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은 식당만 골랐다,경기노포 5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고른 ‘경기노포’ 가운데 식당 5곳.보리밥, 스키야키, 한우 갈비, 간장게장, 부대찌개 순서로 찾아간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2023년부터 지역의 오래된 가게를 ‘경기노포’로 선정하고 있다. 대상은 20년 넘게 장사를 이어 온 가게다. 신청만 한다고 뽑히지는 않는다. 오래 지역과 함께했는지, 뚜렷한 운영 철학이 있는지를 본다.
선정된 곳 가운데 가장 많은 업종은 식당이다. 그중 봄에 어울리는 음식을 내는 5곳을 추렸다.
나물은 직접 기른다, 양평 신내보리밥
큰 그릇에 보리밥과 갓 무친 나물을 담고, 참기름을 두르고, 된장과 고추장을 올려 비벼 먹기 좋은 계절이다. 양평이라면 신내보리밥으로 가자. 이 식당은 상에 올리는 식재료를 최대한 직접 마련한다. 보리밥에 직접 기른 제철 채소와 나물을 함께 내는데, 한데 모아 비벼 먹으라는 뜻이다.
찌개는 1대 주인장이 손수 담근 된장으로 끓인다. 집밥에 가까운 차림이라 매일 들러 밥을 먹는 손님이 꽤 있다고 한다.
든든하게 먹고 싶다면 오리불고기를 시키자. 매콤한 양념에 버무린 오리고기를 철판에 구워 먹고, 남은 기름에 보리밥을 볶아 마무리한다.
한옥인데 스키야키, 양평 사각하늘
요리와 다도를 오래 공부한 한국인 아내와 건축가인 일본인 남편이 양평의 한 산골짜기에 한옥을 지었다. 아내는 이곳에서 스키야키 전문 식당을 꾸리고 다도 프로그램도 연다. 식당 이름은 사각하늘이다.

겉은 전통 한옥인데 안에는 일본풍 미감이 섞여 있다. 남편은 오랫동안 한옥을 공부한 건축가다. 그래도 부부가 살 집만큼은 취향대로 짓자고 뜻을 모았고, 그 결과가 지금 모습이다.

메인 메뉴가 스키야키인 데도 이유가 있다. 한국의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정갈하게 낼 수 있는 요리라고 봤다. 국물에 넣는 채소와 곁들이는 반찬은 계절에 맞는 재료로 직접 만든다.

식사를 마치면 네모난 중정을 보며 차를 한잔하자. 사각하늘이라는 이름이 이 중정에서 나왔다. 손님은 모두 예약으로만 받는다. 먼 길을 오는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려는 뜻이라고 한다.

