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만 한 인도양 섬,모리셔스에서 갈 곳 7
인도양 남서쪽 섬나라 모리셔스를 설탕과 이민, 도도새의 역사를 따라 돌았다.설탕박물관과 식물원, 힌두교 성지 그랑바생, 토종 숲 에보니 포레스트까지 7곳이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10시간, 다시 모리셔스까지 6시간. 환승 대기 4시간을 더해 꼬박 20시간을 날아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에 닿았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남서쪽에 자리한 섬이다. 면적은 제주도와 비슷하고, 해저 화산이 폭발해 솟은 섬이라는 점도 닮았다.
적도 너머 남반구라 계절은 한국과 반대다. 1년 내내 온화한 아열대 기후이고, 우기인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도 비가 온종일 내리는 날은 드물다. 시차는 한국보다 5시간 늦다. 공용어는 영어지만 현지인끼리는 프랑스어와 크리올어를 많이 쓴다.
사람들은 아프리카계와 인도계가 다수다. 프랑스와 영국이 차례로 섬을 지배하면서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인도에서 노동자를 데려왔다. 중국과 유럽에서 건너와 자리 잡은 사람도 있다.
설탕이 사치품이던 시절, 라방튀르 뒤 쉬크르
팡플르무스로 가는 길 양쪽이 온통 사탕수수밭이다. 그 끝에 설탕박물관 라방튀르 뒤 쉬크르(L’Aventure du Sucre)가 있다. 옛 설탕 공장을 고쳐 만든 박물관으로, 입구에 들어서면 설탕을 만들어 유럽으로 실어 나르던 시절의 모습을 재현해 두었다.
가이드의 설명은 설탕이 귀하던 시절에서 시작한다. 중동에서는 오래전부터 설탕을 먹었지만, 유럽에는 중세에 들어서야 ‘달콤한 소금’이라는 별명과 함께 전해졌다. 사탕수수를 기를 수 있는 땅은 열대 일부뿐이었고, 유럽까지 실어 오는 비용도 컸다. 귀족들은 설탕으로 음식을 차려 손님을 부르는 걸 자랑으로 여겼고, 설탕으로 샹들리에 같은 장식과 조각까지 만들어 거실에 두었다.
대항해시대에 이 섬에 가장 먼저 닿은 사람들은 네덜란드인이다. 그 무렵부터 섬에서 사탕수수 흔적이 나온다. 사탕수수 농장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건 프랑스가 섬을 차지한 뒤로, 프랑스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데려와 농장을 넓혔다. 1950년대에는 섬 대부분이 사탕수수 농장이었다고 한다. 설탕값이 떨어진 뒤로는 농장이 줄었고, 2019년 취재 당시 가이드는 그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는다고 했다.
박물관 기념품점에서는 맛이 조금씩 다른 설탕과 함께 모리셔스 특산물인 럼을 판다. 럼은 무료로 맛볼 수 있다. 바닐라나 커피 향을 더한 럼도 있어서 독한 술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마셔 볼 만하다.
수련 잎이 지름 3m, SSR 식물원
설탕박물관과 같은 팡플르무스 지역에 SSR 식물원이 있다. 모리셔스의 국부로 불리는 시우사구르 람굴람 경(Sir Seewoosagur Ramgoolam)의 이름을 딴 식물원이다. 시작은 프랑스 총독 저택의 정원이었다. 프랑스 식물학자 피에르 푸아브르(Pierre Poivre)가 정향과 육두구 같은 향신료를 들여와 심었고, 세계 각지에서 모은 식물을 더해 지금 모습을 갖췄다. 남반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원으로 소개된다.
가이드에 따르면 식물원에서 자라는 식물은 500여 종이다. 나무는 60여 종이고, 그 가운데 야자수만 18종이다. 수백 년 된 나무도 적지 않다. 아프리카 식물이 많지만 말레이시아와 인도 등 아시아에서 건너온 식물도 상당하다.
가이드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며 데려간 곳은 네모난 연못이다. 지름 3m에 이르는 빅토리아수련 잎이 수면을 덮었다. 갓난아이를 올려도 버틸 만큼 튼튼하다는데, 올라가 볼 수는 없으니 사람들이 잎 위에 동전을 던져 두었다. 영국이 섬을 다스리던 시절 이 식물원의 이름은 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이었다.
지름 3m에 이르는 빅토리아수련 잎이 수면을 덮었다.
이름은 ‘불행한 곶’, 캅말뢰뢰
섬 북쪽 끝의 캅말뢰뢰(Cap Malheureux)는 프랑스어로 ‘불행한 곶’이라는 뜻이다. 1810년, 섬에 주둔하던 프랑스군을 영국군이 몰아낸 첫 전투가 여기서 벌어졌다. 해변 앞에 바위와 섬이 많아 이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배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 해변에는 기념품점도, 호객하는 사람도 없다. 햇볕을 쬐는 사람들, 그늘에서 낮잠 자는 개, 물에서 헤엄치는 아이들이 보인다. 사진이 잘 나오는 곳으로 알려져 사진을 찍으러 온 연인도 보인다. 해변을 마주 보고 빨간 지붕을 얹은 성당이 서 있다.
수제 가방과 바닐라, 포트루이스 센트럴마켓
수도 포트루이스의 센트럴마켓은 일요일에 가도 사람이 북적인다. 모리셔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열대 과일과 향신료, 모리셔스 특산물인 바닐라가 매대에 쌓여 있다.
