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뉴먼트밸리 보러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를 빌렸다
모뉴먼트밸리 하나를 보려고 6박 7일 로드트립을 떠났다.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출발해 페이지의 호스슈벤드와 앤털로프캐니언을 거쳐 모뉴먼트밸리까지 간 길이다.
6박 7일을 비운 건 모뉴먼트밸리 하나를 보고 싶어서였다. 나바호 원주민의 성지이고,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비롯해 여러 서부 영화와 SF 영화에 나온 곳이다.
미국을 돌아보기에 일주일은 짧다. 대신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를 빌리면 모뉴먼트밸리까지 닿을 수 있다. 싼 항공권을 사고 렌터카를 예약한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와 애리조나주 페이지를 거쳐 모뉴먼트밸리로 가는 동선을 짰다. 구글 맵이 안내한 전체 경로는 3000km쯤이었다.
차를 받자마자 시내 3곳, 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했다. 렌터카 회사 허츠(Hertz)에서는 예약 시간 전인데도 차를 먼저 내주었다. 그냥 떠나기는 아쉬워서 저녁까지 시내 몇 곳을 돌고, 밤새 페이지까지 달리기로 했다.
첫 목적지는 할리우드다. 할리우드 대로를 따라 명예의 거리(Walk of Fame)가 이어지고, 사람들은 바닥에 새긴 이름을 찾느라 고개를 숙인 채 걷는다. 그 줄이 TCL 차이니스 시어터(TCL Chinese Theatre)까지 닿는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돌비 시어터(Dolby Theatre)도 이 길가다. 배우들이 올랐을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 봤다. 식당 주차장을 찾지 못해 도로변의 2시간 주차 표시를 보고 차를 댔다.
시내 전망을 보려고 게티센터로 갔다. 흔히 그리피스 천문대를 꼽지만, 나중에 들른 그리피스 천문대보다 게티센터에서 본 시내 전망이 더 나았다. 석유 사업가 J. 폴 게티(J. Paul Getty)가 평생 모은 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고, 건물을 둘러싼 정원은 공원처럼 쓰인다. 미술에 관심이 없어도 시내를 내려다보며 쉬어 가기 좋다.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해 질 녘에는 샌타모니카 머슬비치에 닿았다. 근육 자랑하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그날 근육을 뽐내는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는 버스킹을 하고, 누군가는 모래사장을 따라 달렸다. 온종일 뿌옇던 하늘이 저녁이 되자 파랗게 걷혔고, 해안가 작은 놀이공원의 관람차 뒤로 해가 졌다.
장대비 뚫고 900km, 페이지로 가는 밤길
로스앤젤레스에서 페이지까지는 약 900km다. 라스베이거스를 지나고 고속도로 곳곳에 휴게소도 있지만, 저녁은 먹고 출발했다.
떠나자마자 비가 내리더니 곧 장대비가 됐다. 서쪽에서 들어온 비구름이 캘리포니아 전역에 많은 비를 뿌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외곽 휴게소에서 두어 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출발했다. 불빛이라고는 대형 트레일러의 전조등뿐인 길이었다. 캘리포니아를 벗어날 무렵 비가 그쳤고,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탄 15번 고속도로(베테랑스 메모리얼 하이웨이)는 유타주에서 59번 도로로 이어진다. 여기서 페이지까지는 2시간 남짓이다. 날이 밝자 길가 풍경 때문에 수시로 차를 세우느라 도착이 예정보다 늦어졌다.
페이지에서는 하루를 쉬어 가기로 했다. 모텔에 짐을 풀고, 콜로라도강을 따라 이어진 글렌캐니언과 댐 옆으로 펼쳐진 파월호 주변을 차로 돌았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10분, 호스슈벤드
로드트립 사흘째 아침, 밤사이 쏟아진 비가 그치고 창으로 햇볕이 들었다. 페이지 시내에서 멀지 않은 호스슈벤드(Horseshoe Bend)로 아침 산책을 나섰다. 콜로라도강이 말발굽 모양으로 휘돌아 나가는 곳이다. 하회마을이나 회룡포 같은 물돌이 지형인데, 강이 깊고 좁은 협곡 바닥을 흐른다는 점이 다르다.
주차장 입구에서 전망 지점까지는 걸어서 10분쯤이다. 입구 안내판에는 주의사항이 빼곡하다. 몇 년 전 이곳에서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가는 길은 평탄하고 황량해서 지도를 보지 않으면 근처에 강이 흐른다는 걸 알기 어렵다. 2017년 취재 당시에는 길에 울타리도 방향 안내판도 없었다.
지평선을 따라 글렌캐니언의 절벽이 길게 이어진다. 해가 오르자 절벽이 하얗게 빛나다가 다시 붉게 물들었다. 절벽 끝에 다가서니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절벽 끝에 서면 콜로라도강과 호스슈벤드, 그 둘레를 감싼 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픽업트럭 짐칸 타고 15분, 앤털로프캐니언
페이지 근처에는 앤털로프캐니언(Antelope Canyon)도 있다. 바위 사이로 동굴처럼 좁은 협곡이 난 슬롯 캐니언이다. 사진 한 장으로 이름이 알려진 뒤, 페이지를 지나는 사람이라면 들르는 곳이 됐다.