한우는 여기 하나, 포천 이동부산갈비
횡성 한우, 수원 왕갈비, 담양 떡갈비, 제주 흑돼지. 고기 앞에는 지역 이름이 자주 붙는다. 포천 이동면은 갈비다. 이동면 장안리 영평천을 따라 소갈비 전문점이 모인 곳을 ‘포천이동갈비촌’이라 부른다.
이 일대에 갈빗집이 처음 생긴 건 1960년대, 전국에 이름이 난 건 1980년대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산악회가 국망봉에 왔다가 여기서 갈비를 먹은 뒤 소문이 났다는 게 중론이다.
국망봉, 명성산, 백운산을 오른 등산객이 하산 뒤 즐겨 찾던 곳이다. 그런데 한우값이 치솟은 뒤로 예전만큼 손님이 몰리지 않았고, 식당들은 수입 소고기를 쓰기 시작했다.
1983년 이곳에 자리 잡은 이동부산갈비는 지금도 한우만 쓴다. 남아 있는 20여 개 점포 가운데 한우 전문점은 이곳 하나다. 그런데 값은 다른 집보다 싼 편이다. 개업 초기부터 거래해 온 정육점 덕이다. 통째로 들여온 고기를 직접 손질하고, 기름을 떼고, 알맞게 자른다. 이유를 물으면 남상윤 대표는 ‘자부심’이라고 답한다.
쌀밥보다 게장, 이천 마산아구이천쌀밥
“너라면 돈 내고 뭐 먹을래?” 마산아구이천쌀밥의 1대 주인장 김영기 씨가 딸이자 2대 대표인 김효진 씨에게 늘 하는 말이다. 돈 내고 먹는 음식은 맛과 품질이 뛰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 철학으로 20년 넘게 상을 차렸고, 2024년 경기노포와 12년 연속 블루리본 선정으로 이어졌다.
갈아서 쓰는 채소도 흠 없는 것만 고른다. 제철이 아닌 나물은 상에 올리지 않는다. 두부구이 반찬 하나를 내려고 두부 만드는 기계를 들였고, 콩은 매일 들여온다. 간장게장 하나를 완성하려고 만든 간장 레시피만 100여 개다.
간장게장 하나를 완성하려고 만든 간장 레시피만 100여 개다.
쌀로 이름난 이천답게 이천쌀밥을 중심으로 한 상을 차린다. 그런데 주인공은 따로 있다. 제철을 맞아 알을 밴 암꽃게로 담근 간장게장이다. 쌀밥보다 게장을 먹으러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부대찌개에도 제철이? 동두천 실비집
부대찌개에 제철이 있느냐고 묻겠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부를 만한 때가 있었다. 늦겨울부터 봄까지, 초겨울에 담근 김장김치가 잘 익는 시기다. 김치를 오래 두기 어렵던 시절 이야기다.
미군 부대가 주둔했던 의정부, 평택, 파주, 군산, 동두천에서 부대찌개가 발달했다. 지역마다 재료와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다. 파주와 동두천은 가까운 의정부와 비슷하고, 평택은 사뭇 다르다. 육수 내는 법, 치즈나 소고기 다짐육을 넣는지가 차이를 만든다.
2024년 경기노포로 선정된 실비집은 경기 북부 부대찌개 조리법을 정립한 식당 가운데 하나다. 1969년부터, 혹은 그보다 앞서부터 한자리에서 군인들에게 음식을 팔아 왔다. 50여 년 전 여기서 밥을 먹던 군인이 아버지가 되어 아들과, 다시 손주와 함께 찾아온다고 한다.
주력 메뉴는 부대찌개와 그 원형으로 여겨지는 부대볶음이다. 부대볶음에 국물과 양념장을 넣고 끓이면 부대찌개가 된다. 실비집은 제철 채소를 넣고 끓인 채수에 비법 양념장을 더해 찌개를 만든다.
햄도 따진다. 대를 이어 식당을 꾸리는 신용권 대표는 시중의 햄을 사서 삶아 보고 구워 보며 수시로 확인한다. 볶음과 찌개에 들어갔을 때의 염도와 식감이 기준이다.
양평 2곳은 하루에 묶어 다녀오기 좋고, 사각하늘은 예약부터 잡아 두자. 포천은 국망봉이나 명성산 산행과 함께, 동두천 실비집은 김장김치가 익는 늦겨울부터 봄 사이에 가길 권한다.
이 기사에 나온 곳
- 주소
- 경기 양평군 개군면 공서울길 39
- 메뉴
- 보리밥, 오리불고기
- 주소
- 경기 양평군 서종면 길곡2길 53
- 메뉴
- 스키야키
- 참고
- 100% 예약제
- 주소
- 경기 포천시 이동면 화동로 2111
- 메뉴
- 한우 갈비
- 참고
- 2024년 경기노포 선정
- 주소
- 경기 이천시 마장면 덕평로882번길 2-9
- 메뉴
- 간장게장, 이천쌀밥 한 상
- 참고
- 2024년 경기노포 선정
- 주소
- 경기 동두천시 어수로 91 690-2
- 메뉴
- 부대찌개, 부대볶음
- 참고
- 2024년 경기노포 선정
2025년 3월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Map / 지도에서 보기
양평 · 포천 · 이천 · 동두천,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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