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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한 장으로 5일,다테야마 알펜루트 기차 여행

'알펜-다카야마-마쓰모토 지역 관광 패스'로 나고야에서 게로, 다카야마, 도야마를 거쳐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를 넘고 마쓰모토에서 나고야로 돌아왔다.

숲속 비탈의 돌축대 위에 선 기와지붕 다산초당과 검은 현판 (임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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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취재한 기사예요. 요금⁠·운영시간⁠·교통편은 그 뒤로 바뀌었을 수 있으니 떠나기 전에 꼭 다시 확인해 주세요.

다테야마(立山)는 높이가 3000m를 넘는다. 그 정상부 가까이 간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등산화와 겨울옷부터 챙기라고 했다. 실제로는 등산화가 필요 없다. 기차와 버스, 케이블카, 로프웨이를 갈아타면 된다.

도야마에서 나가노 쪽으로 산을 넘는 이 길이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다. 2018년 가을 문턱, 철도 패스 한 장으로 나고야를 출발해 다테야마를 넘고 다시 나고야로 돌아오는 5일을 보냈다. 알펜루트 하면 떠오르는 거대한 눈벽은 볼 수 없는 계절이었다.

패스 개시 첫날 밤, 게로 온천

이번에 쓴 표는 ‘알펜-다카야마-마쓰모토 지역 관광 패스’다. 개시일을 정하면 그날부터 5일 동안 JR 도카이도 본선, 다카야마 본선, 오이토선, 주오 본선 같은 이 지역 JR 재래선을 탈 수 있다. 알펜루트 안의 교통수단도 모두 포함된다. 나고야에서 다카야마를 거쳐 도야마로, 알펜루트를 넘어 마쓰모토로, 다시 나고야로 크게 한 바퀴 도는 셈이다.

패스는 나고야역 JR 인포메이션센터에서 받는다. 한국에서 교환권을 사 가면 더 싸고 받기도 쉽다. 갈아탈 교통수단이 많아 26인치 캐리어는 두고 갔다. 튼튼한 토트백 하나와 카메라를 넣은 백팩이 짐의 전부였다. 산 위 추위에 대비한 옷은 따로 챙겼다.

주부국제공항에서 메이테쓰 특급을 타고 나고야역에 닿았다. 오후 4시 41분, 특급 와이드뷰 히다 15호를 타고 첫 목적지 게로(下呂)로 향했다.

게로는 군마현 구사쓰, 효고현 아리마와 함께 일본 3대 온천으로 꼽힌다. 에도 시대 유학자 하야시 라잔(林羅山)이 책에서 ‘천하 삼명탕’으로 언급한 데서 나온 말이다. 온천수는 알칼리성이라 만지면 미끌미끌하다. 피부에 좋다고 해서 ‘미인탕’으로도 불린다.

이날 묵은 스이메이칸(水明館)은 게로에서 규모가 가장 큰 5성급 료칸이다. 1932년에 문을 열어 2018년 기준 80년 넘게 영업했다. 55도 온천수가 바로 옆에서 솟는다. 천장과 벽, 기둥까지 노송나무로 두른 시모다메노유(下留の湯), 큰 바위가 둘러싼 암반욕탕,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욕탕이 있다. 료칸 건물 4개를 오가며 탕을 옮겨 다녔다. 료칸 곳곳에는 유명 작가의 작품 수십 점이 걸렸고, 로비의 큰 통유리 너머로 정원 야경이 보인다.

에도 시대 거리와 노란 사루보보, 다카야마

다카야마역에 내리자 공기가 달라졌다. 히다산맥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해발 600여 m에 자리한 도시로, 한국으로 치면 평창쯤 되는 환경이다.

다카야마는 에도 시대에 크게 번성했다. 에도 막부가 관리를 직접 보냈을 만큼 중요하게 여긴 곳이다. 그때의 마을 모습이 지금까지 남아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에 자주 나온다. 미쉐린 그린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았고, 거리는 여행자로 붐볐다. 2018년 당시에는 한국인 여행자를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가장 많이 찾는 거리는 후루이 마치나미(古い町並み)다. 250여 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거리로, ‘히다의 작은 교토’로 불린다. 이 거리와 주변 골목 곳곳에 옛 목조 건물이 늘어섰다.

