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 근교에 길이154km 협곡이 있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의 전통 시장 젤료니 바자르에서 시작해 동쪽 차린 협곡을 걷고, 굽은 산길을 올라 빅알마티 호수까지 다녀왔다.

카자흐스탄 알마티는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다. 수도를 북쪽 아스타나로 옮기기 전까지 카자흐스탄의 중심이었고, 지금도 중앙아시아 경제의 한 축을 맡는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약 6시간 30분 거리다.
취재 당시(2019년)에는 에어아스타나가 인천–알마티 노선을 주 5회, 아시아나항공이 주 4회 운항했다.
가을볕이 좋은 오후 2시, 짐을 풀고 숙소 둘레부터 걸었다. 현지 사람들이 모이는 거리로는 아르바트(Arbat)가 알맞았다. 주말 오후라 친구를 만난 학생들과 분수 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적당히 붐볐고, 한쪽에서는 거리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다. 명소보다 먼저 사람 사는 동네를 보고 싶다면 이 거리부터 걷길 권한다.
잡채와 김밥도 판다, 젤료니 바자르
젤료니 바자르(Zelenyy Bazar)는 100년이 넘은 알마티의 전통 시장이다. 지금은 깔끔한 현대식 건물 안에 상점이 가지런히 들어서서 겉보기엔 전통 시장 같지 않다. 그래도 흥정은 기본이고 덤을 얹어 주는 모습은 여느 전통 시장과 같다.
입구에 들어서자 상인들이 견과류를 한 줌씩 내밀었다. 하나씩 맛보다 보니 결국 한 봉지를 샀다. 계획에 없던 지출이었다.
과일과 견과류로 시작해 정육 코너, 꽃과 화분을 파는 원예 코너까지 이어진다. 푸드코트처럼 먹거리를 파는 매대도 있는데, 카자흐스탄에 많이 사는 고려인 상인들이 잡채와 김밥, 김치와 고추장을 판다. 알마티에서는 샤슬릭 같은 중앙아시아 음식뿐 아니라 고려인의 한식과 신장 위구르족 음식까지 두루 맛볼 수 있다.
고려인 상인들이 잡채와 김밥, 김치와 고추장을 판다.
호객에 지치면 2층으로 올라가자. 카자흐스탄 로스터리 브랜드 보울러 커피 로스터즈(Bowler Coffee Roasters)가 이곳에 매장을 냈다. 시장 소란을 피해 커피 한 잔 하며 쉬어 가기 좋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만큼, 차린 협곡
알마티 시내에서 동쪽으로 한참을 달렸다. 가는 길에 위구르족이 사는 바이세이트(Baiseit)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가이드 말로는 여기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까지 차로 8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9번째로 넓은 나라다. 식당 밖까지 양고기 굽는 냄새가 났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즐겨 먹는 꼬치구이 샤슬릭(Shashlik)을 가장 먼저 집어 들었다.
차린 협곡(Charyn Canyon)은 땅에서 150~300m 깊이로 패인 골짜기가 154km 이어지는 곳이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쯤 된다. 지각 변동이 일어난 자리에 강물이 흘러 지금의 협곡을 만들었다. 생긴 지 수천만 년으로, 지질학의 시간으로 보면 젊은 지형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곳이라 모든 구간을 개방하지는 않는다. 주요 지점에는 전망대가 있고, 헬리콥터 투어도 한다고 들었다. 여행자에게 열린 트레킹 코스는 2.5km다. 계단을 내려가면 흙먼지 날리는 길이 협곡 바닥을 따라 이어진다.
끝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기가 부담스럽다면 부한카(буханка) 트럭을 이용하자. 사람들을 태우고 협곡 바닥을 오가는 셔틀이다. 돌아올 때 트럭을 타기로 하면 갈 때는 천천히 걸어도 된다. 길 중간에는 마녀, 용 같은 이름이 붙은 바위가 나온다.
해발 2500m 옥빛 물, 빅알마티 호수
다음 날은 산속 호수로 향했다. 도시 외곽을 지나면 구불구불한 산간 도로가 시작된다. 알마티 시내의 고도가 800~900m이고 호수는 해발 2500m이니, 차로 약 1700m를 오르는 셈이다. 시내를 벗어나고도 꼬박 1시간을 더 올라가야 빅알마티 호수가 나온다. 굽이가 심해 차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고,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였다.
호수 뒤로는 중앙아시아와 중국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톈산산맥이 솟아 있다. 옛날에 일어난 지진이 만든 호수에 만년설 녹은 물이 모인다. 둘레는 3km, 깊이는 40m에 이른다. 물빛은 옥색이다.
비탈을 따라 물가까지 내려갈 수 있다. 가까이 가도 물빛은 그대로였다. 30분만 둘러보고 돌아가겠다던 계획은 지키지 못했다. 이 바위 저 바위에 올라 한참 호수를 보다가, 다시 올라갈 길이 만만치 않은 걸 알면서도 물가에 쪼그려 앉아 손끝을 적셨다.
이 기사에 나온 곳
- 주소
- Жибек Жолы проспект, 53, Almaty
- 운영
- 09:00~19:00
- 휴무
- 매주 월요일
- 참고
- 2층에 보울러 커피 로스터즈(Bowler Coffee Roasters) 매장
- 걷기
- 여행자에게 열린 트레킹 코스 2.5km
- 참고
- 협곡 바닥을 오가는 부한카 트럭 셔틀 운행
- 참고
- 차린 협곡 안 방갈로·유르트 숙박
2019년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Map / 지도에서 보기
알마티,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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