투어는 나바호 원주민이 도맡아 운영한다. 나바호 자치국은 협곡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루 입장 인원을 정하고 소지품도 엄격하게 제한한다. 원주민 가이드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하는 투어지만, 나는 포토 투어 예매에 실패해 현장에서 일반 투어를 샀다.
투어 시간이 되면 팀마다 배정된 원주민 가이드가 출석을 부른다. 인원이 맞으면 픽업트럭 짐칸에 올라 어퍼 앤털로프캐니언 입구로 간다. 접수처에서 입구까지는 15분쯤 걸리는데, 포장하지 않았지만 단단히 다진 길이다.
입구는 거대한 절벽 사이 작은 틈이다. 오래전 이 틈으로 물이 흐르며 사암을 깎아 지금의 협곡과 무늬를 만들었다. 수십 명이 한꺼번에 좁은 협곡을 따라 걷기 때문에, 자기 팀 가이드를 잘 따라가야 다른 팀과 섞이지 않는다. 가이드의 설명은 역사나 지질보다 바위 모양과 사진 찍는 법에 쏠려 있었다.
위에서 들어온 노란 빛이 협곡 깊숙이 내려오면서 붉게, 푸르게, 보랏빛으로 바뀌었다. 빛이 드는 각도와 방향에 따라 한 가지 색으로 보이다가도 여러 색으로 나뉘어 보였다. 투어는 1시간, 왕복 이동은 30분 남짓이다. 로어 앤털로프캐니언과 포토 투어는 다음으로 남겨 두었다.
발코니에서 밤새 본 별, 모뉴먼트밸리
앤털로프캐니언에서 모뉴먼트밸리까지는 200km 남짓이다. 붉은 바위산을 몇 개 지나고, 이따금 나바호 원주민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도 지난다. 이정표에 모뉴먼트밸리가 나타날 무렵 차를 세우고 한참 사진을 찍었다.
이 일대는 수억 년 전 평탄한 땅이었다. 풍화와 침식을 거치며 단단한 바위만 남아 지금 모습이 됐다. 그 바위산(뷰트)이 기념비처럼 서 있다고 해서 모뉴먼트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바호 원주민은 이 바위들을 신성하게 여긴다. 모뉴먼트밸리를 대표하는 바위는 벙어리장갑을 닮은 웨스트·이스트 미튼 뷰트(Mitten Butte) 2개와 메릭 뷰트(Merrick Butte)다.
모뉴먼트밸리 나바호 부족 공원(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더 뷰 호텔(The View Hotel)이 보인다. 로비와 바깥 테라스에서도 모뉴먼트밸리가 내려다보이지만, 이 호텔을 고른 이유는 객실 발코니 전망이었다.
해가 지자 사막 공기가 빠르게 식었다. 낮에 구름이 많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밤하늘에 별이 빼곡했다. 은하수가 보였고 별똥별이 지나갔다. 쪽잠을 자다 깨면 발코니로 나가 별을 보기를 되풀이하느라 제대로 잔 시간은 3시간이 안 된다. 새벽에는 해가 뜨면서 대지에 옅은 안개가 깔렸다.
아침에는 투어 프로그램 대신 직접 차를 몰고 밸리 드라이브로 들어갔다. 비포장길이라 로드트립 내내 탄 중형 세단이 쉴 새 없이 흔들렸다. 밸리 안 전망 지점 가운데 일부는 나바호 원주민이 운영하는 투어를 신청해야만 들어간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존 포드 포인트(John Ford’s Point)부터 가자. 서부 영화감독 존 포드가 이곳을 배경으로 〈역마차〉 〈황야의 결투〉 〈수색자〉 등을 찍었고, 그의 이름을 따서 붙인 지점이다. 주변으로 엄지 바위(The Thumb)와 캐멀 뷰트(Camel Butte)가 보이고, 반대편에는 세 자매 바위(Three Sisters)가 섰다.
이 기사에 나온 곳
- 주소
- 1200 Getty Center Drive, Los Angeles, CA 90049
- 운영
- 화~금·일 10:00~17:30, 토 10:00~21:00(주차장 09:30 개방)
- 휴무
- 월요일, 추수감사절, 12월 25일, 1월 1일 등
- 요금
- 입장 무료, 주차 15달러(15:00 이후 10달러)
- 위치
- 모뉴먼트밸리 나바호 부족 공원 안
- 참고
- 로비·테라스·발코니에서 모뉴먼트밸리가 보인다
2018년 기준 정보입니다. 운영시간과 요금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전국을 다니며 여행 기사를 씁니다. 가 본 곳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만 TBAG에 적습니다.
Map / 지도에서 보기
모뉴먼트밸리 · 페이지 · 로스앤젤레스, 여기예요
진하게 칠한 점이 이 기사에 나온 곳입니다.다른 점을 누르면 그 지역 기사가 나옵니다.
지도에서 점을 누르면 그 지역 기사가 나와요.