골목을 걷다 다카야마 마을체험교류관에 들어갔다. 다카야마의 전통 공예품을 만들어 보는 곳이다. 기모노 입어 보기는 건너뛰고 사루보보를 골랐다. 사루보보는 아기 원숭이 모양의 전통 인형이다. 엄마가 아이의 건강을 빌며 만들었고, 색깔마다 뜻이 다르다. 노란색을 골라 거의 다 만들었을 즈음에야 노란색이 재물운을 뜻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다카야마 일대는 소고기 히다규로도 이름났다. 일본 3대 와규를 꼽을 때 이따금 이름이 오르는 소고기다. 늘 꼽히는 고베나 마쓰사카 와규만큼은 아니어도 일본에서 손꼽힌다. 히다규 전문점 아지노요헤이에서 처음 히다규를 먹었다. 달군 그릴에 한 점을 올려 겉면만 살짝 익혀 먹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짐은 먼저 보낸다, 도야마

다카야마에서 기차로 도야마에 닿았다. 도야마는 다테야마를 오르는 사람들의 베이스캠프다. 다테야마역까지 바로 가는 기차가 여기서 출발한다. 산에 오르기 전 하룻밤 묵기 좋다.

도야마에서는 수하물 회송 서비스를 쓸 수 있다. 시내 주요 호텔에서 다테야마 고원의 미다가하라, 덴구다이라, 무로도 구역 호텔이나 산장으로 짐을 보낸다. 알펜루트 건너편 시나노오마치까지도 된다. 그 밖의 지역으로 보낼 때는 알펜루트 회송 서비스가 아니라 일반 택배를 써야 한다. 필요한 짐만 따로 챙기고, 나머지는 이틀 뒤 묵을 마쓰모토 호텔로 보냈다.

도야마의 아침은 조용했다. 도야마성을 둘러싼 공원에서는 산책하는 사람과 출근하는 사람이 섞여 걸었다. 트램과 자동차도 서두르지 않았다. 도야마역을 지나 반대편 후간운하 환수공원으로 갔다. 홍수를 막고 산업에 쓰려고 판 인공 운하를 공원으로 꾸민 곳이다. 덴몬교 위 전망대에 오르면 다테야마 연봉의 실루엣이 멀리 보인다.

케이블카 7분, 버스로 고원까지

알펜루트의 출발점은 도야마역이다. 개찰구에서 패스를 보여 주고 다테야마역행 노란 기차에 올랐다. 도심을 벗어난 기차는 평야를 달리다 언덕으로,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

다테야마역에서는 케이블카로 갈아탄다. 급경사에 좁은 궤도를 놓고, 가운데 매단 케이블로 계단식 객차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해발 977m 비조다이라역까지 7분 걸린다.

비조다이라역부터 해발 1930m 미다가하라를 지나 2450m 무로도 고원까지는 버스로 간다. 창밖으로 일본에서 가장 길다는 쇼묘폭포(称名滝)가 잠깐 보인다. 다테야마삼나무와 너도밤나무가 만든 숲 터널도 지난다. 수백 년 된 나무가 흔하다. 길은 구불구불하고 창밖 한쪽은 낭떠러지라, 맞은편 버스와 마주치면 잠시 멈췄다가 다시 경사를 오른다. 미다가하라에 가까워져서야 가슴 졸이는 일이 줄었다.

미다가하라에서는 버스에서 내려 탐방로를 걸었다. 나무 탐방로 아래로 원시 상태 그대로의 습지가 넓게 펼쳐지고, 그 끝에서 히다산맥의 거친 능선이 솟는다. 발밑에는 작은 이끼 군락과 야생화가 있었고, 구름은 능선을 덮었다 드러내기를 되풀이했다.

다시 버스로 10여 분 오르면 덴구다이라(天狗平)다. 이날 묵은 곳으로, 서쪽으로 미다가하라와 도야마시가, 북쪽으로 연봉의 큰 능선이 보인다. 해 질 무렵 호텔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지금 하늘이 한창 아름답습니다. 밖으로 나와 보세요.” 체크인도 미루고 호텔 앞 전망대로 나가 셔터를 눌렀다. 밤에는 객실 창문을 열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별을 봤다.

트롤리버스로 산속을 지나, 구로베댐

다음 날 아침에는 구름이 다테야마를 덮었다. 로비의 날씨 알림판은 오후에 비가 온다고 알렸다. 서둘러 버스로 조금 더 올라 무로도에 닿았다.

무로도는 다테야마의 정상 가운데 하나인 오야마를 비롯해 여러 봉우리가 둘러싼 고원이다. 알펜루트 전 구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알펜루트 이용객에게는 반환점이고, 정상까지 오르려는 등산객에게는 마지막으로 채비를 갖추는 곳이다. 고원을 도는 산책로를 따라가면 화구호 미쿠리가이케가 나온다. 그 뒤로 유황 온천수를 쓰는 온천이 있고, 산화철이 많아 붉은빛을 띠는 ‘피의 연못’, 김을 뿜는 지옥계곡 지고쿠다니(地獄谷)도 이어진다. 봄마다 사람을 모으는 ‘눈의 대계곡’도 이곳에서 본다.

