오성한옥마을이다.
수백 년 된 집성촌은 아니다. 2012년부터 주민들이 집을 짓고 고쳐 온 마을이다. 그런데도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들었고, 한 해 70만 명이 다녀간다. 마을에서 시작해 산성과 폭포를 지나 송광사에서 끝나는 하루를 따라가 보자.
옮겨 온 집이 6채, 오성한옥마을
이 마을 집들은 고향이 제각각이다. 진주, 정읍, 고창, 무안에서 헐릴 처지였던 고택들이 기둥과 서까래째 해체돼 이 골짜기로 왔다. 한옥은 못을 쓰지 않아서 해체한 뒤 다시 짜 맞출 수 있다. 23채 가운데 옮겨 온 집이 6채, 새로 지은 집이 14채, 살던 집을 고친 집이 3채다.
마을 이름을 먼저 알린 건 카메라다. 방탄소년단이 여름 화보집 ‘2019 BTS SUMMER PACKAGE’를 이 일대에서 찍었고, 올봄 끝난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도 주요 장면을 여기서 촬영했다.
출발은 마을 초입 저수지 오성제에서 하길 권한다. 물가에 소나무 한 그루가 혼자 서 있다. 화보에 나온 뒤 ‘BTS 소나무’라는 별명이 붙었고, 2025년에는 일본에서 단체로 찾아온 팬도 적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의 감정이 깊어지는 장면도 이 물가에서 찍었다.
이른 아침엔 물안개가 골짜기를 채우고, 해 질 무렵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제방에 줄을 선다. 마을 뒤편 문화생태숲은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걷는 예약제 숲길이다. 체험관에서는 주민들이 여는 다도 체험도 신청할 수 있다.
한옥은 못을 쓰지 않아서 해체한 뒤 다시 짜 맞출 수 있다.

입구는 콘크리트, 아원
마을 언덕 위 아원은 ‘우리 모두의 정원’이라는 뜻이다. 고택과 현대 건축을 한 울타리에 들인 복합문화공간이다. 그런데 입구에 한옥은 없다.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먼저 나오고, 안에 들어서면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부터 보인다.
콘크리트 벽에 난 작은 문을 지나면 좁은 회랑이 이어진다. 회랑 끝 전시실은 작품을 한 번에 딱 한 점만 건다. 천장 틈으로 들어온 빛이 바닥의 작은 연못 위로 떨어진다.

갤러리 뒤 대나무 숲 오솔길을 올라야 고택 마당이 나온다. 4채도 출신지가 다르다. 안채와 사랑채는 250년 전 진주에서 지은 집이고, 대청이 시원한 천지인은 정읍에서, 서당 건물은 함평에서 옮겨 왔다.
세 면을 활짝 연 천지인 마루에 앉으면 종남산 능선이 정면에 들어온다. 드라마에서 시간을 넘나드는 장면을 이 마당에서 찍었고, 방탄소년단은 촬영 기간 일주일을 이 집에서 묵었다.

4채 모두 숙소지만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관람객에게 마루를 연다. 관람료는 1만 원이고 8세 미만은 들어갈 수 없다. 문제는 대관이나 촬영으로 문을 닫는 날이 있다는 점이다. 가기 전에 꼭 확인하자.
장인이 다시 지은 집, 소양고택
아원 아래쪽 소양고택도 옮겨 온 집이다. 고창과 무안 등지에서 철거될 뻔한 100~200년 된 고택을 해체해 가져왔고, 문화유산 장인들이 다시 세웠다. 아원이 현대 건축을 곁에 뒀다면 이쪽은 전통을 지키는 데 공을 들였다. 처마 선도, 비워 둔 마당도 옛 모습 그대로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집으로 나온 여일루가 여기 있다. 그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온다. 혜온당을 비롯한 6채가 숙소로 쓰이고, 한복을 빌려 입고 마당을 걷는 방문객도 자주 보인다.

