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마을과 성 마을,시마바라반도 이틀
나가사키 남부 시마바라반도는 활화산 운젠산을 가운데 두고 서쪽에 온천 마을 오바마, 동쪽에 성 마을 시마바라를 품었다.짬뽕과 족욕, 떡국 닮은 구조니와 잉어가 사는 물길까지 두 마을을 나눠 정리했다.

인천에서 나가사키까지 비행기로 1시간 30분 남짓, 다시 렌터카로 1시간 30분을 달리면 나가사키 남부 시마바라반도에 닿는다. 반도 한가운데 지금도 활동하는 화산 운젠산이 솟았다.
운젠산 서쪽 기슭 바닷가에는 온천 마을 오바마가, 동쪽 기슭에는 옛 성 마을 시마바라가 있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짬뽕을 먹고, 성과 물길을 돌아보는 데 주말 이틀이면 충분하다.
마을 곳곳에 김이 오른다, 오바마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제 일처럼 기뻐했다는 마을이 여기다. 이름은 널리 알려졌지만 마을은 조용하다. 오바마에서는 길 어디서나 뜨거운 김이 피어오른다. 사방으로 흐르는 온천수가 쉴 새 없이 수증기를 만든다. 온천수가 안 나오는 집이 없다 싶을 만큼 길가마다 온천 간판이 걸렸다.
오바마에 왔다면 오바마짬뽕부터 먹어 보자. 나가사키 짬뽕의 한 갈래로, 진한 고깃국물에 채소와 해산물, 굵은 면을 담은 흰 짬뽕이다. 향과 맛이 꽤 세다. 식당 요시초(よしちょう)는 오바마짬뽕이나 스시 같은 정식 메뉴를 시키면 온천을 무료로 쓰게 해 준다. 주민도 여행자도 즐겨 찾는 집이다. 그날 들어온 생선으로 만드는 스시도 이름났다.
바다 쪽으로 나가면 해변을 따라 온천수 노천 족욕탕이 105m가량 이어진다. 이름은 홋토훗토 105(ほっとふっと105)다. 영어로 옮기면 ‘Hot Foot 105’, 발을 뜨겁게 데우는 족욕탕이라는 뜻이다. 105m 길이로 일본에서 가장 긴 온천 족욕 시설로 알려졌다. 한쪽에서는 생맥주와 음료를 팔고, 온천수에 삶은 달걀도 있다. 이용료는 받지 않는다.
해변을 따라 온천수 노천 족욕탕이 105m가량 이어진다.
마을 안쪽 언덕 위에는 카페 겸 공방 가리미즈안(刈水庵)이 있다. 오바마 타운 호텔 동쪽 언덕길을 오르다 표지판을 따라가면 나온다. 여러 지역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파는 공간과 카페로 나눠 운영하고, 일본 옛 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2층 카페 창밖으로 오바마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목조 건물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클래식 음악, 바람 소리가 함께 들린다.
온천을 더 제대로 즐기려면 산으로 올라가자. 운젠산 한가운데 온천 지대를 운젠지옥이라 부른다. 사방에 유황 냄새와 수증기가 가득하다. 길을 따라 큰 온천 시설이 줄지어 섰으니, 온천욕이 목적이라면 여기서 하룻밤 묵기를 권한다.
잠깐 둘러보기만 해도 된다. 한쪽에 유황 냄새와 김이 자욱한 산책로가 났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로 온천달걀을 삶아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유황이 섞여 잿빛이 된 지하수가 땅 위에서 부글부글 끓는다. 곳곳에 화상을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어 이곳이 활화산이라는 걸 실감한다.
수로에 잉어가 산다, 시마바라
운젠산을 넘어 동쪽으로 가면 작은 어촌 시마바라다. 이 마을은 17세기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교 박해 사건인 시마바라의 난을 겪었고, 20세기 말에는 운젠산 분화로 큰 피해를 입었다. 지금 마을은 평온하다. 뒤로는 운젠산이 감싸고 동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진다.