알펜루트 이용객에게는 반환점이고, 정상까지 오르려는 등산객에게는 마지막으로 채비를 갖추는 곳이다.

이제 도야마를 등지고 나가노 쪽으로 내려간다. 무로도에서 다이칸보까지는 트롤리버스를 탄다. 생김새는 버스지만 궤도 없이 전철처럼 머리 위 전깃줄에서 전기를 받아 좁은 터널을 달린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다이칸보다.

이어서 로프웨이와 케이블카를 연달아 탄다. 로프웨이는 다이칸보에서 약 1.7km를 중간에 기둥 하나 없이 로프로 이었고, 7분 만에 500여 m를 내려간다. 케이블카는 경관을 지키고 눈사태에 길이 끊기지 않게 하려고 놓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야 구로베댐이다.

구로베댐은 일본에서 가장 큰 댐으로 꼽힌다. 간사이전력이 발전용으로 지어 1963년에 완공했다. 댐을 지으려고 뚫은 자재 운반용 터널과 기반 시설이 오늘날 알펜루트의 일부가 됐다. 남쪽으로는 잔잔한 호수가, 북쪽으로는 두 산 사이 협곡이 뻗는다. 호수에는 유람선이 다니고, 전망대와 매점, 댐 건설 과정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있다.

구로베댐에서 다시 트롤리버스를 타고 오기사와로 가서 노선버스로 갈아타면 시나노오마치역이다. 역 앞 식당에서 밥을 댐 모양으로 쌓은 ‘구로베댐 카레’를 먹었다.

달 3개를 보는 망루, 마쓰모토성

나고야까지 한 번에 가기엔 멀다. 중간 지점인 마쓰모토에서 하룻밤 쉬어 간다. 국보급 천수각이 도시 한가운데 서 있고, 서쪽으로 북알프스 능선이 이어지는 도시다.

비가 내리는 마쓰모토성에 들어섰다. 해자를 따라 꾸민 공원을 걸으며 소나무와 벚나무 사이로 성을 봤다. 5중 6층 천수각 한쪽에 쓰키미야구라(月見櫓)라는 망루가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다. 천수각 앞마당과 해자, 멀리 북알프스까지 보이는 자리다. 옆에 있던 해설사가 말했다. “밤마다 여기서는 달 3개를 볼 수 있습니다. 하늘에 뜬 달, 해자에 비친 달, 술잔에 내려앉은 달이에요.” 이날은 비구름 때문에 달을 볼 수 없었다.

호텔에서 도야마에서 보낸 짐을 찾았다. 다음 날 새벽 마쓰모토역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간식을 샀다. 일본에는 역(驛⁠·에키)과 도시락(벤토)을 합친 ‘에키벤’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기차에서 도시락을 먹는 일이 흔하다. 마쓰모토역 개찰구에서 마지막으로 패스를 썼다. 오전 7시 4분에 출발하는 특급 와이드뷰 시나노 2호가 나고야로 간다.

이 기사에 나온 곳

알펜-다카야마-마쓰모토 지역 관광 패스PLACE
요금
한국 구매 성인 1만 7500엔⁠·아동(6~11세) 8750엔, 일본 구매 성인 1만 8500엔⁠·아동 9250엔
이용
개시일부터 5일, 지역 JR 재래선과 알펜루트 교통수단
발급
나고야역 JR 인포메이션센터(한국에서 교환권 구매 가능)
스이메이칸(水明館)PLACE
주소
Gifu-ken, Gero-shi, Koden 1268
운영
체크인 14:00~22:00, 체크아웃 11:00
문의
+81 576-25-2800
다카야마 마을체험교류관PLACE
주소
Gifu-ken, Takayama-shi, Kamiichinomachi, 35-1
요금
사루보보 만들기 앞치마 선택⁠·부착 1300엔, 전체 만들기 1600엔
운영
09:00~19:00
문의
+81 577-70-8290
아지노요헤이(味の与平)PLACE
주소
Gifu-ken, Takayama-shi, Kamisannomachi 105
메뉴
히다규 정식 2980엔(70g), 3980엔(105g), 4980엔(140g)
운영
08:30~20:00
문의
+81 577-32-0016

2018년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노을
에디터 노을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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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데이터: Natural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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