고택 곁에는 완주의 첫 독립서점 플리커책방이 있다. 하루 전까지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다. 덕분에 안이 붐비지 않는다.
함께 운영하는 카페 두베에 앉으면 통창 너머로 종남산 자락과 산허리를 감는 운무가 보인다. 1층에서는 수제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로 음악을 튼다. 정원은 여름엔 수국, 가을엔 단풍 차례다.

누에 치던 건물, 오스갤러리
마을 밖 저수지 앞의 오스갤러리는 원래 누에를 치던 잠사 건물이다. 이 건물을 고치고 노출 콘크리트 전시동을 덧붙여 미술관 겸 카페로 만들었다. 붉은 벽돌 카페와 잿빛 갤러리가 잔디밭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다.
실내는 일부러 조도를 낮췄다. 그래서 통유리 너머 계단식 정원이 더 또렷하다. 정원을 보며 핸드드립 커피 한 잔 마시고 가길 권한다. 평일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싸우려고 쌓은 성이 아니다, 위봉산성
마을을 나와 위봉산 고갯길을 오르면 위봉산성이다. 조선 숙종 원년인 1675년부터 8년 동안 쌓은 성으로,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성벽 둘레는 약 8.5km에 이른다.
용도가 특이하다. 전쟁을 치르려고 쌓은 성이 아니다. 유사시 전주 경기전의 태조 어진과 위패를 옮겨 와 지키려고 쌓았다. 실제로 1894년 동학농민군이 전주성을 차지했을 때 어진이 이곳까지 피난 왔다. 고갯마루에 남은 서문지는 화보 촬영지로 알려진 뒤 팬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러 오는 곳이 됐다.

성문 안쪽의 위봉사는 백제 무왕 5년인 604년에 세웠다고 전하는 절이다. 조선 후기에는 산성과 행궁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17세기 건물로 추정되는 보광명전이 보물이다. 경내를 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으니 산성과 묶어서 들르자.
고개를 마저 넘으면 위봉폭포다. 60m 높이에서 두 단으로 꺾여 떨어지는 폭포로, 예부터 완산팔경의 하나로 꼽혔고 2021년 일대가 명승으로 지정됐다. 판소리 명창 권삼득이 이 폭포 아래에서 소리를 닦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고갯마루 정자에서 전체를 볼 수 있고, 위봉터널 너머 전망대로 가면 더 가까이 보인다. 굵은 비가 지나간 직후 물이 가장 많으니 여름이 제철이다.

산속 대신 평지에, 송광사
마지막은 종남산 아래 송광사다. 867년 창건됐다고 전하는 천년고찰인데, 산속이 아니라 평지에 가람을 앉혔다. 대웅전, 종루, 소조사천왕상,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까지 보물이 넷이다.
대웅전 삼불좌상은 병자호란 뒤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며 1641년에 만들었다. 천왕문의 소조사천왕상은 흙으로 빚은 사천왕상 가운데 손꼽히는 규모다.

종루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열 십 자 모양이 되는 2층 누각이다. 이런 평면을 가진 조선시대 건물은 여기 하나뿐이다. 다만 2026년 8월 기준으로 해체 보수 공사 중이라 볼 수 없다. 절에서는 당일형과 휴식형 템플스테이도 운영한다.
동선은 이렇게 짜면 된다. 아침엔 오성제, 낮 12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엔 아원 마루, 오후엔 위봉산성과 위봉폭포를 거쳐 송광사로 간다. 아원 개방 시간이 짧으니 그 시간부터 정해 두고 나머지를 앞뒤로 붙이자.
이 기사에 나온 곳
- 운영
- 낮 12시~오후 4시 일반 관람
- 요금
- 관람료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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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미만 입장 불가, 대관·촬영일에는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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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 예약은 매월 1일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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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전까지 예약 필수
- 운영
- 평일 09:30~19:00, 주말 10:00~19:30
- 참고
- 당일형·휴식형 템플스테이 운영, 종루는 해체 보수 공사 중
2026년 8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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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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