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롭스크로 들어가 블라디보스토크로 나온 3박 4일
하바롭스크에서 30시간 남짓 머물고 시베리아횡단열차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내려 이틀을 더 보냈다.아무르강변과 정교회 성당, 반야와 독수리 전망대, 루스키섬까지 3박 4일 동선이다.

하바롭스크는 조용했고, 블라디보스토크는 화려했다. 러시아 극동을 대표하는 두 도시인데 분위기가 딴판이다. 취재 당시(2018년) 인천에서 비행기로 3시간 안팎이면 닿는 곳이었다.
일정은 이렇게 짰다. 비행기로 하바롭스크에 들어가 이틀을 보내고, 시베리아횡단열차 야간열차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내려가 이틀을 더 머문 뒤 돌아왔다.
첫날 저녁은 강변에서, 하바롭스크 아무르강
하바롭스크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부터 아시아와는 다른 풍경이 이어진다. 50년은 족히 됐을 아파트와 빌라 사이로 100년 넘은 붉은 벽돌 건물이 아직 쓰이고, 그 뒤로 정교회 성당의 둥근 지붕이 솟았다.
호텔에 짐을 풀고 아무르강을 끼고 이어지는 수변공원으로 갔다. 공원 자체는 평범하지만 바로 옆으로 아무르강이 넓게 흐른다. 해 질 무렵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무선 이어폰을 꽂고 강변을 달리는 사람이 차례로 지나갔다. 온종일 흐리던 하늘이 저녁 무렵 조금 열리며 강가에 해가 들었다.
걸어서 다 도는 시내, 정교회 성당과 향토박물관
아무르강을 바라보는 성당이 2곳이다. 우스펜스키 성당과 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으로, 모두 동방정교회 성당이다. 탑 위 둥근 장식과 화려한 외관 덕에 멀리서도 쉽게 찾는다.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예의를 갖추는 뜻으로 기도할 때 쓰는 작은 초를 하나 사서 들어갔다. 기둥마다 모습이 다른 예수 그림이 걸렸고, 그림마다 비는 내용이 다르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뜻을 묻고 기도했다.
성당과 향토박물관은 아무르강변공원 근처라 걸어서 오갈 수 있다. 1894년에 문을 연 향토박물관은 고풍스러운 건물부터 유물이다. 극동 지역의 자연환경과 원주민 생활, 아무르강을 따라 이어진 하바롭스크의 역사를 전시한다. 지역 박물관치고 규모가 커서 마지막 전시실에 이를 즈음엔 다리가 아팠다. 영어 설명이 작게 붙어 있어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저녁에는 100년 넘은 건물에 들어선 브루펍에서 흑맥주를 마셨다. 하바롭스크에 머문 시간은 30시간 남짓이었다. 둘째 날 비 내리는 저녁, 하바롭스크역에서 블라디보스토크행 시베리아횡단열차 4인실에 올랐고 다음 날 아침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내렸다.
밤기차에서 내리면 반야부터, 블라디보스토크
좁은 열차 침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몸이 뻐근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내리자마자 러시아 전통 스파인 반야로 갔다. 공중목욕탕보다 규모가 작고, 남탕과 여탕을 나누지 않는다. 대신 일행끼리 따로 건물 한 채를 배정받아 쓰는 방식이다.
안은 침대를 둔 휴게실과 냉탕, 온탕, 건식 사우나로 나뉘는데, 사우나가 무척 뜨겁다. 자작나무 잎과 가지로 만든 도구에 물을 묻혀 몸을 두드리면 마사지 효과가 난다고 한다. 밤기차로 쌓인 피로를 풀고 블라디보스토크 일정을 시작하기 좋다.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더, 독수리 전망대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는 걸어서 돌았다. 해양공원에 들어서면 바다를 따라 아담한 모래사장이 이어지는데, 주말이라 일광욕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해양공원 끝 언덕 위에는 요새박물관이 있다. 버스커의 노래를 들으며 바닷길을 따라가면 분수가 있는 광장이 나오고, 그 뒤로 아르바트 거리가 시작된다.
아르바트 거리 양옆으로는 흰 바탕에 베이지색을 더한 건물이 늘어섰고, 가운데 길에는 분수대가 여럿 있다. 옆으로 난 골목 안쪽에도 식당과 펍이 많다. 거리를 빠져나오면 소비에트 혁명을 기념하는 혁명광장이 나온다. 잠수함과 개선문이 있는 항구 옆을 지나 독수리 전망대로 향했다.
독수리 전망대의 원래 이름은 오를리노예 그네즈도 산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높은 산인데, 높이는 서울 남산보다 조금 낮다. 차로 오를 수 있고 푸니쿨라도 운행해 누구나 쉽게 올라간다.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금각만이 펼쳐진다.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금각만이 펼쳐진다. 항구와 금각교를 가운데 두고 건너편 도시와 멀리 루스키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난간에는 자물쇠가 잔뜩 매달렸다. 낮에 한 번 오르고, 저녁을 먹은 뒤 야경을 보러 다시 올라갔다. 시간이 된다면 낮과 밤 2번 오르길 권한다.
북한 모양 곶과 벨루가, 루스키섬
블라디보스토크의 마지막 날은 루스키섬에서 보냈다. 지도로 보면 생각보다 큰 섬이다. 마침 동방경제포럼 준비가 한창이라, 행사장인 극동연방대학교를 피해 섬의 주요 지점만 돌았다.
처음 찾은 곳은 토비지나곶이다. 전망 좋은 언덕으로, 땅 모양이 북한과 닮아 ‘북한 섬’이라고도 부른다. 섬을 지키던 옛 요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았고, 언덕 둘레로 바다가 넓게 트인다.
섬 가장 안쪽에는 프리모르스키 아쿠아리움(연해주 수족관)이 있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수족관으로 알려졌다. 바다와 강을 주제로 한 전시관이 양쪽에 있지만, 핵심은 돌고래 공연이다. 돌고래와 바다코끼리, 흰 돌고래 벨루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Map / 지도에서 보기
하바롭스크 · 블라디보스토크, 여기예요
진하게 칠한 점이 이 기사에 나온 곳입니다.다른 점을 누르면 그 지역 기사가 나옵니다.
지도에서 점을 누르면 그 지역 기사가 나와요.
- 총을 만져 볼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요새박물관CULTURE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 시베리아횡단열차 4인실에서 하룻밤TRAVEL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 하바롭스크로 들어가 블라디보스토크로 나온 3박 4일TRAVEL · 러시아 하바롭스크 · 지금 읽는 기사
- 하바롭스크에서 흑맥주는 어디서 마실까FOOD · 러시아 하바롭스크
- 시베리아횡단열차 4인실에서 하룻밤TRAVEL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 하바롭스크로 들어가 블라디보스토크로 나온 3박 4일TRAVEL · 러시아 하바롭스크 · 지금 읽는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