시마바라성(島原城)은 전국 시대부터 에도 시대까지 이 지역을 다스린 마쓰쿠라 가문이 지었다. 이 가문은 도요토미 가문과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차례로 섬기며 공을 쌓았지만 주민들의 신임은 얻지 못했다. 부당한 세금과 기독교 박해는 결국 농민 반란으로 이어졌고, 마쓰쿠라 가문은 몰락했다. 성 곳곳에 그 반란 이야기가 전한다. 성 주변에는 당시 성주를 섬긴 사무라이들이 살던 부케야시키(武家屋敷)가 있다. 흔히 무사 마을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이름난 사무라이 가문 몇 집이 문을 열어 두었다.
성 앞 히메마쓰야(姫松屋)는 구조니 전문점이다. 구조니는 시마바라의 난 때 농민들이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과 늘 먹던 떡을 넣어 끓여 먹은 국이다. 생김새는 우리 떡국과 비슷하지만 맛은 확연히 다르다. 주민들은 지금도 즐겨 먹고, 이 지역에서는 라멘보다 흔한 음식이라고 한다. 히메마쓰야의 구조니는 쫄깃한 떡과 진한 국물에 버섯과 어묵, 지역 식재료를 듬뿍 넣었다. 문을 여는 시각부터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할 만큼 손님이 많다.
마을 안쪽에는 낡은 외벽을 연한 파란색으로 칠한 건물이 눈에 띈다. 1923년에 지은 옛 아오이 이발관(青い理髪舘)이다. 나가사키현이 등록유형문화재로 관리하고, 지금은 옛 이발관 분위기를 살린 카페 공방 모모(工房モモ)로 쓴다. 지역 식재료로 브런치와 디저트를 만들고, 유기농이나 농약을 적게 쓴 재료를 골라 쓴다고 한다. 시마바라 특산물인 현미를 넣은 커피와 마들렌을 맛볼 수 있다.
시마바라를 물의 도시라고도 부른다. 동쪽은 바다이고, 마을 안으로는 운젠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구석구석 흐른다. 어딜 가나 작은 수로와 연못, 노천 족욕탕이 보인다. 마을 지도에는 마실 수 있는 지하수 위치까지 따로 표시했다. 수로에는 잉어 수십 마리가 헤엄친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풀어 놓고 기르는 잉어다. 그래서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래된 마을이라 전통 가옥도 자주 보인다. 용수정원 시메이소(湧水庭園 四明荘)는 집 바로 밑에서 솟는 지하수로 연못을 만들고 둘레에 나무를 심어 정원을 가꾼 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집주인 할머니가 웃으며 맞아 주고, 작은 찻잔에 말차 한 잔을 내어 주며 집을 소개한다. 가게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집이니 예의를 갖춰 둘러보자.
이 기사에 나온 곳
- 주소
- 905-32 Obamacho Kitahonmachi, Unzen, Nagasaki
- 운영
- 11:00~22:00
- 참고
- 정식 메뉴 주문 시 온천 무료, 오바마해상공원 주차장 건너편 상가
- 주소
- 905-71 Obamacho Kitahonmachi, Unzen, Nagasaki
- 운영
- 10:00~18:00
- 요금
- 무료
- 주소
- 1011 Obamacho Kitahonmachi, Unzen, Nagasaki
- 운영
- 10:00~17:00
- 휴무
- 매주 화·수요일
- 참고
- 오바마 타운 호텔 동쪽 언덕길로 올라가면 표지판
- 주소
- 320 Obamacho Unzen, Unzen, Nagasaki
- 참고
- 산책로 곳곳에 화상 주의 경고문
- 주소
- 1 Chome-1183-1 Jonai, Shimabara, Nagasaki
- 운영
- 09:00~17:30
- 요금
- 성 내부 박물관 대인 550엔, 소인 280엔
- 주차
- 일반 차량 330엔, 소형 버스 550엔, 대형 버스 1100엔
- 주소
- 1 Chome-1208-3 Jonai, Shimabara, Nagasaki
- 운영
- 11:00~19:00
- 메뉴
- 구조니 단품 1078엔, 우메 정식 1320엔, 다케 정식 1870엔, 마쓰 정식 2310엔
- 주소
- 888-2 Uenomachi, Shimabara, Nagasaki
- 운영
- 10:30~18:00(월요일은 17:00까지)
- 주소
- 2 Chome Shinmachi, Shimabara, Nagasaki
- 운영
- 09:00~18:00
2021년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Map / 지도에서 보기
시마바라,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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