과일이나 향신료는 한국까지 들고 가기 어려우니, 여행자라면 기념품 가게 쪽을 보는 편이 낫다. 손으로 만든 가방과 작은 붓으로 하나하나 칠한 마그넷이 많다. 마그넷은 조금 투박하지만 손으로 칠한 흔적이 그대로 보인다.
모리셔스의 갠지스강, 그랑바생
모리셔스는 아프리카에 속하지만 인구 가운데 인도계가 가장 많다. 영국은 노예제를 폐지한 뒤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할 사람이 모자라자, 역시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계약 이민 형식으로 사람들을 데려왔다. 그때 들어온 힌두교를 믿는 사람이 인구의 절반가량이다.
바다를 건너온 인도 사람들은 고향의 갠지스강을 그리워했다. 그래서 섬에서 비슷한 곳을 찾아 갠지스강처럼 여기기로 했다. 사화산 분화구에 물이 찬 호수, 그랑바생(Grand Bassin)이다. 호수 둘레에는 힌두교 사원을 여럿 세웠다. 시바(Shiva)와 두르가(Durga) 신의 거대한 동상도 서 있다. 모리셔스 힌두교 신자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곳이다.
사원에서는 꽃과 먹을거리, 돈을 담은 바구니를 든 신자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예를 올렸다. 힌두교 신자가 아니라서 한쪽에 서 있었는데, 승려가 손짓해 불렀다. 다가가자 이마에 빈디를 찍어 주고 행운을 빌어 주었다.
진흙길 달리는 버기, 헤리티지 네이처 리저브
섬 남쪽 벨옹브르의 헤리티지 네이처 리저브(Heritage Nature Reserve)에서는 버기를 직접 몰고 산길과 사탕수수밭 사이를 달린다. 버기에는 창문이 없고, 헬멧을 쓰고 탄다. 비가 오면 판초 우의를 준다.
버기를 탄 날도 비가 내렸다. 며칠 전부터 오락가락한 비에 땅은 진흙이 됐고, 물웅덩이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가파른 오르막과 울퉁불퉁한 산길이 이어지고, 사탕수수밭 사이로는 곧게 뻗은 길이 나온다. 옷이 젖는 게 싫다면 우의를 받아 입자.
도도새 알이 남은 숲, 에보니 포레스트
모리셔스에서는 어디서나 도도새를 본다. 공항과 거리, 식당과 호텔, 박물관과 여행 안내서에도 도도새가 있다. 그림과 조각은 물론이고 목걸이와 귀걸이에도 나온다. 못 보는 건 실물뿐이다.
도도새는 이 섬에만 살던 새다. 천적이 없어 날개가 퇴화했고, 사람이 섬에 들어온 뒤 200년이 채 안 돼 멸종했다. ‘도도’는 포르투갈어로 ‘바보’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라진 건 도도새만이 아니다. 배를 타고 들어온 외래종이 퍼졌고, 사탕수수 농장이 섬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토종 동식물이 많이 사라졌다.
2019년 취재 당시 기준으로 10여 년 전, 섬 남서부 샤마렐에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토종 동식물을 위한 숲을 만들기로 했다. 에보니 포레스트다. 외래 잡초를 뽑고 그 자리에 토종 식물을 심었고, 멸종 위기 동물을 숲에 풀어 주었다. 숲 해설가는 박물관 한쪽에 보관한 커다란 알을 가리키며 도도새 알이라고 했다.
박물관을 둘러본 뒤에는 사파리 지프를 타고 숲을 돈다. 흑단나무를 비롯한 모리셔스 고유종 나무는 쉽게 눈에 띈다. 토착 동물도 40여 종이 산다지만, 숲이 워낙 울창해서 찾기는 어렵다.
지프는 숲을 지나 한참을 더 오른다. 자연을 해치지 않으려고 길을 거의 손대지 않아서 차가 계속 흔들린다. 지프에서 내려 5분쯤 걸어 들어가면 전망 지점 서블라임 포인트(Sublime Point)가 나온다.
이 기사에 나온 곳
- 주소
- B18 Pamplemousses MU 21001, Pamplemousses, Mauritius
- 문의
- +230 243 7900
- 운영
- 09:00~17:00
- 요금
- 성인 400루피, 어린이(6~13세) 200루피
- 주소
- SSR Botanic Garden, Royal Road, Pamplemousses, Mauritius
- 문의
- +230 243 9401
- 운영
- 08:30~17:30
- 요금
- 200루피
- 주소
- Cap Malheureux, Grand Baie, Mauritius
- 문의
- +230 208 3068
- 주소
- 9 Corderie St, Port Louis, Mauritius
- 운영
- 05:30~17:30(가게마다 다름)
- 주소
- B88 - Grand Bassin Road, Mauritius
- 참고
- 힌두교 사원이 모인 성지
- 주소
- Bel Ombre, Mauritius
- 문의
- +230 623 5615
- 운영
- 09:00~16:00(버기 하루 4회)
- 요금
- 버기 1대(2인) 2600루피, 홈페이지 예약
- 주소
- Seven coloured earth road, Chamarel 90409, Mauritius
- 문의
- +230 460 3030
- 운영
- 09:00~17:00
- 요금
- 성인 450루피, 어린이(5~12세) 270루피
2019년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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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루이스 · 르모른,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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